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을 받으라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7월
평점 :
신을받으라 (2019년 초판)
저자 - 박해로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12p
신을 받으라! 신을 받으라!! 신을 받으라!!!
아직까지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한국 오컬트 호러영화를 꼽으라면 '나홍진'감독의 [곡성]이라고 말한다. 전통 무속신앙을 소재로 한국 사람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한국적 공포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적 오컬트 공포 소설을 꼽으라면 아직까지 작년에 읽었던 무속 공포소설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을 꼽는다. 역시 이유는 마찬가지다. 한국색이 짙은 무속신앙을 토대로 극한의 공포를 끌어가는 작품이니까. 그런 본인의 넘버원 한국 오컬트 호러 소설 [살]을 쓴 '박해로'작가의 따끈한 신작이 출간되었다. 역시 여름을 맞이하야 무더위를 날려줄 초특급 공포소설이 왔다는 거다...ㅎㅎㅎ
[1876년]
섭주고을의 사또 김광신은 부하들을 이끌고 마을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이비 교주 장일손의 집에 들이닥친뒤 재판도 거치지 않고 바로 망나니에게 교주의 목을 베라는 명을 내린다. 그러나 교주 장일손은 사또 김광신의 명령에 극도의 분노를 드러내며 자신을 배신한 김광신의 일족을 멸하리라는 저주를 퍼붓고 그의 독기어린 요기에 부하들은 벌벌 떨고, 망나니는 형집행을 망설일정도...그러나 사또의 일갈에 결국 교주는 목이잘리고, 그 순간 하늘의 먹구름에선 피비가 사또와 부하들, 망나니를 시뻘겋게 적시는데.....
[1976년]
깊은 산골짜기의 작은 마을 섭주군 돌아래마을에서 마을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젊은 청년 목사 정균은 마을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존재다. 그러나 잘생긴 목사 정균에겐 아무에게도 말못할 비밀이 있었으니, 18살나이 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극한의 몸살에 시달리던 정균은 병원과 절을 전전하다 결국 용한 무당 장군보살에게까지 찾아간다. 장군보살은 정균을 보자마자 정균에게 붙어있는 노인의 혼령을 간파하고, 그말을 들은 정균 역시 자신에게 붙어있는 원혼을 볼 수 있게된다. 우여곡절 끝에 굿으로 노인의 원혼을 떼어낸 정균은 자신의 신기 때문에 주변의 원혼을 불러들인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신학교에 들어가 독실한 크리스천이 된 것. 돌아래 마을에서 성공적인 포교활동을 하던 어느날부터인가 마을에 살던 무당 딸인 묘화가 예수님을 만난뒤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됐다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다. 앉은뱅이 할머니를 손길 한번으로 벌떡 일어나게 만들고, 죽어가던 강아지도 되살리는 기적을 선보인뒤부터 교회를 찾던 마을 사람들은 소녀 묘화를 예수님의 사도라 부르며 추앙하기 시작하는데.....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토속신앙인 무속을 바탕으로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현상들과 살을 날리는 저주행위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무지몽매한 사람들을 현혹하여 집단광기에 빠져들어가는 아비규환 지옥도를 보이면서 공포를 극대화 시킨다. 왜이렇게 무서운걸까?..-_-;;; 과학문명이 발달한 21세기에도 조금만 돌아다니면 만나볼 수 있는 선녀보살, 애기보살, 돼지보살이 프린트된 간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죽하면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두신을 섬기지 말라'는 말을 읍조리며 어떤한 상황에서도 절을 하지 않던 주변사람이 점집에서 점을 보는걸 본적도 있을 정도니, 무속신앙은 그만큼 오랜 세월을 거치며 사람들의 마음속에...우리에게 깊숙이 스며든 신앙인 것이다. 그런 무속인들이 신기를 발휘하여 살을 날려 사람을 해하고, 악귀를 빙의시켜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버리는 일들이 우리안의 잠재되어있는 공포심에 활을 당기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우리 선조들부터 지금까지 뿌리깊게 내려온 DNA에 각인된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근원적 공포일테니 말이다.
어찌됐던, 100년전 벌어진 참극의 저주가 100년이 지난 현대에 와서 되살아나려하고, 그 한복판에 강한 신기를 가진 목사 정균이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신실한 목사에게 다가온 기적에 가까운 강력한 술수들 앞에 자신의 믿음이 흔들리고 현혹되지 않기위해 고뇌하는 목사 정균의 인간적인 모습뒤로 [곡성]속 일본 악귀와 산신령이 굿판을 통해 살을 날리는 장면이 떠오르는 전국 최고의 무당과 악귀와의 한판 대결이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펼쳐져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작품을 읽으며 끊임없이 [곡성]과 [사바하]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두영화의 장점들을 효과적으로 섞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데뷔작 [살] 이후 이번 두번째 작품으로 한국 무속공포소설 하면 '박해로'가 떠오를 정도로 성공적으로 자리잡게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닭피를 뒤집어쓴 무당이 날카롭게 벼른 작두위를 미친듯이 뜀뛰듯, 점차 광기에 미쳐돌아가는 점입가경의 상황들이 쉴새없이 몰아치며 우리안에 내재된 두려움을 극대화 시킨다.100년전의 인물들이 100년 후 누구의 몸을 빌어 나타나는지가 충격과 반전의 재미요소라고 생각되면서, 전작 [살]의 호불호 갈리는 충격적 결말과는 달리 이번 작품의 결말은 어느정도 납득할만한 대중적인 결말이라 전작같은 논란의 여지는 덜 할 것으로생각되지만.....개인적으론 [살]과 같은 황당한 결말을 더 선호하기에 이번 평범한(?) 결말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던 무속 공포소설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이제 이 작품으로 그 토양을 단단하게 다졌다는 사실은 오컬트 공포 마니아로서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