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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빌라 ㅣ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2
김의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3월
평점 :
시냇가빌라 (2019년 초판)_ROMAN COLLECTION 012
저자 - 김의
출판사 - 나무옆의자
정가 - 9000원
페이지 - 234p
슬프고 비극적인 사랑
시신의 핸드폰에서 짧게 신호음이 울린다.
적막이 몰려와 방 안에 가득 찬다.
밖에는 눈보라가 몰아친다.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줄거리만 보고 평범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심리스릴러 일거라 예상하고 책을 펴들었는데, 작품 자체는 추리스릴러라기엔 약간 어색하고...죽음을 부수적 소재로 사용한 비극적 사랑이야기라고 해야될까...솔직히 나무옆의자 출판사의 로맨스 소설 열 두번째 시리즈라는 뒷날개를 보고서야 이 작품이 로맨스 소설이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정도로 사랑의 추악하고 비틀린면을 그리는가 하면 서로 다른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나누는 플라토닉한 교감을 그려내기도 한다. 머...그것도 사랑은...사랑인가?...-_-;;;
동물을 사랑하고 정이 많은 서른두살 솔희는 키우던 애완동물을 학대하는것도 모자라 솔희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의 학대를 참다 못해 4년간의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한적한 시냇가 옆 빌라로 독립한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국수집알바로 만두를 빚고 국수를 팔아 힘들게 번돈으로 두 마리의 반려동물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는 솔희...하지만 개짖는 소리로 이웃집의 눈총을 받는등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건 바로 윗층에 사는 해아저씨가 솔희가 난처한 일이 생기면 두발벗고 달려와 도움을 주는것인데, 척추장애로 곱추등이되어 등에 해를 품고 다닌다하여 해아저씨가된..그 남자는 오래된 낡은 용달을
끌고 다니며 고물을 주어 생계를 유지하는, 과묵하지만 사려깊은 마음으로 솔희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는 아저씨이다. 하지만 솔희와 해아저씨가 마주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빌라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엎친데 덮친격으로 이혼한 남편이 술에취해 솔희를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일이 많아지는데.....
사랑에도 분명히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연스레 을이 되는것인데, 그런 갑을관계야 아주 해피한 갑질일테고...문제는 이 갑을관계가 폭력에 의해 구분지어질때이다...나만을 사랑하고 나만을 위하는줄 알았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감추고 있던 폭력성향을 드러낼때...알고보니 배우자가 아주
상또라이란걸 깨달았을때...그땐 이혼밖에는 답이 없겠지...근데 문제는 이 미친놈이 술만 처먹으면 여자집에 나타나 눈물의 똥꼬쇼를 벌이는가 하면, 생때를 부리며 패악질을 벌이는 것이다. 외도...언어폭력...신체적 구타....이 모든일에 신물이 나버려 이혼으로 도피하지만...그놈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다는걸 깨달았을때의 모든것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의 심정...이혼뒤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병, 정만도 못한 관계에서 그녀에게 지탱하고 있던 무언가가 끊어져 버린다.
무의욕과 무행복 상태. 희망을 꿈꾸고 힘을 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하루하루가 힘겹기만 하다. 그때 자신의 눈과 닮았다고 생각했던 해아저씨의 아내가 태안에서 깊은 중병에 걸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게 꽤 오래되었고, 고물을 주워서는 약값조차 대기 힘든 어려운 상황이란걸 알게되고...자신의 절망적 상태와 닮아있는 해아저씨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전혀 다른 인생을 살면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솔희와 해아저씨...마주치면 인사말 외엔 조용한 침묵이 내려앉지만, 여러 말보다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교감의 감정...이런 드라이한 만남과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에 지치고 찌들려 내일을 생각할 수 없는 소외된 사람들의 강한 연대감과 동질감이 그들을 단단하게 묶어놓는다.
지속적인 가정폭력이 불러오는 비극적 파멸...
과연 솔희와 해아저씨가 은밀히 공유하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시신은 누구이며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두 남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억세게도 운없고 불행한 남녀의 세상 암울하고 암담한 이야기가 일상적 에피소드와 함께 담담하게 펼쳐진다...추리나 스릴보다는 한 인간의...한 여성의 비극적 생애에 포커스를 맞추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