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너의이야기 (2019년 초판)
저자 - 미아키 스가루
역자 - 이기웅
출판사 - 쌤앤파커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376p
너와 나의 숨겨진 이야기
인간의 정신과 감정을 조종하는 기생충에 감염된 이들의 사랑을 그린 [사랑하는 기생충]으로 독특하면서도 기괴한 SF 로맨스를 선보인 작가 '미아키 스가루'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제40회 요시카와 문학신인상 최종 후보작이자 일본 발매 이틀 만에 4쇄 돌파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긴 작품이라고 하니 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치는 높아만 갔는데, 확실히 작품을 일독한 지금 드는 느낌은 전작의 독특한 SF 로맨스의 기조는 유지한채 만남과 이별, 기억과 망각이라는 인간 본연의 생리를 남녀 관계에 접목하여 심층적으로 파고드는...'미아키 스가루'식 로맨스의 완성형이란 느낌을 받았다. 연애소설 장르로 분류될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히 남녀간의 밀당 러브로맨스는 절대, 네버 아니란 말이다..-_-;;;;
전작 기생충에 이어 이번 작품의 SF 요소는 '의억'이란 개념이다. 필요에 따라 임의의 기억을 생성 교체하던 '필립 K 딕'의 [토탈리콜] 혹은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이 '의억'은 자신의 뇌에 새겨지고 습득된 기억과 달리 나노 테크놀러지를 통해 기억대신 프로그램된 기억으로 대체되는 임의기억 즉 '의억'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심 소재로 등장한다. 가슴아픈 기억은 지워버리고, 바라던 기억은 의억으로 대체 시켜버리는 거짓기억의 시대....그 안에서 살고있는 너와 나는 어떻게, 어떤 사랑을 나눌까?.....
가까운 기억부터 잊혀지는 기존의 알츠하이머와는 달리 오래전 기억부터 잊혀지는 신종 알츠하이머의 등장 이후 망각되는 기억을 잡기위한 나노 테크놀러지 기술 개발이 박차를 가한다. 그렇게 의억기술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신종 알츠하이머에는 별효과가 없음이 입증되고, 대신 일반인들에게 맞춤 서비스로 변형되어 유행하게 된다.
레테 : 기존 기억을 삭제
그린그린 : 청춘시절 가상의 상대와 사랑의 기억을 주입
엔젤 : 가상 자녀에 대한 기억을 주입
부모에겐 엔젤 속 가상의 자식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변변한 친구 한명 없이 영겁의 고독한 유년시절을 보낸 치히로는 20살 성인이 된 후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의억클리닉에서 상담 후 고독하기만 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지워줄 레테를 구매한다. 나노기계가 든 레테 약봉지를 물에 푼뒤 단번에 마신 치히로....그리고 몇 분뒤....아무것도 떠오르지 말아야할 유년의 기억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가 있었으니...5살부터 15살까지 언제나 함께했던 소녀 도카였던 것이다. 레테인줄 알고 먹었던 약이 그린그린이었던 것일까?...집에서든, 버스를 타던, 알바를 하던 시든때도 없이 떠오르는 도카와의 의억에 젖어들때쯤....정말로 치히로 앞에 가상의 존재가 아닌 실재하는 도카와 마주치는데.....
잊혀져 있던 실제 기억의 회상?
삽입된 가상의 기억?
기억속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가는 그녀의 정체....
자고로 한치앞도 알 수 없는게 사람의 마음이요, 그중 가장 복잡한 것이 연애의 마음이니. 이 복잡미묘한 마음에 '의억' 한스푼을 떨어트리니 그야말로 폭풍같은 혼돈의 카오스로구나! 세상과 단절된채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이 비록 만들어진 기억일지라도 누군가와의 추억을 간절히 원하는 작품속 배경과 너무나 맞아떨어져 씁쓸하게 만든다. 의억이라는 SF적 요소와 도카의 진짜 정체에 대한 반전의 진실이 어떠한 미스터리보다 더욱 흥미롭게 펼쳐지면서 조작된 기억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사랑의 감정으로 맞바뀌는 순간 따로 떨어져 있던 한 남자와 한 여자는 강한 인연의 끈으로 묶이고 평생토록 남을 사랑의 기억으로 구원받는다. 비록 두 사람의 관계의 끝이 비극일지라도 말이다.
"레코드판은 A면이 끝나면 뒤집어서 B면으로 바꿔줘야 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B면으로 바뀐다. _219p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나'와 '너'의 이야기가 만나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오래전 기억부터 망각하는 신종 알츠하이머처럼 이 작품에서 진행되는 사랑의 방식 또한 일반적 사랑과는 다른 역전된 사랑을 이야기한다. 머...그 뒤바뀐 사랑의 방식이 이 작품을 새롭게 만드는 요소이겠지만 말이다. 그런의미에서 설령 조작된 기억으로 만들어진 감정일지라도...거짓에서 시작된 감정이라도 사랑은 그 이름 그대로인 사랑이 아닌가....그래서 치히로와 도카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절박하고 애절한 사랑이 더욱 아름답게 가슴에 와닿았던것도 같다. 청춘, 망각, 사랑, 기억, 상실, 죽음, 고독, 위로, 구원.....이 모두가 오롯이 담긴 차가운 사랑이야기 [너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