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반양장) - 완결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단숨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삼체 3 : 사신의 영생 (2019년 초판)

저자 - 류츠신

역자 - 허유영

출판사 - 단숨

정가 - 17500원

페이지 - 803p



레전드에 걸맞는 더할나위 없는 최고의 마무리

보아라, 이것이 중국의 SF다! 



중국 SF의 신화!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중국에게 안겨준 바로 그 작품. [삼체]의 마지막 3부가 드디어 번역출간되었다. ㅠ_ㅠ 작년말경부터 출간될거란 소식만 줄기차게 들어왔는데, 드디어 실물로 영접하게 된 것이다. 2013년 [삼체 1부], 2016년 [삼체 2부] 그리고 2019년이되서야 [삼체 3부]가 나왔으니...3년 간격의 출간은 정녕 의도된바였던 것인가!!???...어찌됐던...사실상 2부에서 시리즈를 완결짓는 깔끔한 결말로 인하여 더이상 어떤 이야기를 펼칠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궁금하고 호기심을 자극했었는데 이렇게 무려 800페이지의 볼륨으로 만나게 되니 작가가 생각하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주의 시작과 끝이라는 거시적 우주관에 대해 접하고 그가 그리는 우주를 함께 꿈꿔볼 수 있어 너무나 환상적이고 감격스러운 시간이었던것 같다. ㅠ_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대륙의 깊이있는 철학과 실존하는 과학이론과 기술이 접목되어 인류의 지성으로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우주의 본질을 말하니 이것이 진정한 동양의 하드SF의 정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서양의 SF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동양적 사고의 이야기가 그들에게도 새로움으로 다가왔기에 아시아 최초로 휴고상을 수여했으리라 생각한다. 얼마전 허블에서 출간된 [나인폭스 겜빗] 역시 구미호 설화를 바탕으로 한 SF가 안타깝게도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휴고상의 문을 두드렸던만큼 동양의 문화를 효과적으로 SF에 녹여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유니크한 SF가 될 수 있다는걸 [삼체]를 통해 여실히 깨닫게 된다.  


* 3부의 이야기를 위해선 앞선 1,2부의 스포성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음을 주의 하시길. 



[1]

모든것은 지구에서 우주로 쏘아진 단 하나의 전파에서 시작되었다. 


격랑에 휘말린 문화 대혁명시대 끝없는 광기에 인간 본성의 끝을 목도한 예원제는 인간존재에 회의를 느끼고 인류의 종말을 고하는 삼체 행성으로의 교신 전송 버튼을 누른다.


'이곳에 오십시오. 나는 당신들이 이 세계를 얻는 것을 돕겠습니다.
우리 문명은 이미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었습니다.
당신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지구와 삼체 성계까지의 거리는 1광년. 인류보다 앞선 과학문명을 갖고 있지만 슈퍼컴퓨터로도 예측할 수 없는 삼체 행성문제로 야기되는삼체행성의 타는듯한 고온과 극저온의 극한환경은 삼체인들의 눈을 지구로 향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삼체인들은 지구침공을 위해 1차 공격선단을 출격한다. 


삼체 성계에서 지구도착까지 남은 시간 400년......



[2]

삼체 침공까지 남은 400년동안 인류는 여러 생존방안을 모색하지만 삼체에서 보낸 감시위성 지자의 교묘한 방해로 지구의 기초과학은 정지상태로 과학의 진보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지자를 통해 모든 상황을 감시당하지만 인간의 마음만은 꿰뚫어 볼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한 인류는 면벽자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인류의 대표로서 4인을 선발하여 지자의 감시속에서도 400년 후 삼체인에 대항할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것이 그들 면벽자의 임무...


그렇게 뽑힌 면벽자 뤄지는 삼체인이 보낸 파벽자의 위협을 각고의 노력끝에 물리치고 마침내 암흑의 숲이론을 깨닫는다.


암흑의 숲 이론의 역설을 통하여 지구와 삼체 성계를 동시에 멸망시킬 수 있는 방법을 놓고 삼체인과 최후의 협상을 벌이는 뤄지는 결국 삼체인의 지구침공 포기선언을 받아내고, 지구를 향하던 1차 선단은 태양계 밖에 머물면서 인류 문명과 공존하는 불편한 동거를 맞이한다. 


그렇게 인류는 무사히 존속하게 되는듯 싶었는데.......



[3]   

삼체인과의 문명교류는 박차를 가하고...그들의 도움으로 인류는 약간의 과학적 도약을 실현한다. 세월은 흘러 인류와 삼체성계를 멸망시킬 최후의 단추(검)를 움켜쥐고 있던 검잡이 뤄지는 백살을 훌쩍 넘어 다음 검잡이에게 인류의 단추를 넘기는 시점이 다가오고 2대 검잡이로 인류의 만장일치로 파벽자 프로젝트가 진행되기전 삼체 1차 공격선단을 감시하기 위해 감시 우주선을 띄워보내는 계단 프로젝트를 맡았던 과학자 청신이 선정된다. 평화의 시대 그녀의 공적과 동면을 통한 젊은 나이와 외모, 기품있는 자애로운 분위기가 인류의 마음을 매료시켰던 것이다. 그렇게 뤄지에게서 청신으로 인류 생존의 검이 전달된 순간.....


