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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귀찮은 선물
한수옥 지음 / 문학수첩 / 2017년 1월
평점 :
아주귀찮은선물 (2017년 초판)
저자 - 한수옥
출판사 - 문학수첩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47p
아주 귀찮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선물
얼마전 참석한 추리 미스터리 동호회 정모에서 추리 퀴즈 맞추기 이벤트 선물로 받은 작품이다. 물론 책의 저자이신 '한수옥(미세스 한)' 작가님도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셨는데 한국추리작가협회원이신 작가님이 가져오신 책이 혈흔이 낭자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열 네살 소녀의 눈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휴머니즘 성장 드라마였다니...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라고 생각하며 페이지를 들췄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두시간이 순삭되면서 마지막 장을 덮고 있는 나를 발견했으니....-_-;;; 이 무슨 조화속인가?!....
승부욕 강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열 네살 중1 소녀 하연이는 집에만 오면 숨이 턱 막힌다. 겨우 나이 40에 명퇴를 당하고 염치도 없이 백수로 술만 마시는 아빠 창수와 그저 사람만 좋아서 20년간 뼈빠지게 일한 퇴직금을 이웃에게 빌려주었다 전부 날려먹고 있던 집을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학교앞에 떡볶이집을 차린 엄마 영이까지....좋게 보려야 좋게 볼 수 없는, 어둡고 암울한 미래가 뻔히 보이는 집안에서 인생 목표인 외교관을 꿈꿀 수 있겠는가....그러던 어느날 초등학교와는 다른 난이도에 학원이라도 다니고 싶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속으로 삭이던 하연에게 청전벽력같은 소식이 날아온다. 마흔 둘의 적지 않은 나이의 엄마가 둘째를 임신한 것이다!!! 게다가 아이를 낳겠다고 가족에게 선언하는 엄마 영이...하연과 창수는 아연실색하고, 이내 아이를 지울것을 종용하는데.......
아무리 죽겠다 죽겠다~ 피곤하다 힘들다 해도 금슬 좋은 천생연분이구랴...는 차치하고...사실 철없는 가족에게 예고없이 찾아온 아이로 인하여 갈등이 고조되었다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헤치면서 똘똘뭉쳐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 명절 연휴 특집극으로 수없이 봐오던 단골 소재임은 분명하다. 익숙하다면 익숙하고 식상하다면 식상한 이야기인데 대체 난 무엇에 빠져들어 시간가는줄 모르고 몰입했더란 말인가....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이 가족이 처한 상황에 완벽히 공감했음을...내일 모레 마흔에 접어드는 나이에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로 다가오는 고용불안에 대한 위기위식.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걱정. 아내와 자식을 등에 짊어지고 가족을 이끌어야 하는 가장에게 명퇴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으리라. 그 불안감이 작품속 아빠 창수와 공명하면서 감정이입을 하다보니 어느새 딸래미와 아내의 고민들이 나의 고민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본인은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가장이기에 아빠 창수와 공명했겠지만, 엄마가 읽는다면 영이와, 청소년이 읽는다면 하연이와 공명했으리라. 평범한 가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보편적 감성은 강한 공감의 힘을 불러 일으키고 이 가족에게 불어오는 풍파를 함께 겪어내며 조금더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만든다.
지극히 현실적인 암담한 상황에 비해 갈등을 극복하는 방식은 상당히 판타지에 가까웠다. 세상은 이 작품보다 더욱 냉정하고 냉혹하니까...하지만 비록 비현실적 해피엔딩일지라도 희망을 꿈꾸고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주는 작품임엔 분명하니, 그런 희망을 가슴에 품고 언젠간 밝아올 날을 기다리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는것 아니겠는가. 딸래미 키우는 입장에서 철없고 싸가지 없던 하연이가 서서히 철이 들고 태어날 동생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제몫을 해나가는 과정을 아빠 미소지으며 바라봤던것 같다. 마냥 유치할것만 같던 이 작품에 이렇게 감정이 요동치니...나도 늙긴 늙나보다....행복은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만든 따뜻하고 특별한 선물같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