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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평점 :
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2019년 2판1쇄)
제3의 시나리오 2 : 오퍼레이션 페닌술라 (2019년 2판1쇄)
저자 - 김진명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정가 - 14800원 * 2
페이지 - 264p, 277p
소설은 사실보다 더 진실이어야 한다
작가의 데뷔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었던게 중딩이었나 고딩이었나...실존했던 '이휘소 박사'와 박정희간의 한반도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숨막히는 이야기가 그시절엔 그리도 짜릿하고 강렬한 긴장감을 선사했었다. 그렇게 만난 '김진명'작가를 이십년도 더 지난 지금 [제3의 시나리오]로 다시 만나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 -_- 그때나 지금이나 실제 정치, 외교적 정세와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작가만의 분석적이고 날카로운 시선을 통한 추론을 더하여 만들어낸 소위 실제보다 더 실화 같은 '팩트소설'은 여전히 픽션과 팩션을 오가며 독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었다. 북미간의 긴장이 극대화 되며 숨막히는 전운이 감돌던 2004년...그 긴장감 넘치던 시절로 독자를 타임워프 시킨다...
베이징에서 한 구의 한국인 시체가 발견된다. 법무부 안검사는 이 한국인 시체에 대해 조사를 하고 그가 유명 소설가 이정서라는 것과 베이징에서 사망하기전 15일 동안 한국과 뉴욕, 평양을 거쳐 베이징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뒤 이정서의 장례식장에서 그의 미망인을 통해 받아낸 마지막 유작을 보고 그가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죽음을 당했단것을 깨닫게 된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조사를 거듭하고...세계가 경악할만한 제3의 시나리오가 드러나는데....
제1의 시나리오는 북한의 쿠테타 유도
제2의 시나리오는 김정일 저격
그리고...
제3의 시나리오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당 의원들에게 탄핵당해 실질적으로 대통령으로서 손발이 묶여버리는 대한민국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미국은 한국에 주둔중인 미군들의 철수 의사를 내비친다. 미국은 911테러의 보복으로 이라크와 전쟁을 벌여 승리하고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앞둔 상태였고, 미군의 주력 군대는 훈련을 빌미로 북한과 4시간 거리에 있는 괌기지에 밀집하여 공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던...어느때보다 북미전쟁의 긴장감이 감돌던 상황이었다. 여기까지가 당시의 팩트상황이고,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다. 막강한 첩보력으로 한국과 북한을 떡주무르듯 주무르는 미국의 힘의 논리에 맞서 오직 애국심으로 거대 미국에 맞서 첩보전을 펼치는 애국단원들...김정일 위원장의 파격적인 서울 방한...그리고 세계의 패왕 미국 대통령의 뒤에서 대통령을 조종하는 어둠의 조종자...그렇게 한반도에 발동되는 제3의 시나리오....김정일과 노무현...둘의 운명은....
사실 음모론도 이런 음모론이 없을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번 김정은 트럼프의 다낭 회담을 보니 현실로 돌아가는 상황도 그리 일반적이진 않다는거...-_-; 영변 북핵시설 폐기라는 카드를 들고 미국의 원조를 바라던 김정은은 사실 몰래 핵시설을 운영해왔고, 폐쇄각서에 싸인만 남겨놨던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이 숨겨놓은 핵시설의 폐쇄를 지적하며 카운터 펀치를 먹여 그로기 상태로 녹다운 시켜버린다. 한마디로 김정은이 밑장빼기를 시전하다 오함마에 손모가지 날아갈 뻔한것이다. -_- 온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국가 수장의 회담 자리에서 벌어진 이 웃지못할 사건은 우리에게 몇 가지 사실을 시사한다. 미국의 정보력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 그리고 미국이나 북한이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 이면엔 자국의 이익 혹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어떤 더러운 짓도 불사한다는 것. 그렇게 따지자면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오로지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부시나 김정은의 속내와 그들의 이해관계에 내내 휘둘리기만 하는 한국의 처지가 다소 과장되었을지언정 전혀 설득력 없는 가능성 제로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직접 겪으며 느끼는건 언제나 현실은 픽션보다 더욱 스펙터클하고 시궁창이라는거...)
실존인물, 실존사건으로 리얼리티를 극대화 하고, 북한 최고 실력의 킬러를 등장시켜 극의 재미를 살리며, 한국과 미국의 첩보전으로 추리적 재미를 선사한다. 나같이 동북아 국제외교에 관심없는 사람에게 복잡한 이해관계를 설명해주는 딱 좋은 교보재 같은 작품이었다. 전개상 흐름이 끊기고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와 한국과 북한을 두고 이권경쟁을 벌이는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각각의 정세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읽어내고 숨겨진 의미를 간파하는 안목 하나는 인정할만한 작품이었다. 작품의 출간 이후 실제로 작품속 상황대로 흘러간 부분도 있었으니 '소설은 사실보다 더 진실이어야 한다'는 작품속 한마디가 내내 머리속을 멤돈다. 김정일 다음 세대인 김정은과 역대급 선전주의 대통령 트럼프의 다낭회담을 소재로한 신작 한편 나왔으면 재미있을듯 싶다.
덧 - [양들의 침묵]도 아니고 웬 나방인가 싶을텐데...작품에서 나방이 비장의 생물학 무기로 이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