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이 머무는 곳
히가시 나오코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혼이머무는곳 (2019년 초판)

저자 - 히가시 나오코

역자 - 이연재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02p



죽은 뒤 당신이 머물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고, 죽음 후 사후세계를 상상한다. 죽음 뒤 나의 의식이 형광등 꺼지듯 암흑같은 무(無)로 소멸된다면...상상만으로도 무섭고 아득바득 살아가는 이승의 삶이 너무나 허무하다...그래서 저마다 이승에서의 삶 뒤의 사후세계를 상상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머...이 작품도 비슷한 맥락의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작품이 여타 사후세계를 다루는 작품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저승의 혼백이 이승의 사람에게 빙의되거나,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윤회가 아니라 '사물'에 머문다는는 것이다. 세상의 어떤 물건이든 세월이 흐르면 그안에 영혼이 깃들고 그 영혼을 위해 제를 지내는 일본이란 나라이기에 나올 수 있고, 어울리는 이야기라고나 할까...그동안 생각없이 써오던 일상적 물건들 속에 세상을 떠난 누군가의 영혼이 있다고 생각하니...뭔가 기분이 이상해진다. -_-;;;;



육신이 죽음을 맞이하면, 혼백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혼관리국으로 향한다. 이 혼백들에겐 다시 한번 이승으로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 기회에는 한가지 규칙이 존재한다. 사람, 동물, 식물등 이미 영혼이 들어가있는 생명체에는 빙의될 수 없다는것. 영혼이 점유하지 않은 물건에만 혼백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엄마...누군가의 이웃....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난 연인...성장하기도 전에 죽은 아기까지....다양한 혼백들은 자신만의 이유로 자신의 혼이 머물 곳을 선택하고, 그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보고싶던 연인의 머그컵, 생전에 신나게 놀던 놀이기구, 귀가 어두운 엄마의 보청기...등등 사용자는 절대 생각하지 못할 물건에 깃들어 사용자를 바라본다. 



오래도록 천수를 누리던 피치못할 사고로 한창시기에 생을 마감하던...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자식을 두고 미련없이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자신의 목소리가 닿을 수 없는 물건속에 갖혀서라도 누군가를 지켜보고 싶은 절실한 마음이 너무나 와닿는다. 물건이 부서지거나 다써버리기 전까진 물건속에 갖혀 자신을 사용해주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영혼들...어찌보면 끝도없는 고독의 연옥이라고 생각되지만...그 모든 기다림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사람이 잘 살고 있음을 지켜보며 행복해 하는...그런 11명의 혼백이, 11가지 사물에 얽힌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 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생처럼 11명의 혼백들의 사물에 깃드는 사연들도 모두 다르고, 절실하며 애절하다. 아들의 야구시합을 관전하고 싶은 아빠가 아들의 물건에 깃들어 혼신을 다해 경기하는 아들의 열정을 지켜보고 안도하는 모습을...남은 남친이 애정하던 물건에 깃들어 새로운 여친이 생기고 그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죽은 여친의 복잡한 심경을...아름답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도 있지만, 안타깝고 공허한 사연들도 있어 오히려 더 좋았던것 같다. 세상 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랄까...억지스럽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그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도 가까운 누군가와 사별했을때...지인들은 이렇게 위로한다. '너무 상심하지마. 분명 저 하늘 어디에선가 널 지켜보고 있을거야...' 그런데 사실은 저 하늘 어딘가가 아니라 나의 삶속에 항상 함께하는 휴대폰이나 우산..혹은 립글로즈 같은 생각지도 않던 애장품 속에서 날 지켜보고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전부다 지켜보고 있는것도 웬지 내키진 않는다는...-_-;;) 만약 내게 영혼이 깃들 그릇을 물어본다면...어디에 깃들고 싶다고 말할까? 누구를 지켜보고 싶을까?...삶과 죽음, 떠나는 자와 남아있는 자에 대해 공명하고 사유하게 만드는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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