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스 브라더스
패트릭 드윗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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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스브라더스 (2019년 초판)

저자 - 패트릭 드윗

역자 - 김시현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66p



희대의 악당 두 형제의 마지막 임무



와일드 빌 히콕....빌리 더 키드...서부시대를 대표하는 총잡이로 지금까지도 그들의 이름이 회자되는건 법보다 총이 앞서던 무법천지의 시대에 수많은 수라장속에서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악착같이 질긴 생명의 끈을 붙들어 잡았기에 지금까지 전설로 남아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 냉혹한 총잡이 찰스와 일라이 시스터스 형제가 악명을 드높이며 그들의 전설에 도전장을 내민다. 손안에 쥔 권총 한정이 바로 법이자 정의이던 야생의 서부개척시대...쌍권총을 손에들고 시대를 풍미한 형제악당의 찌질하면서도 화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1851년...강가 모래속에 파묻혀 있는 사금을 채취하기 위해 하던일을 팽개치고 너도 나도 일확천금의 꿈을 꾸고 캘리포니아로 향하던 그때...청부살인으로 악명을 떨치던 킬러 형제인 찰스와 일라이는 보스에게서 새로운 임무를 받는다. 임무는 사금채취꾼 웜을 죽일것. 웜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죽이라면 죽일뿐. 어쨌던 새임무를 받은 형제는 웜의 인상착의 하나만을 듣고 오리건에서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로 머나먼 길을 떠난다. 물론 시스터스 형제의 명성 답게 그들이 지나는 곳곳은 시체가 켜켜이 쌓이고 마을은 쑥대밭이 되버리고...형제는 무사히 웜을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웨스턴장르는 소설보다는 영화로 접했었고, 피카레스크 소설도 그리 많이 접해본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에 대해 평해본다면, (어쩔 수 없이 내가 봤던 얼마 안되는 영화와 비교 할 수 밖에 없을것 같다.) 일단 [영건] 혹은 [매그니피센트 7] 같이 서부시대 특유의 뽕끼가 단 1도 없던 작품이었다. 정의의 총잡이들과는 달리 희대의 악당들의 이야기라서 인지는 몰라도 시대적 보정이나 향수 따위없이 굉장히 현실적이고 건조하다. 아니..현실적이다 못해 냉소적이랄까...시스터스 형제들의 1차원적 기본욕구에 따라 쏘고, 죽이고, 빼앗고, 뚜드려패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그냥 몸만 커버린 때쟁이 애들에게 살인무기를 쥐어준 꼴을 보는듯 근원적 해맑은 악의를 보는것 같았다. -_-;;; 사고에 앞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바보들의 잔혹하고 거침없는 폭력의 향연과 꼬맹이들이 말싸움 하듯 내내 티격태격 티키타카를 펼치는 형제의 싸움에서 비롯되는 원초적이고 냉소적인 유머들....그런면에서 볼때 블랙유머가 가미된 잔혹 누아르였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나 [헤이트풀8]과 무척 닮아 있는것 같다. 2018년 이 작품을 원작으로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었고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지만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해 원작과 영화를 비교해 볼 수 없는 점은 굉장히 아쉬웠다...ㅠ_ㅠ 



지금이라면 오리건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자동차로 7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지만...다죽어가는 말을 타고 보이는 술집마다 들러 독주를 쏟아붓고 숙취로 개고생하는 형제에겐 수일이 걸리는 장대한 여정이다. 그 장대한 여정속 형제가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독거미에게 발을 물려 정신을 못차리는가 하면, 썩은 이빨을 뽑으러간 치과의사를 협박해 마취약을 빼앗아 자신의 뺨에 주사하고 사정없이 싸대기를 날리고, 우연히 만난 붉은 곰과의 사투, 붉은 곰의 가죽을 팔기위해 찾아간 호텔에서 매춘부와 광란의 파티를 벌이던 일, 총잡이들과의 목숨을 건 결투 등등등...단 한순간도 조용할 날 없는 폭풍같은 여정들속 목숨이 걸린 극도의 긴장감과 정제되지 않은 폭력의 미학이 웨스턴만이 갖는 카타르시스로 작용하여 서부의 삭막한 황야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매력은 뚜렷한 개성의 형제에게 있다. 비열하고 거침없는 형 찰스와 정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동생 일라이의 상반된 캐미가 작품 전반에 걸쳐 독자를 긴장타게 만들기도, 골때리는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기도 한다. 타던 말을 도저히 팔 수 없어 야매 수의사에게 눈알을 뽑고서라도 끝까지 정든말과 함께하는 동생 일라이는 현재에 만족하고 형과 함께 위험한 킬러생활을 접기를 바라지만 형 찰스는 끝없는 탐욕을 부리며 더 많은 부를 위해 배신도 서슴치 않는다. 일라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악당으로서의 형의 모습과, 결말의 형이 처한 상황에서 동생 일라이는 자신이 끝까지 책임지던 병든 말처럼 그저 형을 지켜내기 위해 청부살인이란 고된 여정을 묵묵히 함께 했던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성질 드럽고 거지같은 살인마 형이라도 가족은 가족이랄까...악당의 시선에서 발견하게 되는 인간적 고뇌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런면에서 볼때 가족애 넘치는 휴먼드라마라고 봐야되려나....머...그래봐야 둘 다 천하의 나쁜XX임엔 변함 없지만 말이다...-_-;;; 



그렇게 죽여대며 악착같이 돈을 그러모으지만....그렇게 쉽게 얻은 돈은 또한 쉽게 빠져나가 버린다....탐욕의 결말은 비극이요, 인생은 덧없음을 희대의 형제 악당을 통해 이야기하는 철학적 스타일리시 누아르 작품이랄까...-_- 현대적 감각의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로 점철된 매력적인 웨스턴 스릴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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