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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검증 ㅣ 케이스릴러
이종관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4월
평점 :
현장검증 (2019년 초판 2쇄)_K스릴러
저자 - 이종관
출판사 - 고즈넉이엔티
정가 - 13500원
페이지 - 304P
범죄 수사 전문가가 전하는 완벽주의 스릴러
2019년 6월 22일 코엑스
케이스릴러 신작 [빨간 모자] 출간 서포터즈에 선정된 나는 서울국제 도서전에서 진행하는 케이스릴러 작가와의 만남에 초대되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코엑스로 향했다. 11시에 시작하는 작가와의 만남에 늦지안게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이어서 작가석에 자리를 잡는 [시스터]의 이두온 작가, [현장검증]의 이종관 작가, [캐리어]의 김혜빈 작가님. 그리고 각 작품과 작가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끝난 뒤 각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출판사의 초대로 자리에 참석하긴 했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읽은 케이스릴러 작품은 [붉은 열대어] 한권뿐...하여 각 작가님들이 전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경청하며 나름대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갔는데, 그중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취향저격 하는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이종관 작가님의 [현장저격]이었다.
국내 유일의 범죄수사 전문잡지(일반인은 볼 수도 없고, 수사관계자들만이 볼 수있는 잡지라고 한다.)의 편집장으로 15년간 근무하면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범죄 사건(실제 사건현장 답사와 시체들을 눈으로 직접 본)을 접하고 취재해온 범죄수사 전문인으로서 그동안 쌓아왔던 범죄수사기법과 노하우를 한번에 담아낸 작품이라는 설명에 끌렸고,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것 같다.
[이종관 작가]
"밀실살인? 트릭? 현실에서 그런 일들은 절대 벌어 질 수 없습니다. 오로지 참혹한 시체만이 있을뿐이죠. 한국 스릴러 소설이 외국 스릴러 소설에 비해 저평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스릴러도 자세히 따져보면 허술한 부분이 있고, 한국 스릴러 소설도 충분히 탄탄하고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현실성에 가장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썼습니다. 책이 출간되고 안면있는 경찰관계자분께서 이 작품에서 수사기법을 너무 노출하는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웃음)"
* 정확한 워딩은 아니고 당시 인터뷰 내용을 기억나는대로 재구성했다.
말이되는, 현실적인 작품을 써내겠다는 작가님의 강한 의지가 내개도 그대로 전달되었고, 그 기대를 안고 작품을 일독했다.
기억을 잃은채 병상에서 깨어난 수사관
합리적 의심으로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간 범죄자들
이 범죄자들이 저지른 살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처단하는 카피캣 살인마
폭주하는 카피캣 연쇄살인범을 저지하기 위해선 결정적 단서를 망각하고 있는
수사관의 기억을 되살려내야 한다!
카피캣 살인범의 네 번째 살인현장에서 화상을 입은채 발견된 이수인 경장은 병상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화상의 열기 때문에 시력을 잃고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기억상실 상태로 깨어난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신의 노래방에 불을질렀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방면된 노래방 주인이 몇 달뒤 똑같이 건물에 갖혀 불에 타죽었고, 그 현장에서 이수인 경장 역시 누군가와 몸싸움 끝에 화상을 입고 정신을 잃은 것이다. 벌써 네번째 카피캣 사건으로 경찰은 초비상이 걸리고, 다음 범행이 벌어지기 전에 어떻게던 카피캣을 잡기위해 이수인 경장의 기억을 살리고자 서울청 범죄행동분석팀의 한지수 형사가 이수인 경장을 찾는다. 이수인 경장과 함께 카피캣 사건을 수사했다는 한지수 형사는 네 건의 사건들을 차례대로 꼼꼼히 되짚으면서 이수인 경장의 끊어진 기억의 실을 이으려 하는데......
작품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도서전 작가와의 만남 질의시간에 내가 이런 질문을 했다.
[엽기부족]
"15년간 범죄현장을 취재하시면서 한국의 모든 범죄사건을 직접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꼭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던 사건이 있을까요?"
[이종관 작가]
"여러 사건들이 기억나지만 역시 시체를 훼손하는 사건들이 인상깊에 남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현장검증]에 그려지는 사건들도 실제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담았습니다."
* 역시 정확한 워딩은 아니고 당시 인터뷰 내용을 기억나는대로 재구성했다.
작품을 읽으면서 보험금을 노린 주인 방화사건을 비롯하여 카피캣이 저지른 네 번의 살인들은 어렴풋 TV 뉴스 혹은 포털 뉴스에서 봤던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실제 사건을 그대로 적용했는지, 약간 변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사건이 주는 무게감과 리얼감은 작품을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강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와함께 이 사건들을 수사하는 형사들의 접근방식과 절차, 과학수사 기법과 프로파일링등으로 드러난 증거들을 토대로 사건외의 요소들을 하나씩 소거하고 용의자를 추려 나가는 과정이 너무나 치밀하고 자세하여 적잖이 놀라게 만든다.
하지만 단순히 사건 현장의 지식들을 나열한 작품이었다면 그저 단순한 사건집이 되었으리라...이 작품의 진짜 재미는 이 현실감 넘치는 리얼리티에 치밀한 복선과 짜릿한 반전을 절묘하게 녹여낸 밸런스이다. 사건들을 접하면서 파편적으로 떠오르는 이수인 경감의 기억들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맞춰졌을때 밝혀지는 대망의 진실 그리고 한번더 독자들의 뒷통수를 치는 충격적 이중반전은 스릴러로서의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현실 사건에 기반을 두고 인간의 본연의 악의를 가늠케 했던 도진기 작가의 [합리적 의심]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풍기는 작품이었다. 한 명은 전직판사 현직 변호사의 신분으로, 다른 한 명은 범죄 수사와 가장 밀접했던 기자로서의 차이 때문일까...그들의 작품에 녹아있는 프로페셔널함이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는듯 하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작가님의 한국 스릴러에 대한 자신감과 포부가 충분히 근거있는....근자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메이저 영화 프로덕션에 영화판권이 팔렸다고 하니 얼마뒤엔 영상화된 [현장검증]을 만나 볼 수도 있을것 같다. 다음 차기작엔 어떤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을 기반으로 깜짝놀랄 작품을 써낼지 사뭇 궁금하고 기대된다. 한국 스릴러계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준 작품으로 강력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