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북스코리아(북리그)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색 샤라쿠 (2019년 개정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북스코리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06p



팩션의 대가 '김재희'의 손끝에서 태어난 일본의 신비한 화가 샤라쿠의 탄생 비화!



[경성탐정이상]시리즈와 [경성여성구락부]등으로 구한말 혼란스러운 역사속에서 개성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로 매력적인 시대극을 선보이는 역사 팩션의 대가 '김재희'작가의 2008년작 [색, 샤라쿠]가 본격적인 영화화 진행에 맞춰 11년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재출간되었다. 한복을 입은 여인이 그려진 한국적 표지에 뭔가 왜색이 짙어보이는 샤라쿠라는 제목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이 샤라쿠가 일본 에도시대에 혜성처럼 나타나 10개월의 짧은 활동기간동안 약 145점의 풍속화를 남기고 사라져버린 천재화가 '도슈사이 샤라쿠'를 지칭한다는건 이 작품을 전부 읽고나서야 알게된 사실이다. 결국 이 미스터리한 화가 샤라쿠의 정체를 작가의 기발한 상상으로 채워넣은 작품이 이작품이란 말이니...조선과 에도를 넘나들며 거대한 스케일로 펼쳐지는 한 화가의 일생이 작품속 샤라쿠가 그려내는 차디찬 혹한에도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는 매화도처럼 굳건한 절개와 비장미 그리고 아련함을 풍겨낸다. 



조선 후기 22대 정조가 왕위를 잇던 시기. 예쁘장한 잘생긴 외모에 기교넘치는 그림으로 뭇여성들의 사랑을 받던 도화원의 화원 가권은 임금의 단원 김홍도에 대한 애정에 질투를 느끼고 임금앞에 그림으로 단원과의 결투를 신청한다. 호기넘치는 도전과는 달리 결과는 가권의 완패...혈기왕성한 가권은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임금 앞에서 자신의 그림을 찢어발기는 깽판을 부리고 졸지에 도망자 신세가 된다. -_-;;; 결국 개고생하며 흘러 흘러 단원에게 거두어진 가권은 단원의 어진 심성과 성정에 감복하여 진정한 제자로 거듭나게되고, 단원이 임금의 명을 받고 일본의 비밀을 캐내는 간자(스파이)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에 가권역시 단원의 밀명을 수행하기 위해 오랜시간동안 스파이 교육을 받고 드디어 일본 천왕의 밀서를 빼오기 위해 일본으로 향하는데.....



얼굴만 반지르르한 개망나니 가권이 단원을 통해 정신을 차리고 스파이로서 이런 저런 임무를 수행하는 초반부를 거쳐 정식 스파이로 일본 에도에서 샤라쿠라는 가명으로 화가로 지내며 주변인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중반부, 스파이의 몸으로 유곽의 기녀 오이란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져 힘겨워 하는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는 종반부 그리고 쌓여온 긴장과 갈등이 폭발하는 대망의 반전넘치는 결말까지 시공을 초월하여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가권, 샤라쿠의 일생이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작품이었다. 



천황의 숨겨진 밀서를 조선으로 보내야 하는 조선의 스파이

스파이와 기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에도시대 최고로 꼽히는 전설의 화가 샤라쿠의 정체는 조선인?!!!



샤라쿠 만큼이나 비밀에 휩싸인 조선의 천재 화원 신윤복에 대한 다양한 설은 지금까지도 논란을 불러일으키는데, 가장 유명한 남장여자라는 설을 차용하여 [비밀의 화원]이라는 드라마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화가 '신윤복'을 일본의 샤라쿠로 연결짓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놀랐고 역사적 인물과 사실들에 픽션을 절묘하게 조합하여 정말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사실감을 부여하는 작가의 정교한 설정과 강렬한 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조선시대의 스파이라는 흥미로운 역사 스파이물로서의 장르적 요소와 더불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가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비애이다. 이 작품을 본격 스파이 러브 스토리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몸을 파는 기녀와의 애절한 사랑은 비극적 결말을 암시하고 있기에 더욱 애처롭고 더욱 불타오르게 만든다. 각자의 비밀을 간직한채 사랑할 수 없는 두 남녀가 금기를 깨트리고 불타는 사랑에 몸을 내맡기는 것을 보면서 역시 가장 흥미진진한 스릴의 묘미는 신분을 숨긴 남녀의 위험한 사랑행각이 아닌가 깨닫게 된다. ㅎㅎ   



역시 노련한 이야기꾼 답게 중심 스토리 외에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의 에피소드와 곳곳에 배치된 기담들로 독자의 흥미를 붙들어 매는데, 위험천만한 적진이지만 사람과 사람과의 정을 강조하는 인간미 넘치는 에피소드와 그들과의 끈끈한 우정은 냉혹한 스파이물에 따스하고 잔잔한 정을 불어넣는 동시에 결말부 그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작품 곳곳에 햐쿠모노가타리 같은 기담, 괴담의 짧막한 이야기는 숨은 전설의 고향 찾기 같은 예상치 못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조금 찾아보니 샤라쿠의 정체를 단원 '김홍도'로 예측하는 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비슷한 시기에 나타났다 사라진 화가 샤라쿠의 정체 만큼이나 신비하고 흥미진진한, 그러면서도 상당히 납득할만한 설득력을 갖춘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다. 조선의 '신윤복' 일본의 '샤라쿠'를 아우르는 그녀의 신박한 이야기에 어느 누가 빠지지 않을소냐!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는 '김재희'작가의 역작이자 대표작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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