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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 : 교화장 ㅣ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이연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심리죄 : 교화장 (2020년 초판)
저자 - 레이미
역자 - 이연희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50p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끝없이 전이 되는 악의의 굴레
중국 추리도 이렇게 엔터테인먼트 하다! 라는걸 보여준, 뭔가 기존 중국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린 인기 시리즈 [심리죄]가 다시 돌아왔다. 전작 [심리죄 : 프로파일링]으로 엽기적인 연쇄살인범의 심층 심리를 분석하고 인간의 기저심리를 파헤쳐 살인범과의 한판 대결을 펼치는 범죄학부 대학생 팡무의 활약을 그렸었는데 이번 작품 [교화장]에서는 학부생이었던 팡무가 형사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내용을 담게 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말라'에 충실한 팡무는 전작에서도 인간적인 연민으로 중심을 잃기 일쑤였는데, 경찰이 된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로 공과 사의 경계에서 그의 인간적 고뇌는 한층 더 깊어진다.
대학생 뤄자하이는 은사를 찾는 생방송 TV프로그램에서 백합꽃다발 뒤에 숨겨둔 칼로 선생을 찔러 살해하고, 이 장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된다. 이후 경찰에 체포된 뤄자하이는 실종된 두명의 여동기들이 있는 장소를 자백하고, 경찰은 그곳에서 수십군데 자상을 입고 숨진 쌍난난과 손목의 동맥이 끊겨 죽은 선샹을 발견한다. 뤄자하이가 재판에서 사형을 받게 될 것은 불보 듯 뻔한 일. 모든 것을 놓은 뤄자하이는 체포직전 마주했던 팡무를 불러 자신의 살해 동기를 이야기 한다. 과거의 상처를 입고 대인기피, 결벽증에 걸린 선샹과의 애틋한 사랑. 그리고 둘 사이를 갈라놓은 쌍난난의 계략. 그리고 뤄자하이의 폭주....인간적으로 뤄자하이에게 공감한 팡무는 직접 재판에 증인으로 올라 뤄자하이의 사형 면제를 증언한다. 그리고 최종 공판 전. 뤄자하이가 삼엄한 감시를 뚫고 탈옥하는데.....
교화장. 교화란 무엇인가? 가르치고 이끌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을 의미한단다. 사람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은 사회에서 이격되 자신만의 껍질속으로 숨어들게 마련이다. 마치 뤄자하이의 여자친구 선샹처럼 말이다. 그런 이들을 다시금 본래의 사회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수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은 자명한 일. 그런데, 정말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들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방법이 있다. 위험하고, 끔찍하며, 불법적이지만....효과만점의 방법.
작품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함무라비 법전이다. 내가 당한 만큼 똑같이 되갚아 준다. 설령 그것이 살인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내 사람들은 성자가 아니기에 왼 뺨에 싸대기를 맞고서도 오른 뺨을 내밀 수 없다. 뒷일 생각할 것 없이 곧장 상대놈의 왼 뺨에 주먹질을 날리는 것. 그게 세상 살아가는 방식아니겠는가.
자. 내 인생을 철저히 무너뜨린 망할놈의 원수가 내 발아래 무릎 꿇고 있다. 두눈이 가려지고, 손발이 묶인채 나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내 손에 들린 쇠망치 한방으로 이 놈을 단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단죄와 용서. 용서와 단죄. 당신이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내 선택을 지켜보는 사람들. 그리고 이 선택이 야기되는 더러운 음모들.
스키너의 심리상자, 사이코드라마, 범죄심리학, 프로파일링 등등 실제 심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이것은 거대한 심리 실험실이다. 끔찍한 살인사건들 속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과 거짓된 정의에 공분하게 될 것이다. 팡무의 고뇌에 공감하고 파멸을 향해 치달아 가는 결말에 허망함을 느끼게 된다.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새로운 싸이코 패스 빌런의 탄생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부는 끝없는 복수의 굴레를 뒷받침 하는 비극의 전초이자 추후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11억 회 재생이라는 경이로운, 대륙이기에 가능한 기록을 보유한 원작 소설인 만큼 뛰어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