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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평점 :
한자와나오키 1 : 당한만큼 갚아준다 (2019년 초판)
저자 - 이케이도 준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인플루엔셜
정가 - 가제본(비매품)
페이지 - 414p
당한만큼? 아니, 그 열배, 백배로 갚아주마!!
일본드라마로 열도에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작품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 소설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570만부라는 경이로운 판매고를 올린 초인기 대작의 출간에 앞서 출판사에서 대대적인 사전 서평단을 모집했고, 운좋게도 서평단에 뽑혀 다른이들보다 조금 먼저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사실 일드가 그렇게 대박을 쳤다곤 해도 책만 파는 본인은 그냥 제목만 흘러들었을뿐 장르나 내용은 전혀 모른채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금융 미스터리라고 해야할까...은행원인 한자와가 융자를 승인해준 기업이 도산하면서 융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요원해져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복잡한 금융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란 우려를 한방에 불식시켜버릴 정도로 명쾌하고 깔끔하며 통쾌하다. 첨예한 은행가의 권력관계와 난무하는 권모술수,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자와 과장을 통해 진정한 샐러리맨들의 서바이벌 생존기를 간접경험할 수 있었고 벼랑끝에서 불굴의 의지로 기어올라와 적들에게 통한의 한방을 날리는 통쾌한 작품이었다.
80년대 버블의 거품이 꺼지고 사회 엘리트의 최정점으로 군림하던 은행권도 얼마든지 도산할 수 있다는 현실공포가 직면하던 1990년대 산업은행에서 융자담당 업무를 맡은 과장 한자와는 실적을 위해 지점장 아사노가 직접 따온 철강기업의 5억엔 대출지시를 받고 대출승인전 기업평가를 위해 회계장부를 면밀히 검토하려한다. 그러나 오전회의를 다녀온 한자와의 책상에는 이미 대출승인 결재란에 아사노의 결재도장이 찍혀있었고, 시간의 압박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융자를 승인한지 2개월후...철강기업은 1차 부도가 나고 뒤이어 도산되버린다. -_-;;;; 사장 히가시다는 도산되자마자 야반도주하여 연락조차되지 않는 상태. 대출한 5억엔을 그대로 날려버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점장 아사노는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본점에 융자의 전적인 책임은 한자와에게 있다고 떠들면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졸지에 기업가치평가를 소홀히하여 5억엔을 날려버린 무능한 직원으로 찍혀 감사받을 처지에 놓인 한자와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마감 후 1원만 맞지 않아도 퇴근도 못하고 재정산을 하는 완벽을 기하는 은행에서 5억엔...한화로 약 55억원...그것도 90년대로 치자면 지금의 가치보다 훨씬 높았을 초거액이 그대로 날아갈 위기에 처했으니..-_-;;; 그 융자를 승인한 담당자는 얼마나 간이 콩알만해 지겠는가...게다가 도끼눈을 뜨고 한자와를 노려보는 본사의 감사직원들 앞에서 자신의 실책을 설명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본인 역시 회사를 다니는 일개 샐러리맨으로서 감사과의 '감'자만 나와도 오금이 저려오는데...이 엄청난 정신적 압박속에서 우리의 한자와는 절대로 쫄지않고, 아주 당당하게 카운터 펀치를 날려버린다. 이 작품의 매력이 바로 이거다. 한자와의 굽혀지지 않는 기백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원하게 팩트로 맞받아쳐 후두려 패버리는 쿨몽둥이 찜질!! 이 사이다 같은 통쾌함이 움츠려 살아왔던 샐러리맨들의 울분과 탄식을 한방에 날려주는 쾌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어쨌던...감사실에서 깽판 아닌 깽판을 쳐버린 한자와는 지점과 본부 모두에게 뻔뻔하기만한 무능한 존재로 낙인찍히고,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내쫓겨질 상황....눈앞엔 책임을 전가하고 한자와를 압박하는 비열한 상사가 있고, 눈을 감으면 자신만을 바라보는 아내와 아들이 떠오른다. 크...가슴에 품은 사표를 부장얼굴에 집어던지고 때려치는 상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지만 그때마다 눈에 밟히는 가족의 얼굴...이 절절한 마음을 알고 있기에 한자와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한자와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동일시 되면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뒤이어 수면위로 올라오는 히가시다 사장의 악행들...분식회계를 통해 은행에 대출을 받아내고 계획도산으로 돈을 몽땅 꿀꺽해버린 사실이 드러나고 이 사기꾼 사장놈 때문에 성실히 일하던 납품회사들이 하루아침에 줄도산하고 대출을 담당한 한자와 같은 직원들이 곤경에 빠져버린것이다.
횡령한 돈으로 호위호식하고 있을 사장놈을 잡아 족쳐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데, '아 이사람에게 밉보이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와 되갚아줄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간혹 보게 된다. 그 사람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절로 느껴지는 온몸을 휘감는 복수의 아우라 같은 다크포스 말이다. 우리의 주인공 한자와가 딱 그런 부류의 사람이란걸 깨닫게 된다. 주인공이지만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때로는 야쿠자보다 더한 공갈 협박을 하는가 하면, 치명적 약점을 빌미로 정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대를 압박하고 산산히 부숴버리는일도 서슴치 않는 악당의 모습. 당한 만큼 철저히 갚아주는 한자와의 안티히어로적 면모는 우리가 갖고 있던 정의의 주인공이란 선입견을 깨부수며 선을 넘어서는 극단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면서 강렬한 쾌감을 충족시킨다.
뭐랄까...은행권 [시마과장]이라고 할까...하지만 시마과장이 침대스킬로 진급하는 동안 한자와는 자신만의 끈기와 근성으로 위를 향해 나아간다. 금융 미스터리도 이렇게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 할 수 있구나!!!라는걸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휘몰아치는 반전의 묘미와 군더더기 없는 속도감있는 전개가 570만부라는 엄청난 판매고가 결코 허수가 아님을 확인케한다. 한번 문 상대는 절대로 놓지 않는 근성의 투견 한자와의 매력에 흠뻑빠져들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담 망설일것 없이 도전해 보시라! 앉은 자리에서 시간과 페이지가 순삭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남은 3부의 이야기를 통해 한자와의 도약을 끝까지 지켜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