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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내가 죽였다 (2019년 초판)
저자 -
정해연
출판사 -
연담L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58p
내가
죽인 시체를 대신 처리해준 그는 누규?
CJ ENM X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차지한 '정해연'작가의 작품이 출간되었다. (참고로 대상은 윤홍기
작가의 [일곱번째
배심원]이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살인범의 정체 보다는 why done it과 who done it 이 전개에 중요한 지점이
되는 작품일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했던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극을 주는 작품이었다.
여의도
변두리 5층 빌딩 한켠에 변호사 사무실을 꾸리고 불법 스캔 소설을 업로드한 사람들에게 저작권 위반 메일을 보내고 합의금을 뽑아 생활하는 변호사
김무일에게 건물주가 찾아온다. 건물주는 김무열에게 7년전 월세를 체납하여 홧김에 302호 세입자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했고 그곳에서 자신을 덮치는
세입자와 몸싸움 끝에 드라이어 줄로 목을 졸라 죽였다고 고백한다. 7년전 당시 세입자는 자살로 처리되었으나 그동안 마음을 짓누르던 죄책감을
벗어버리고자 자수를 계획하고 있고 변호사 김무열이 자신의 살인사건의 변호를 맡아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자세한 상황을 묻던 김무열은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건물주가 세입자를 죽인 그 순간 어느새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302호 안으로 들어와 직접 살인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검은 옷의 남성이 건넨 말은 더욱 미스터리하다. 건물주에게 모든것을 잊는다면 세입자의 죽음을 자살로 처리해 주겠다는 것. 당황한
건물주는 바로 자신이 사는 5층집으로 도망치고 다음날 정말로 세입자는 자살로 처리된다. 7년전 당시의 정황을 모두 이야기한 건물주는 다음날
경찰에 자수하기로 변호사와 협의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나선다. 그날 저녁 변호사 김무열은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빌딩에 살고 있는 형사 신여주를
찾아 건물주의 자수를 논의하고...빌딩으로 귀가하던중 5층에서 누군가 몸을 날리는 것을 목격한다. 서둘러 투신자를 확인한 김무열과 신여주는
충격을 받는다. 5층에서 몸을 날린 자는 바로 다음날 자수를 예고했던 건물주였기 때문이다.......
우발적 살인 그리고 그 현장을 목격한 남자.
그들의 비밀을 전제로한 기묘한 거래....7년만에 침묵을 깨트린 댓가는 죽음이었다!? 불현듯 인터넷에 짤로 떠도는
일본 설녀와의 약속을 깨트리고 죽음을 맞는 만화('타카하시 요우스케'의 [공포만화]중 한장면)가 떠올랐다. 검은 옷의 남자는 악마이고 악마와의
계약을 깨트린 건물주는 악마의 저주로 5층 창문에서 내던져진 것일까?....라는 망상은 불과 몇페이지만에 무참히 깨져버리니..-_-;;;
ㅎㅎ 요즘 너무 오컬트물을 많이 봐서 혼이 아픈가보다....ㅠ_ㅠ
그런데 이후 변호사 김무열과 신여주 경장이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파헤치는 진실들은 차라리 본인의 뇌내망상대로 가는게 더 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추악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사실 바로 얼마전까지도 비선실세 스캔들로 전국이 충격의 도가니에
빠져있었으니, 웬만한 픽션보다 더 어메이징하고 아스트랄한게 현실 아니던가...그러니 발빠른 작가들은 이 엄청난 소재로 조만간 소설하나 쓰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직까진 관련자들이 재판중이다 보니 이 거대떡밥을 소재로 사용하기엔 부담감이 있는것 같고, 대신 비선실세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의
사건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한 것일까? 어찌됐던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작품속 음모론과 사건들이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했다는건 검색창에 관련 키워드만 넣어도 줄줄이 뜨는 기사들로 금새 확인할 수 있을듯 하다.(작품에서 소재로
다루는 사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국가권력이 개입한 거대한 음모와 가차없는 은폐형
꼬리자르기 앞에서 일개 나약한 개인인 무열과 여주는 검은 무리들의 끊임없는 협박과 위협에 굴하지 않고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기지로 베일에
쌓여있던 검은 조직의 실체에 접근해 나간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무모한 도전과 불굴의 의지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그들의 신념이 촛불을 들고 세상을 바꿔낸 국민민들의 용기와 맞물려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더불어 생명을 넘나드는
위협속에서도 더욱 강한 신뢰와 사랑으로 연결되는 무열과 여주의 러브모드가 짙은 어둠을 핑크빛으로 밝혀주어 무거운 분위기의 부담감을 덜어주는듯
하다.
한 책상 안에서 발견된 테블릿 PC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듯 이 작품에서도 전자기기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 증거로 사용되는데, 개인적으론 휴대성이나 안전성, 보안성이 너무나 취약한 기기라
현실적으로 맞지않는 허술한 설정이 아니었나 싶어 아쉬웠다가도 현실은 태블릿 PC안에 담긴 몇 건의 문서만으로도 발칵 뒤집히는
세상이니...허허...뭐가 맞는건지 모르겠다. -_- 그저 혼란하다....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모부처의 유체이탈 화법 사과까지 그대로
작품에 반영하는 날카로운 사회비판 스릴러이다. 비록 세상은 암울하고 온갖 비리와 음모가 넘쳐나지만 그래도
현실에서도 무열과 여주 같은 정의로운 사람들의 존재를 꿈꾸게 만드는 희망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