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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살아남기 2 ㅣ Wow 그래픽노블
스베틀라나 치마코바 지음, 류이연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4월
평점 :
학교에서살아남기 2 (2019년 초판)
저자 - 스베틀라나 치마코바
역자 - 류이연
출판사 - 보물창고
정가 - 14500원
페이지 - 247p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정글같은 학교에서 생존하기
질풍노도의 중학생들의 내적 고민과 갈등을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또 가볍지 않게 적절한 밸런스를 맞추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고민하게 만들었던 학원 그래픽노블 [학교에서 살아남기] 두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1편에서는 미술부 부원인 소녀 페넬로피가 주인공으로 미술부와 과학부의 갈등 속에서 인간적으로 성숙해나가는 패넬로피의 이야기를 그렸었는데, 이번 2편에는 페피와 같은 미술부 부원인 젠슨이 주인공의 바턴을 이어받는다.(같은 학교에 같은 나이가 배경이라 1편과 2편에 중복되는 캐릭터들을 찾고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태양의 흑점폭발을 연구하는 우주 비행사를 꿈꾸며 현실보다는 공상의 세계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이는 조금은 엉뚱하고 뚱뚱한 체격탓에 느려보이는 젠슨에겐 어떤 사연으로 친구들이 있는 학교가 생존의 장이 되었을지...젠슨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미술부 부원이지만 부 친구들은 젠슨에게 농담이라는 말로 당사자가 듣기 거북한 악담들을 늘어놓고, 교실 안밖에서는 마주치기만 하면 젠슨을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점심시간엔 젠슨의 자리를 맡아주는이 하나 없고, 그룹수업엔 누구하나 끼워주는이 없고, 친구들의 단톡방에 젠슨의 자리는 없다. 여태껏 쭈욱 그렇게 생활해온 젠슨에겐 이런 상황들이 거슬릴것 없었고, 문제의식조차 없이 그저 자신의 감정이 조금 상하지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활해온다. 그러던중 신문부 친구들의 새로운 기사 프로젝트에 인터뷰 요청을 수락하게된 젠슨은 막상 인터뷰 자리에 서고 나서야 그 프로젝트가 따돌림에 대한 프로젝트란걸 깨닫게 되고...그제서야 자신이 겪고 있는 생활들이 다르게 보이는데....
1편이 중학생 소녀의 섬세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이번 2편은 정말로 학교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에 걸맞는 조금은 무거운 왕따라는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심각한 왕따는 아니란점...) 때때로 편하다는 이유로 당사자 앞에서 감정이 상할수도 있는 이야기를 한적은 없는지...서툴고 요령없는 친구를 느리다고 무시한적은 없는지...학창시절을 떠나 살다보면 무신경함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무시하고 이런 저런 상처들을 준적이 한번쯤은 있을것이다. 문제는 그런 무신경함에 가려진 날카로운 비수가 한번...두번...열번...수십번...찔리다보면...상처는 어느새 딱딱한 딱지가 앉고 더이상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수도 있으리라...
거부당한 후에 억울한 기분에 휩싸이거나 움츠러들기 쉽다.
많은 이들에게 무시당하고 거절당하면서 계속 손을 뻗고, 대화를 시작하고,
누군가에게 도달하려 노력하는 건 사실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용기이다.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면서도 행동에 옮기는 것.
세상이 등을 돌린 것 같고 거절 당할 것이 뻔해 보여도
손을 내밀어 친구를 만드는 것.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되어 줄 때 우리 모두 더 강해지니까.
단지 손을 먼저 내밀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친구들의 가시같은 말들과 무관심을 그만두게 만들 수 있는것은 바로 당사자의 용기어린 한마디 임을 작품을 통해 말한다. 아직 관계에 서투른 학생들에겐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무심코 던진 말들이 누군가에겐 아픈 상처가 될 수 있음을...그 상처로 고통받는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을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건 모든 대인관계의 시작인 상대를 이해하고 헤아리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일깨우는 동시에 누구나 상처를 주는 입장에서 상처를 받는 입장이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사회로 나가기에 앞서 학교라는 소사회에서 오로지 학벌을 위한 공부에 지쳐 인성교육이 등한시되는 지금의 상황에선 정말로 아이들이 인지해야할 중요한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만화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대인관계의 지혜를 가르쳐주고 있지만 그것이 학교수업같은 강압적 방식이 아닌, 상처를 직접 받게되는 당사자의 시선으로 문제에 직면하게 만들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의 마음을 이해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방식의 만화라서 더욱 효과적일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한국의 학교생활과 만화속에서 그려지는 외국의 학교생활은 하늘과 땅차이로 다르게 그려지고, 현실은 이 만화보다 훨씬 냉혹하고, 잔인할지도 모른다. 다만 너무 늦어버려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전에 이렇게라도 미리 준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것이 어른들의 책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착한 작품이다. 내 딸아이가 초딩에 입학하게 되면 꼭 보여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