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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윈도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7
A. J. 핀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9년 9월
평점 :
우먼인윈도 (2019년 초판)_모중석스릴러클럽047
저자 - A.J.핀
역자 - 부선희
출판사 - 비채
정가 - 15800
페이지 - 619p
창가 앞 위태로운 그녀
굵직한 '뉴욕타임스 40주 베스트셀러'를 필두로 깨알같이 박힌 무려 8가지 타이틀이 이 작품의 재미를 대변하는 핫한 스릴러 [우먼 인 윈도]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여성을 원톱으로 하는 많고 많은 심리스릴러 홍수 속에서 이토록 대중들을 끌어당기는 독특한 차별점은 무엇일까? 일인칭 서술로 끌어가는 심리스릴러는 불안정한 화자의 주관적 이해, 기억의 왜곡, 현실과 망상의 혼재, 인식의 누락 등 여러 틈 속에 복선을 심어두고 대망의 반전을 준비한다. 그러나 결말은 결말이고 작품의 성패는 그 주인공에게 얼마나 이입하고 공감하느냐가 관건인데 그런면에서 봤을때 과거의 비극적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광장공포증에 걸려 집밖으로는 한발짝도 나갈 수 없는 주인공의 폐쇄적 환경으로 인한 단절감과 공포는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극단의 서스펜스를 전염시킨다.
창가 앞 그녀가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유.
창가 앞 그녀가 목격한 끔찍한 살인.
현실과 망상이 어지러이 교차하고,
진실은 교묘하게 은폐된다.
1년 가까이 남편과 딸과 별거하며 홀로 집안에 틀어박혀 창밖을 주시하는 전직 소아 심리상담사 애나 폭스는 집앞 공원 건너편에 새로 이사온 집에 관심을 두고 시든때도 없이 이웃집을 향해 디지털 카메라의 줌을 당긴다. 그러던중 이웃집의 아들 이선이 이사선물을 들고 찾아와 애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짧은 대화에서 이선의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직감하고 이웃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진다. 이웃집을 지켜보는 시간은 점점 늘어만가던중 이웃집 거실에 있던 부인 제인이 애나의 엿보기를 목격하고 애나의 집을 찾아온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제인과 애나는 서로 와인을 마시며 친구와 같은 유대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날밤...이웃집으로 부터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명소리에 집밖을 나갈 수 없는 애나는 이웃집으로 전화를 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일이 없었다는 이웃집 남편의 대답뿐. 이웃집 남편의 의혹이 증폭되며 이웃집 거실을 관찰하던 애나는 충격적 장면을 목격한다. 어두컴컴한 거실안 제인의 가슴에 칼이 찔려 피투성이가 된채로 거실 유리 앞에 서있던 것이다.....경악에 빠진 애나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정신없이 문밖으로 발을 내딛지만....순간 그녀를 덮치는 공황발작에 정신을 잃고....다음날 경찰과 함께 그녀의 집으로 이웃집 남편.....그리고 분명 죽음을 목격한 그녀가 찾아왔다?!!!! -_-;;;;
일련의 일인칭 여성 심리스릴러를 봐오면서 이제는 공식처럼 통용되는 단계적 상황에 따른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눈에 보이는듯 하다.
관심 - 관찰 - 목격 - 의심/의혹 - 증거수집 - 부정(주변인) - 거부 - 분노 - 폭주 - 혼란 - 포기/수용 - 충격(진실) - 위기 - 평화
순서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이런 14단계 심리상태를 거치는 구성을 보게 되는데, 독자의 뒷통수를 후두려 치는 진실이 밝혀지는 반전의 '충격' 단계가 추리소설의 백미이겠지만 개인적으론 주변인들에게 모든 주장을 부정 당하고 현실과 망상의 불분명한 경계에서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극단적 심리상태에 몰려 폭주해버리는 주인공을 볼 수 있는 '폭주'단계가 스릴러 작품의 가장 볼거리라 생각한다. 무려 육백페이지에 걸쳐 착실하게 애나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세밀히 묘사하고 그런 그녀가 숨겨왔던 비밀이 주변인들에게 까발려지는 동시에 쌓여왔던 감정이 일순간 폭발하는 순간 내내 심드렁했던 본인조차도 처음으로 무너져내린 그녀에게 동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녀의 고통을 통감하고 상황에 몰입하게 됐다는 말이다. 그냥 의사가 시키는대로 꼬박꼬박 약이나 챙겨먹고 또렷한 정신상태로 논리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믿을 말들을 신경안정제와 술로 칵테일을 만들어 들이키며 눈은 풀리고 혀는 꼬여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이야기 하니...어느누가 그런 이의 말을 곧이 곧대로 듣겠는가....-_-;;;; 허허...
이웃집 살인 목격, 폐쇄적 공간의 단절. 기본 설정만 본다면 '샤이아 라보프'가 주연했던 영화 [디스터비아]를 떠올리게 하는데 전자발찌로 집밖을 나갈 수 없었던 '샤이아 라보프'가 젊은 패기와 기질로 경쾌하게 위기를 헤쳐나가던 영화와는 달리 이 작품의 경우 광장공포로 인한 세상과의 격리 그리고 자신이 머무는 집이란 단절된 공간적 요소가 애나의 위태로운 심리를 대변하는 기재로 작용한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자신만의 공간이 타인에게 침범당하면서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극도로 상승하고 그녀를 위협하는 공포의 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애나를 옥죄는 압박도 뛰어났지만 물론 작품 내내 뿌렸던 떡밥과 복선들을 아우르는 결말의 충격적 반전 역시 탁월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까 말이다. (본인이 둔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실로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은 공황발작 유발 관음 스릴러였다. 약술 칵테일에 쩔어 정신못차리는 흐리멍텅한 모습을 연기할 '에이미 애덤스' 주연 영화도 빨리 만나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