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주 탐식자 ㅣ 류츠신 SF 유니버스 2
류츠신 지음, 김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 / 2019년 3월
평점 :

우주탐식자 (2019년 초판)_류츠신 SF 유니버스 2
저자 - 류츠신
역자 - 김지은
출판사 - 자음과모음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08p
동양의 영어덜트 SF란 이런 것이다
정통하드SF [삼체]로 아시아 최초 '휴고상'을 거머쥔 '류츠신'의 영어덜트 대상 SF 프로젝트가 나도 모르게 가동되고 있었다...-_-;;; 벌써 시리즈 첫번째 작품 [미래세계 구출]에 이어 두번째 작품 [우주 탐식자]가 출간되었으니...소리소문 없이 출간된 것인지, 내가 놓친건지 모르겠다만 어쨌던 [삼체] 1,2권을 본인의 인생 SF로 꼽을 정도로 애정하는 작품인 만큼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모두 소장해야 겠다고 마음 먹는다. 새롭게 가동되는 '류츠신 SF 유니버스' 시리즈는 작가 자신이 쓴 작품중 청소년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작품을 골라 다듬은 단편 시리즈로서 총 5권이 예정되있고 현재 2권까지 출간되었다. 어차피 개별 작품이니 일단 시리즈 1권은 놓쳤고 최근에 나온 2권부터 잡고 읽어보았다.
1. 탐식제국의 침공
지구로 돌진하는 타이어 모양의 거대 우주선. 이 거대 우주선의 정체는 가운데 비워진 공간에 행성을 끼우고 행성의 자원을 약탈하는 우주 탐식자이다. 지구의 멸망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우주 탐식자와의 조우에 앞서 우주 탐식자에서 보낸 사절이 먼저 지구에 도착한다. 소형 우주선에서 나온 거대 공룡의 모습을 한 탐식자는 인류에게 멸망에 앞서 마지막으로 달로 피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다만 지구의 위성인 달 궤도를 인류가 자력으로 밖으로 보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인류는 존속하기 위해 달에 기지를 짓고 핵폭탄을 장착하여 궤도를 벗어나려고 하는데....
2. 시 구름
지구와 탐식제국의 조우 후 긴 시간이 지난다. 얼마 남지 않은 인류는 탐식제국의 식량으로 사육당하는 신세인데 우주의 신이 태양계에 찾아와 탐식자에게 사육되고 있는 인간인 '인의'를 지목하여 만나길 원한다. 사육조에서 아이들에게 시를 가르치던 '인의'와 우주의 예술을 추구하는 신이 만나면서 중국 한시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한시에 매료된 신은 '인의'의 클론으로 다시 태어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그가 창조한 지구공동에서 고행을 하게 되는데....
3. 미세기원
태양의 폭발을 염려한 인류는 광속 우주선 방주를 타고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새로운 항성찾기에 실패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는 광속비행으로 인해 수천세기 후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 다시 찾은 지구는 이미 태양의 플레어 폭발로 시꺼멓게 타버린 모습이었고, 생존자는 절망에 빠진다. 그런데 지구로 부터 의문의 영상이 우주선 방주로 전송되는데....
사실 첫번째 단편 [탐식제국의 침공] 초반만 읽었을땐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문명과 인류의 사투를 그리는 통쾌한 스페이스오페라가 펼쳐질줄 알았다. 그런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탐식자와 저항자의 삶과 죽음의 공존이라는 다소 철학적인 분위기로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이어지는 [시 구름]에서는 마블의 세레스트리얼급의 신과 인간이 양자역학을 이용하여 시의 본질을 이해하고 세계의 이치를 깨달아 가는 지극히 철학적인 진리추구의 SF로 반전된다. 영어덜트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미쪽 영어덜트 SF작품과는 상당히 다른...동양의 철학이 어우러진 다소 깊이있는 독특한 색깔을 띄고 있는 작품이었다. 이게 중국SF의 특징인지 아니면 '류츠신'작가만의 고유의 색깔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세계의 이야기임에도 동양의 설화나 고전을 보는듯한 클래식 오리엔틱한 느낌은 다소 난해하면서도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세번째 단편 [미세기원]은 '리처드 매드슨'의 [줄어드는 남자]와 영화 [다운사이징] 같은 소형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작품은 단순한 소형화에서 끝나지 않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세화된 세계를 창조하여 최소한의 자원, 최소한의 공간으로 번영하는 인류의 미래를 그려내기도 한다. 불과 3편의 단편이지만 외계문명과의 충돌, 우주의 진리추구, 미세 인류의 생존이라는 다양한 SF적 소재를 통해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낸다. 더불어 세 가지 단편 모두 실제 과학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하드SF로 쓰여졌으니 사고실험을 통한 지적유희는 하드SF로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 아니겠는가...권말에 실린 중국의 이론물리학자 '리먀오'의 과학 해설은 작품을 한층 더 하드하게(?) 즐길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해준다.
물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과욕에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제껏 익숙한 SF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감을 표한다. '휴고상'수상에 이어 단편원작 [유랑지구]의 영화화 대성공도 그렇고 중국뿐만아니라 아시아를 이끌어가는 걸출한 SF작가인 것만은 분명한듯 하다. 같은 작가니 당연하겠지만 이 단편들 속에서 작게나마 [삼체]를 엿볼 수 있어 몇 년째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삼체 3부]의 갈증을 조금은 풀 수 있었던 것도 정말 좋았다...ㅠ_ㅠ [삼체 3부]도 출간해주기를...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