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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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2020년 개정판 2쇄)

저자 - 시마다 소지

역자 - 한희선

출판사 - 검은숲

정가 - 15500원

페이지 - 518p



신본격의 전설적 작품이 전설적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롭게 재탄생 되다



사건 1. 

우메자와가의 장남 헤이키치가 작업실에서 사체로 발견됨

- 후두부에 둔기를 맞고 사망

- 작업실 내부는 완벽한 밀실상태

- 작업실 밖 창가에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들

- 쪽문에서 출입문으로 이어지는 남자와 여자의 발자국

- 헤이키치는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였음

-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


사건 2. 

- 우메자와가 장녀 가즈에가 자택에서 사망

- 꽃병에 머리를 가격당해 사망

- 3면의 거울 앞에서 죽음

- 사망당시 자궁내에서 정액발견

- 3면 거울로 침입자를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사망한걸로 보아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


사건 3. 

- 우메자와가 헤이키치의 딸과 남동생 우메자와 요시오의 딸들 6명이 한꺼번에 음독살해

- 시체는 시간차를 두고 동경 138도 48분에 걸쳐 발견

- 발견된 사체는 각 부위가 분절되어 발견됨



그리고 발견된 한 권의 미스터리한 수기.

이것이 전설로 불리는 점성술 살인사건의 시작이다.

 


신본격의 시조새라 불리는 '시마다 소지'의 데뷔작이자 최고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점성술 살인사건]이 작가 '시마다 소지'의 손을 거쳐 새로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명성은 수차례 들어왔지만 추리 구력이 짧은 본인은 이 작품을 그저 소문으로만 접했었다만 드디어 개정판으로 영접하게 되었다. 충격적 설정과 잊혀지지 않은 기똥찬 트릭으로 본격 마니아들 사이에서 수없이 회자되는 그 작품을 이렇게 만나게 되니 뭔가 목욕제계라도 하고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_-;;; 좌우간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우선 그 문제의 수기가 본인을 맞이한다. 무려 40년전 우메자와 헤이키치가 직접 쓴 걸로 보이는 수기에는 자신의 여섯 딸들을 제물삼아 최강의 비너스인 아조트를 만들고자 하는 집착과 광기가 한가득 쓰여있었다. 유독 점술에 의지하는 경향이 많다는 일본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생전 처음 전문 점성술 용어와 현자의 돌을 위시하는 연금술이 짬뽕돼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헤이키치는 돌멩이를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 대신 살아있는 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미의 여신 아조트를 빚어내는데 연금술을 접목하는 것. 자신의 소중한 것을 바쳐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법. 이것은 '에드'가 그렇게 외쳐대던 등가교환의 법칙 아니던가! 어쨌던, 오직 일본인만이 낼 수 있는 십덕후 스러운 음산한 분위기와 뒤틀린 개똥철학이 듬뿍 버무려진 이 도입부는 확실히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어서 무대는 현재로 넘어온다. (현재라지만 1980년대이니....지금으로부터 40년전이 배경인 거다. ㄷㄷㄷ 이거슨 40:40:40의 법칙인가?!!!) 점성술사 미타라이와 일러스트레이터 이시오카가 40년전의 엽기적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범인에 대해 논의 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미타라이는 괴팍하고 신비스러운 성격의 홈즈와 같은 역할을, 이시오카는 투덜투덜 불평하면서도 미타라이를 돕는 왓슨의 롤을 수행한다. 이렇게 둘의 대화를 통해 3건의 사건을 독자에게 설명한다. 어쩔 수 없이 독자도 이 희대의 기괴한 사건에 참가 시키는 것이다.



이후부터는 여타 신본격과 마찬가지로 떡밥과 진실이 난무하는 무대에서 작가가 던지는 힌트를 잘 주워담으며 범인을 유추하는 것 뿐. 다만 2건의 밀실살인에 6구의 시신훼손이라는 전대미문의 살육 사건을 모두 조합해야만 비로소 진실과 마주할 수 있으니...-_-;;; 뭐 본인은 애초부터 두 손, 두 발 다들고 GG쳤다. 그저 작가가 만들어 놓은 이 집요하고 음울하며 기괴한 설정에 빠져들어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무려 400페이지에 걸쳐 40년전의 사건을 파헤치다 보면 결국 광기의 살인에 숨겨진 진실은 오히려 인간의 단순한 악의에서 비롯되는 거라는걸 깨닫게 된다. 충격적 설정에 매몰되다 보면 진실을 보지 못한 채 범인이 만들어 놓은 껍데기만 쫓는 다는 말인데 이 역시 결말을 읽고서야 느끼는 소회이니 ㅠ_ㅠ 허허... 본격추리가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이 트릭을 과연 몇명이나 맞출 수 있겠는가. (아닌가?)



어쨌던, 줄기차게 힌트를 주고 두 번에 걸쳐 작가가 직접 트릭을 맞춰 보라며 독자에게 도전장도 내민다. 그런데 막상 트릭을 보고나니 언젠가 봤던 것 같은 기시감을 느꼈는데 허허. 이 핵심트릭이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무단으로 가져다 썼단다. 아무래도 김전일을 통해 접했던 기억이 떠올라 기시감인줄 알았나보다. 젠장할... (그래서 김전일 원작가 '아마기 세이마루'가 그렇게 가루가 되이도록 까이는구나.) 하지만 이제는 다른 작품에서도 유사한 설정이 쓰일 정도로 신체훼손의 대명사가 된 트릭을 최초로 만들어내고 여기에 또다른 밀실요소와 점성술, 연금술을 접목해 500페이지의 볼륨으로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자체가 이미 레전드의 요소를 갖추는 증거라 평하고 싶다. 신본격은 모 아니면 도다. 한가지 사건으로만 줄기차게 이야기를 끌어가다 마지막에 뒤통수 후려치는 신박한 트릭으로 독자를 강타해야만 기억에 남는 장르가 이 본격이라는 장르이다. 설령 그 과정이 조금 지리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독자의 뇌리에는 트릭만이 남을테니. 그런데 40년이 넘도록 이렇게 회자되고 새로이 개정판으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건, 2020년에 읽어도 전혀 위화감 없이 독자를 전율케 할 수 있는 여전히 통하는, 아직 살아있는 트릭이기 때문이라는 반증이다. 더군다나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_-;; 허허... 현존하는 작가의 이름을 딴 시마다 소지 상이 괜히 있는게 아닌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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