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왕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지음, 송섬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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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왕 1793 (2019년 초판)

저자 - 니클라스 나트 오크 다그

역자 - 송섬별

출판사 - 세종

정가 - 16000원

페이지 - 479p



역겹고 끔찍하다! 하지만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장르 불문 서양의 팩션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사도 난해한데 서양의 역사는 알지도 못할 뿐더러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인지도 분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이 책이 출간됐을때 패스했건만....늦게라도 이 대박 작품을 읽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고 지나쳤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를 극강의 빅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랄까! 엽기적 행위를 통해 개인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인간 밑바닥 악의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일본의 하드고어와는 성격이 다른 엽기적 고어가 일방적으로 통용되던 진정한 지옥같던 시대에서 벌어지는 고어가 전신을 감전시키 듯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하긴...이 작품은 굳이 인간의 근원적 악의를 언급 할 의미가 없다. 캐릭터 모두가 변태 싸이코패스들이라서.... 



[1793년 가을]

쓰레기가 떠다니는 똥물에 뭔가가 떠오른다.

전쟁통에 한쪽 팔을 잃은 주정뱅이 방범관 카르델은 똥물에서 그것을 건져올린다.

그것은 시체였다.

아이가 심술이나 사지를 부러뜨린 장난감 처럼

양 팔과 양 다리가 절단되고

이빨과 혀가 전부 뽑혔으며

안구는 적출돼 공허한 눈구멍이 드러나있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참혹하고 끔찍한 몰골.

게다가 사지를 한꺼번에 잘라낸게 아니라 

한 쪽씩 수개월에 걸쳐 잘라냈음을 깨닫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체의 발견에 천재 수사관이라 불리는 빙에가 나선다.


[1793년 여름]

전쟁에 차출되어 군의관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의술을 배웠던 블릭스는

전쟁이 끝나고 17살의 나이에 빈털털리가 되자 의사가 되고자 의과대를 찾는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없음을 깨닫고, 블릭스를 가엾게 여긴 의사는 블릭스에게

돈을 적선한다. 

블릭스는 그 돈을 종잣돈으로 부자들을 등치는 사기꾼이 되는데......


[1793년 봄]

수도원에서 엄마와 생활하던 안나는 엄마가 병으로 죽고 자신의 힘으로

과일을 팔며 살아간다. 

하지만 마을에는 과일 대신 몸을 팔아 살아간다는 헛소문이 돌고

결국 안나는 풍기문란죄로 여성 범죄자들이 수용되는 수용소에 갇힌다.

하루종일 방적일을 해야 하는 수용소에서 지옥을 목도하는데.....


[1793년 겨울]

마침내 스톡홀름에 부는 차가운 바람과 같은 서늘하고 참혹한 진실이 드러난다.

늑대왕의 정체는?!!!!



앞서도 언급했지만 한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 미국도 아니고...스웨덴 역사를 본인이 어찌알리오. -_-; 팩션이라는데 뭐가 역사고 뭐가 픽션인진 모르겠다. 그냥 읽는다. 페이지가 넘어간다. 오호!~ 처음부터 입에 담기도 끔찍한 시신이 발견되고, 시체를 발견한 방범관 카르델은 그냥 또라이 난동꾼과 진배없고, 천재 수사관 빙에는 폐결핵에 걸려 돌아다니는 것 조차 힘에 겹다. 뭐지? 정의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들은? 게다가 시대는 암울하기 짝이 없어 선인은 사기꾼들에게 사기당하고 빚쟁이로 몰락하여 죄인이 되고, 수용소에서 죽을때까지 노역을 하는 운명에 빠지는 범죄의 시대. 폭력, 매춘, 살인, 협잡, 사기가 판치는 암흑의 시대 속에서 카르델과 빙에는 저마다의 목적을 갖고 정체 불명의 시신의 진짜 정체를, 그리고 그토록 끔찍하게 살해한 살인마를 찾아 나선다. 뭣보다 시체의 상태를 보면서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리턴]을 떠올렸다. 사지절단된 신체에 성적 충동을 느끼는 '아크로토모필리아' 페티쉬의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닌가. 물론 이 사지절단남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련다. 



전개역시 독특하다. 시간의 역순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구조는 강렬한 사건을 던지고, 그 이유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면서 각 캐릭터의 사연과 사지절단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고 이어지는지를 보여주게 된다.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다 막판에 핵폭탄을 투척하는 기존의 스릴러의 전개와는 정반대인데, 의문에 쌓였던 사건의 실체가 풀리는 맛이 기존의 스릴러와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여 꽤나 효과적으로 먹힌다. 솔직히 말하자면 1부까지는 그냥 저냥 읽었더랬다. 사건 자체는 충격적이나 사건을 수사하는 빙에나 카르델은 그다지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배경의 확 바뀌면서 펼쳐지는 2부의 블릭스 이야기부터는 정말로 책속에 빨려들어갈 정도로 몰입하게 됐다. 2부에서 3부로 이어지는 블릭스와 안나의 이야기는 정말로 이 작품의 백미이자 하드고어 팬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이야기랄까. 물론 모든 전말이 밝혀지는 4부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꼽으라면 모든 고어가 집약된 2부를 꼽고 싶다. 솔직히 마지막 결말은 살짝 비약이 지나친듯 했다.



무질서와 범죄가 횡행하는 극악의 시대에 살인은 눈하나 깜짝 안할 인간들이 벌이는 이야기들이라 잔혹의 수위가 상당하다. 웬만한 고어는 명함도 못내민다는 말이다. 심신이 미약하다면 조금 힘들지도...-_- 하지만 그냥 잔인하기만 했다면 그저 악의에 찬 작가의 분풀이였겠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나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능력이 워낙 출중하니 스릴러 마니아라면 일단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진짜 끝내준다 .롤러코스터 같은 카타르시스. 유혈마저 얼어붙을 듯 한 냉혹한 북유럽 스릴러의 진수. 대박이란 수식은 이런 작품에 쓰라고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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