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살인의 쌍곡선 (2020년 초판)

저자 - 니시무라 교타로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74p



고전이라 절대 얕보지 마라!



1963년 데뷔 이후 2019년 6월 까지 무려 622편의 작품을 집필한 일본 미스터리계의 국민작가가 있다고 한다. 이제껏 미스터리계의 공장장이라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무후무 한줄 알고 있었는데, 622편이라니...ㄷㄷㄷ 진정한 고수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바꿔말해 일본 미스터리계의 원로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라 해도 무방할 듯 한데, 그런 전설이자 레전드 작가의 대표작이 국내 초역됐다. 1971년작 [살인의 쌍곡선]이다. 관시리즈로 신본격의 기수라 불리는 '아야츠지 유키토'가 자신의 베스트 5에 꼽는 작품이라는 이 작품은 사방이 고립된 산장에서 펼쳐지는 살인 릴레이. 이른바 클로즈드 서클 장르이다. 더불어 본격에서는 금기시 한다는 쌍둥이 트릭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오마쥬 등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총망라되어 진정한 지적 스릴을 선사한다. 



[1]

도쿄 한복판. 권총을 든 강도가 상점에 출몰한다. 반코트에 흰장갑, 그리고 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남자는 상점들의 현금을 털고 도주한다. 연이은 범죄에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드디어 목격자들의 몽타주를 토대로 거리를 걷던 범인을 체포한다. 수사관은 목격자를 경찰서로 불러들여 범죄자를 확인하고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 되는듯 보였다. 

그런데, 경찰서로 걸려온 전화 한통. 내용인즉슨 자신의 가게에 쳐들어온 연쇄권총강도사건의 용의자를 잡아뒀다는 것.

경찰은 반신반의 하며 상점으로 달려가는데.....


[2]

12월 30일. 이십대 초반 교코는 남자친구와 함께 K시의 관설장으로 향한다. 며칠전 관설장으로부터 새해맞이 초대이벤트에 당첨됐다는 편지를 받은 것. 커플은 고민없이 설경이 아름답고 스키를 탈 수 있는 관설장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관설장의 주인 하야카와를 만나고 초대를 받은 다른 4명과 인사를 나눈다. 


*관설장

하야카와 - 주인(남)

교코 - 여친(여)

모리구치 - 남친(남)

아야코 - 마사지사(여)

이가라시 - 프로파일러 학과 대학생(남)

아베 - 회사원(남)

다지마 - 택시기사(남)


교코는 모리구치와 지하 볼링장에서 볼링을 치려고 하다 볼링핀 10개중 1개가 모자라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다음날. 스키를 타던 교코와 모리구치는 2층 창문으로 아베가 자신의 방에서 목을 메달아 죽은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문이 잠겨있던 아베의 방 벽에 쪽지 하나가 붙어있다.

'이렇게 첫 번째 복수가 이뤄졌다'

이후 충격에 휩싸인 교코는 우연히 볼링장의 핀이 9개에서 8개로 1개가 줄어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자. 작품은 아주 친절하게도 맨 첫페이지에 작가 자신이 쌍둥이 트릭을 사용했다고 밝혀둔다. 바로 독자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여 자신의 트릭을 풀어보라는 도전장이자 페어 게임을 위한 사전 포석인 것. 그렇게 사전 고지를 해서일까. 기발한 쌍둥이 트릭을 작품 내내 끈덕지게 써먹는다. ㅎㅎㅎ 사실 지금이라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트릭이지만, 작품이 쓰여진 70년대를 감안한다면 거의 무적의 트릭이랄까...-_-;;; 



작품은 쌍둥이 강도단이 바보 경찰을 엿먹이는 이야기와 폭설 때문에 고립된 산장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다루는 이야기가 서로 엇갈리며 전개되는 구성이다. 사실 이 두 이야기를 보면서 거리도 멀고 연관이 없어 보일 것같은 이야기를 묶으려면 시간차 트릭을 두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엥? 두 사건이 동시간대의 이야기더라. -_- 머...사전고지까지 한 마당에 앞의 쌍둥이 강도단의 이야기가 충분히 복선이라는걸 알면서도 결말의 반전을 보고 또 놀라는 본인을 보면서 그냥 멍충이 같다고 느꼈다. 사실 범인을 맞추는 것도 잊을 정도로 이야기 자체에 몰입해서 그냥 정신 빼놓고 읽은 것 같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변주하는데, 인디언 인형대신 볼링핀을 사용하고, 살해현장에 발견되는 쪽지의 그림을 단서로 퍼즐적 요소도 제시한다.(근데 일본에 살지 않는 이상 맞출 가능성은 제로) 다만 작품 안에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트릭을 스포일러 한다. 본인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안봤는데....어차피 안 볼 예정이니 상관 없지만서도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앞서 언급했지만 무려 50년전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데뷔한 85년보다도 14년이나 이르다. 휴대폰도 없고 컬러 TV도 출시된지 얼마 안됐는지 유독 '컬러'TV를 강조할 정도다. 그렇게 오래된 작품인데도 읽으면서 전혀 위화감이 안든다는게 놀라웠고, 정말 흔하다면 흔한 설정인데도 뻔하지 않았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비약적인 부분도 더러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의 복잡 다단한 설정의 클로즈드 서클보다 단순하면서도 명징한 구성은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런게 바로 클래식의 매력이란 건가. 622편이나 쓴 작가인데 국내에 그의 작품이 처음 출간되는게 이상할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