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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셔
백민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2월
평점 :
러셔 (2019년 초판)
저자 - 백민석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17p
한국 사이버펑크 SF의 선구작
이라 불리는 '백민석'작가의 [러셔]가 16년만에 새로운 옷을입고 재출간되었다. 사실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SF인줄 알았는데, 2003년에 나온 작품이더라...-_- 국내 SF시장이 워낙 협소한데다 그나마도 사이버펑크라 부를수있는 장르는 얼마전 읽었던 [오류가 발생했습니다]외엔 처음 보는지라 국내 사이버펑크의 선구작이라 칭하는 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RUSHER : 돌진하는 사람
환경오염의 악화로 더이상 대기의 공기를 마시고는 숨을 쉴 수 없는 미래...정부는 각 지역에 거대한 팬을 돌려 공기를 정화시키는 호흡구체를 설치하고 관리하여 시민들의 생존을 보장한다. 하지만 정부의 호흡구체는 단순한 임시방편일뿐. 대기오염의 주원인인 대량의 쓰레기는 차원기술을 이용한 가상차원의 사막에 쏟아부으며 멸망으로 가는 시간을 조금 벌었을 뿐이다. 이미 차원 너머 쓰레기가 쌓인 사막에는 대량의 돌연변이 괴생물체들이 번식하고 있고, 시민들은 이 괴물체들이 언제 차원을 넘어 사람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윽고 정부의 지지부진한 환경정책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무기를 들고 정부를 향해 테러를 벌이고 이 레지스탕스들을 가리켜 '러셔'라 부르게 된다. 러셔중 한명인 탱커 조종사 메꽃은 일급용병 모비와 함께 한국의 대기를 책임지는 호흡구체의 중추시설을 타겟으로 삼고, 이 호흡중추를 파괴하기 위해 계획을 짜는데....과연 이들의 러쉬는 성공할 수 있을것인가?...
미세먼지가 극악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고등어 굽기 금지, 자동차 2부제 같은 효과도 없고 쓰잘데기 없는 캠페인에 힘쓰지 말고 차라리 건물 크기의 대형 공기 청정기라도 개발해야 되는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요즘과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_-;;; 이미 현실은 SF속 디스토피아로 접어들고 있는 것인가..어쨌던...지금의 그린피스가 시간이 지나 과격무장화 된다면 딱 러셔가 되는걸까...정부의 환경오염 정책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도시의 호흡기를 파괴하여 무고한 희생자를 내려하다니...-_-;; 미세먼지에 손쓸 수 없이 발암공기를 들이마시고 있는 시민들이 정부를 향해 뒤집어 엎고 싶은 분노의 심정이야 백분 이해하지만서도, 아무리 뜻이 좋다한들 일반인들의 희생이 수반되는 혁명이라면 그건 그냥 미치광이 집단의 테러와 다름없는것 아닌가...그래서 작품 내내 메꽃과 모비의 고군분투에도 단 1%도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던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작품은 정부군의 방어로 둘러쳐진 호흡중추를 깨부수기 위해 호흡중추의 핵심 데이터를 손에 넣고, 최적의 탈출 정보를 얻으려는 메꽃과 모비 각각의 이야기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메꽃과 모비는 정보를 얻으면서 도시에 설치된 거대한 정화기인 호흡중추의 허구성에 대한 단서를 끊임없이 듣게되는데, 이때까지만해도 방사능 전쟁 후 지하세계에 갖혀 살던 주인공이 정부와 주변인의 눈을 피해 천신만고 끝에 지상으로 연결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해치를 열고 나니 햇살이 비치는 맑은 하늘과 더 없이 상쾌한 공기가 있던...모 SF영화와 같은 반전의 장치가 숨어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_-;;; 이 작품의 결말은 나의 인식 수준을 훨씬 초월하는....SF..그것도 사이버펑크 임에도 불구하고 몹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결말을 선보인다. 작가 후기에 작가가 인도여행을 하고 나서 깨달은 감상을 위해 이 작품을 써냈다고 하는데...난 인도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지만 어떤 의도로 한 말인지 짐작은 하겠으나, 그저 난해하다...오리엔탈리즘에 심취한 '닐 스티븐슨'의 사이버 펑크보다도 더 말이다...ㅠ_ㅠ
사이버 펑크의 선구작이라지만 1995년에 개봉한 [공각기동대]보다도 새로울게 없는 진부한 설정과 세계관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끝판왕 [공각기동대]랑 비교하는건 좀 그런가...;;) 추상적인 이야기에 오픈마인드라면 작품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수도 있겠으나, 본인같이 틀에 박힌 고루한 취향의 독자라면 마지막 결말은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