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 1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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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아이 1,2 (2019년 초판)

저자 - 야쿠마루 가쿠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몽실북스

정가 - 15000원 * 2

페이지 - 515p, 495p



신에게 선택받은 아이

신에게 버림받은 아이



[돌이킬 수 없는 약속]으로 역주행 신화를 보여준 베스트셀러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그것도 무려 천 페이지에 달하는 육중한 분량으로 말이다. 죽음과 살인이 존재할 수 밖에없는 미스터리이지만 매작품마다 인간의 본성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주제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교차하는 휴먼 미스터리 작가로서 천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번 작품엔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기대하며 첫 페이지를 넘겼다....그리고 바로 그날밤을 꼴딱 새며 1권을 읽었고 , 몇 시간의 수면뒤 2권을 독파해버렸다. (물론 전날 서울 카페&베이커리 축제에서 공짜 커피를 들이부은 탓도 있겠지만) 이건 뭐...가독성의 끝판왕이랄까..작품이 날 놔주지 않아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들다니...매일 같이 책을 읽는데도 이정도 분량의 작품을 앉은 자리에서 독파한 경험은 그리 많지 않기에 사람을 빨아들이는 흡인력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책 한 페이지를 읽고 암기하는데 걸리는 시간 20초. 소위 슈퍼기억력을 가진 천재적 지능의 소유자 마치다 히로시에겐 남다른 과거가 있다. 엄마의 애인을 칼로 찌르고 가출하기 전까지 14년간 약물중독 엄마와 애인의 가혹한 폭력속에서 방치되다 시피 살아온 것이다. 의무교육에 들일 돈이 아까워 호적신고까지 거부한 엄마에게 모정은 사치나 다름없었고, 태어나 가출하기 전까지 가족에 의미도...애틋한 사랑도...최소한의 인간관계에 대한 감정조차도 배우지 못한채 세상에 홀로 버려진 마치다는 오로지 자신의 지능에 의지하여 거리의 뒷골목에서 4년을 살아간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연 한 사람이 있으니, 거리에서 만난 또래의 정신지체 장애인 미노루였고, 천진난만하게 자신을 챙기는 미노루의 선함에 이끌려 미노루의 호적을 빌린 마치다는 미노루를 돌보면서 보이스피싱 사기조직에서 사기시나리오 설계자로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런데 마치다의 천재적 재능을 눈여겨본 조직의 두목 무로이는 자신에 대한 충성의 증명으로 미노루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마치다는 무로이에 대한 충성 대신 친구 미노루를 선택하고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고 소년원에 입소하는데......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을 가진 천재소년...오로지 생존을 위해서만 살아야 했던 그가 바라본 냉혹한 세상은 한 인간의 인격과 감정을 말살해버리기에 충분했다. 14년간 학대와 방치속에서 홀로 버려진 천재적 소년...암흑같던 14년의 시간은 뛰어난 이해력과 높은 지능을 가진 소년에겐 영겁의 지옥과도 같은 끔찍한 시간이었으리라. 그런 소년이 인간의 감정을 차단해버린건 미치지 않고 재정신으로 살기위해 그가 내린 최선의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는 오직 인간관계로만 풀 수 있듯이 꽁꽁 얼어붙은채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잠근 소년의 마음을 여는 것은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아껴주는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리라. 보기엔 엉성해 보이지만 상대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빚은 김이 모락나는 주먹밥처럼 서툴지만 서두르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마치다를 응원해주는 주변사람들의 노력이 마침내 단단이 걸어잠긴 마치다의 마음속 빗장을 열면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리란건 굳이 작품을 다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냉정한 지옥의 사자에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금씩 변화해가는...츤데레 마치다를 보는 것은 상상이상의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다. 



작품은 두 권에 걸쳐 크게 3개의 페이즈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소년원에 수감된 마치다와 먼저 입소중이던 보이스피싱 동료 이소가와, 나중에 입소한 미노루를 떠올리게 하는 덩치큰 정신지체자 아마미야와의 탈주기가...2장에서는 몇 년후 보호감찰로 풀려난 마치다가 자신을 보살피던 교도관인 나이토의 부탁으로 지인인 마에하라 공장에 거처하며 도쿄대 이공학부의 학생으로 같은과 학생들과 획기적 발명품으로 창업하게되는 이야기가...3장에서는 몇 년후 고공가도를 달리던 회사가 위기에 처하고 이 위기에 흑막이 있음을 눈치챈 마치다는 최후의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저 소년원이란 한정된 장소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거치면서 새로운 인간으로 갱생할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실로 다양한 배경과 수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종국에는 예기치 못한 어지러웠던 사건들이 하나의 커다란 물줄기로 합쳐지면서 강렬한 결말로 치달아 간다. 그 많은 캐릭터들이 어느하나 허투로 소비되는일 없이 각자의 사연을 갖는다는 것...이야기 전체에 자연스러운 맥락과 개연성이 중첩되는 것... 페이즈가 거듭될수록 급격히 팽창하는 스케일을 납득하게 만드는건 이같은 탄탄하고 세밀한 구성이 기반이 되었기에 가능한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일본을 집어삼킬 거대 신흥조직 신공생회의 수장 무로이의 범죄를 통해 비뚤어진 세상을 평등하게 바로잡자는 가치관이나 부모에게 학대받아 마음을 닫아버리고 독설을 내뱉는 마치다나 무관심한 세상에 버림받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숨긴채 딱딱한 껍질 속에서 사랑과 관심에 대해 소리없는 외침으로 갈구하는 반어적 모습을 본듯하여 못내 씁쓸하게 만든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것 같았던 상처입은 이들이 천천히 변화해가는 모습을 통해 아직 늦지 않았고 충분히 구원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신에게 선택받아 세상에 나왔지만 부모의 학대와 세상의 무관심속에 방치된 신의 아이들에게 태어나 살아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희망과 구원의 울림을 전하는 감동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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