삼체 선단이 조종하는 물방울 우주선이 지구를 향해 급가속 하고.....

영원할 것 같았던 삼체인과의 우호적 관계는 종말을 맞이한다.........

풍전등화 같은 인류의 운명은?...

삼체인의 운명은?.....

우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1960페이지라는 무지막지한 볼륨을 자랑하는 3부작. 그중에서도 804페이지의 3부 [사신의 영생]을 단 몇 글자, 몇 문장으로 온전히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고로 지금 써내리는 몇 글자로 내가 느꼈던 작품의 흥분과 감동을 전할 수 없는것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깝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2부 [암흑의 숲]으로도 나름의 완결성을 갖는 끝맺음이었기에 3부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암흑의 숲 이론의 양날의 검같은 리스크가...위기를 잊고 거짓된 평화에 찌들어버린 인간의 타성에 젖은 나약함이 결국 멸망의 위기를 초래하게 될줄이야....



"한심한 벌레들. 호주로 갈 준비나 해!" _232p

"인류가 제멋대로 타락하는 시대는 끝났다. 여기서 살아남고 싶다면 전체주의를 다시 배우고 인간의 존엄을 되찾아!" _252p



삼체인과 인류의 명운을 건 2차전이랄까. 3부에서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삼체인의 고도문명의 지성체가 개미같이 미개한 종자를 압살해버리는 강자의 흉폭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1,2부에서 보였던 고도의 문명을 가진 고차원의 지성체 같은 이미지는 완전히 역전되어 냉철한 계산아래 최고 효율에 입각한 인류멸종의 프로젝트가 가동되는것. 폭정의 공포속에서 급격히 문명을 잃고 짐승으로 퇴화해가는 인류의 모습은 여느 우주전쟁을 다루는 SF와 비슷한 고도외계문명의 말초적 공포를 자극한다. 



2부에서도 핵심이었지만 3부에서도 암흑의 숲 이론이 인류의 목숨을 부지할 중요한 키로 거론된다.   


지름으로만 16억광년....그나마도 우주는 지속적으로 팽창되고 있다.

정말로 이 거대한 우주에 인간외의 지성체는 존재하지 않을까?....

작가는 그 이유를 암흑의 숲 이론으로 설명한다.



우주 역시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르고 있다면 자신이 속해있는 행성을 노출 시키는 것은

마치 사냥꾼에게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는 것과 같은 것. 

더 진보한 문명이 약한 문명을 압도적 힘으로 파괴하는 것은 

인간을 넘어 우주에 통용되는 공통법칙인 것이다.

우주의 수많은 문명체들이 우주의 암흑같은 어둠속에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는것. 

그것이 암흑의 숲 이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지구에서 우주를 향해 쏘아대는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시그널들은 외계인들에게 목숨을 내놓는 짓이겠지만....그나마 현재 인류의 낙후된 과학기술은 고도의 외계인들에겐 신경쓸 가치도 없는 미개한 행성으로 보여 그냥 두는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는데.... -_-



중반부 삼체 우주선에 끌려간 인간이 인류의 존속을 위해 메시지를 숨긴채 전하는 3편의 동화는 진정 이 3부의 백미로 꼽을 수 있을것 같다. 동화 자체로도 중국 설화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여기에 이중, 삼중으로 숨겨진 메시지가 하나씩 풀릴때마다 전신을 휘감는 전율은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현실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SF지만 이렇게 은유와 함축적 기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개방식은 독자에게 수수께끼를 내고 풀게 만드는 듯 호기심을 자극하고 수수께끼의 답이 풀릴때 강렬한 반전의 쾌감을 안기며 작품 자체에 몰입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인류의 생존을 향한 장대하고 기나긴 여정과 함께 인류의 존속과 인간다움의 기로에 놓인 여인 청신의 고뇌와 선택과 책임이 팔백여 페이지에 가득 차있다. 후반부 우주의 비밀이 풀리고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결말부는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여 관념적이고 창조적인 우주를 제시하는 '류츠신'이 만들어낸 우주 신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우주의 시작과 끝을 담아 낸다. 작품에서 나눠놓은 연대 대조표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위기와 클라이막스가 한치의 쉴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타이트하게 담겨있다. 실존하는 과학이론을 바탕으로 작가가 그려내는 가공의 세계와 사건들을 따라가는것 만으로도 하드SF가 주는 사고실험을 통한 지적유희를 끊임없이 충족시켜주는 최고의 SF작품이었다. 주저리 주저리 적어놨지만 정말로 10점 만점에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경이로운 SF의 극치를 보여준다. 역대급 스케일의 하드SF의 레전드! 벌써부터 더이상 삼체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없음이 너무나 아쉬워진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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