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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ㅣ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평점 :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2019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8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09p
AGAIN. 감건호 X 고한읍 크로스!!!
2019년에만 벌써 4번째 작품(개정판 [색, 샤라쿠]포함)을 출간하며 실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김재희'작가의 신작이자 한국추리문학의 계보를 잇는 시리즈 한국추리문학선의 여덟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경성 탐정 이상]시리즈와 같은 역사 팩션을 근간으로 한 작품들을 내놓던 작가의 오랜만에 현대물로의 복귀작이자 짠내나는 '감건호' 프로파일러 세번째 시리즈이다. 전작 [표정없는 남자]에 이어 1년만에 허세가득한 여린 마음의 소유자 '감건호'를 다시 만난것도 반갑기 그지없지만 그와함께 한국최초의 추리마을이자 추리작가들의 성지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의 아름다운 풍광을 다시 만나게된 것도 내심 기분좋은 만남이었다. 뭔말인고 하니, 이번 작품의 주무대인 고한읍이 '감건호' 프로파일러의 첫번째 방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1년전에 출간된 고한읍을 주제로 10명의 추리작가가 써낸 추리 단편 앤솔러지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에 실렸던 작가의 단편 [야생화를 기르는 그녀의 꽃말]에서 이미 '감건호'는 고한에서 사건조사를 경험했던 것. 피바람이 끊일 날이 없는 고담시티...고한이로다. ㅎㅎㅎ
인기 방송인이었던 프로파일러 감건호는 세월이 흐르면서 감도 떨어지고 프로파일의 적중률도 크게 떨어져 맡았던 프로그램이 하나, 둘 폐지되고 어느새 자존심만 남아있는 고집센 꼰대 끝물 방송인이 되버린다. 이제 마지막 남은 방송이라도 붙들기 위해 방송국에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르포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가까스로 통과된다. 이번 <감건호의 미제 추적>에 프로파일러의 모든 것을 건 감건호는 2년전 고한읍에서 벌어진 미제 실종사건을 다루기 위해 사전조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여전히 감떨어진 모습만 보이는 것을 우려한 방송국은 한창 인터넷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추리카페 '왓슨추리카페'의 운영진에게 방송출연을 부탁하고 졸지에 감건호 VS 추리청년들의 추리 대결구도가 형성되는데.....살아남으로면 미스터리한 실종사건을 시원하게 해결하여 새파랗게 젊은 청년들을 찍어 눌러야만 한다!!! -_-
만항재에서 10분거리 딸 김미준과 어머니 전선자가 함께 살던 야생화 아파트
402호 김미준의 방에서 다량의 혈흔과 함께 김미준이 실종된다.
방안에는 김미준의 다량의 혈액이 흩뿌려진 상황. 자해 후 가출한것으로 판단한
경찰의 늑장대처로 김미준을 찾을 중요 단서는 이미 시간에 희석된 상황.
해당 시간대 고한을 떠나는 차량은 없었고 뒤늦게 주변 인근과 만항재까지
샅샅이 수색했으나 김미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자살인가?
타살인가?
단순가출인가?...
2년전 실종된 김미준을 찾아라!!!!
극 초반 실종자의 혈흔이 흩뿌려진 방을 샅샅히 조사하고 사건 당시 실종자의 심리를 유추하면서 사실적 프로파일기법과 현장감식기법을 토대로 다양한 가설과 추리들을 쏟아내며 실종자의 행방에 대해 독자를 교란시킨다. 또한 '감건호'와 왓슨추리연맹 그리고 실종자의 엄마가 의뢰로 조사를 하는 청년 탐정사무소까지 무려 세팀이 실종사건에 뛰어드니, 한팀이 사건 조사에 막혀 루즈해 지려는 찰나 다른 팀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잡고 수사를 이어 나가면서 빠른 사건전개와 시원한 장면전환으로 사건에 흡인력을 가져다준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청년들의 기지와 사설탐정의 노력이 흥미를 돋우지만 역시 작품의 '진'주인공 '감건호'를 빠트릴 수 없다. 청년들에 만만치 않게 (다른 의미로) 작품 내내 커다란 활약을 펼치기 때문이다. ㅎ 감건호 사단의 감건호와 박피디, 왓슨추리연맹의 주승, 민호, 선미, 진영, 청년 탐정단의 정탐정과 공탐정까지 여러 개성넘치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본인과 비슷한 연배의 '감건호' 프로파일러에게 가장 애착이가고 마음이 쓰였다. 방송인으로서 전성기가 지나고 감도 떨어져 프로그램도 전부 폐지되는 위기상황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젊은 피 청년 탐정들에게 밀려나 뒷방 노인네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깽판치며 객기 부리는 전형적인 눈살 찌푸려지는 꼰대의 모습...ㅠ_ㅠ 살아남기 위해 핏발 세우며 으르렁대는 '감건호'의 모습이 왜 이렇게 애처롭게 보이는 것인가....'아저씨 [표정없는 남자]에 나올때만 해도 이러지 않으셨잖아요..ㅠ_ㅠ' 위기에 빠진 중년남의 생존을 향한 짠내나는 고군분투에 이리도 감정이입 하는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어가나 보다..OTL...어쨌던,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만 유지하는 가공의 캐릭터가 아닌 시리즈를 거듭하며 우리와 함께 나이를 먹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츰 변화해가는 캐릭터 '감건호'를 보면서 실제로 살아있는 이를 보는듯한 생동감 넘치는 현실감을 느끼게 하고 그자체로 캐릭터에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전한다. 진지하고 무거운 사건의 긴장을 풀어주는 이런 유쾌한(?) 에피소드도 작품을 풍성하게 하는 요소이리라.
어쨌던 '감건호'는 그동안의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프로파일러와 경찰 인맥을 동원하여, 왓슨카페 청년들은 실종자의 SNS를 뒤지며 웹서치를 통해, 청년 탐정사무소의 탐정은 직접 주변을 탐문하며 몸으로 부딪혀, 그렇게 얻어낸 작은 정보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실체를 알 수 없었던 진실에 근접해 가는 모습은 뻐걱 대기만 하던 오합지졸들이 어느새 마음을 트고 손발을 맞추며 합심 공조하여 풀리지 않는 미제사건을 해결해 내는...그런 훈훈한 미스터리의 묘미를 자극하며 슬며시 미소짓게 만든다.
흥미로운 사건과 만항재의 고즈넉한 정취가 풍기는 고한, 그리고 독기 품은 '감건호'와 불안한 내일이지만 패기하나로 극복하는 청년들까지....물과 불 처럼 섞일 수 없을것 같았던 신구세대의 유쾌한 콜라보레이션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더불어 속편을 예고하는 에필로그를 보니 이 작품은 '감건호' 프로파일러 세번째 시리즈이면서 청년 탐정 시리즈의 비긴스라고 봐야하는것 아닌지 모르겠다.ㅎㅎㅎ
이로써 '김재희' 평행우주가 +1 확장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