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이드인강남 (2019년 초판)

저자 - 주원규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88p



쾌락과 환락의 도시 강남



강남...환한 낮엔 하늘 높은줄 모르고 마천루를 이루는 빌딩숲 사이로 비즈니스맨들이 바삐 일하는 곳....하지만 해가지고 어둠이 내린 강남은 대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대낮처럼 어둠을 환히 밝힌 유흥가의 간판들 아래로 콜걸들을 태운 승합차는 밤이 새는줄 모르고 환락가를 누비고, 길거리엔 온갖 쾌락을 보장하며 성인들을 유혹하는 낯뜨거운 전단들이 거리를 뒤덮는다. 하지만 접대부들도 외모와 나이에 따라 등급이 갈리듯...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못할...고위층 고객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끔찍한 변태성과 쾌락을 장착한 프라이빗 업소도 엄연히 존재할 것이란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하룻밤에 수천..수억의 돈을 흩뿌리며 마약과 접대부들과 한데 뒤엉킨 쾌락의 섹스파티...이 작품은 한 건의 살인사건을 통해 세상의 정점에 서있는 초고위층들의 숨겨진 비정상적 쾌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들에게 짙게 베인 물질만능주의와 특권적 우월의식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정확히 열 명.

열 명의 남녀가 전라로 누워있다.

서로 뒤엉킨 남녀의 몸은 결코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열 명의 몸 전체가 피투성이다.

속옷 하나 입지 않은 열 개의 몸 위에 선혈이 낭자하다.

수많은 핏방울이 실력 없는 화가가 그린 점묘화처럼 무성의 하고 

산발적으로 흩뿌려져 있다.


강남의 초고층빌딩의 준공을 앞두고 최상위층 펜트하우스에서 발견된 끔찍한 상태의 시체 열 구...사건이 발생함과 동시에 한통의 전화를 받는 변호사 민규는 로펌측으로 부터 살육파티로 변한 열 구의 시체를 말끔히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고위층의 시끄러운 사건 사고를 조용히 그리고 조속히 처리하는 전문 해결사...이른바 설계자로 통하는 특수직업을 가진 민규는 그쪽 계통으로는 완벽한 일처리의 전문 설계자로 통한다. 서둘러 도착한 현장에서 고위급 공무원, 유명 연예인으로 밝혀진 5구의 남성 시체와 접대부와 콜걸로 밝혀진 5구의 여성 시체를 보며 이미 설계의 가닥을 잡은 민규는 경찰이 들이닥치기 전에 시체를 처리하고, 재빨리 증거와 목격자를 조작하여 개별 사망사건으로 처리하려 한다. 하지만 2억의 도박빚에 허덕이는 경찰 재명이 사건의 냄새를 맡게되고, 사망자중 한명인 유명 랩퍼 몽키의 사망 소식을 은밀히 연애부 기자에게 흘린다. 다음날...재명의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 한통....그리고 약속된 미팅장소에서 양복을 차려입은 설계자 민규와 마주하는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열 명의 남녀....테이블위에 널부러진 주사기와 마약 앰플들...그리고 오륙십대 공무원들과 이십대 랩퍼가 뒤섞여 펼쳐지는 쾌락의 난교파티...-_-;;; 솔직히 지금 한창 연일 뉴스꼭지를 장식하는 유명 연예인이 거론되는 강남의 고급술집 뉴스가 아니었다면 현실성 없는 작품이라고 치부했을지도 모르겠다. 알음알음 그들만을 위한 환락파티가 분명 존재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실제 뉴스로 접하고나니 작품속 이야기가 피부에 와닿는 온도차는 정말로 달랐다. 머랄까...분노의 감정마저 들지 않을 정도로 다른 세상...다른 세계의 일로 느껴지지만...그들의 추악함은 경악의 감정으로 마음속 깊이 파고든달까... 



작품은 자본과 쾌락의 도시 강남의 정점에 선 쾌락자들과 그들을위해 존재하는 돈의 노예들인 포주, 접대부, 설계자, 타락한 경찰등의 거대한 검은 커넥션, 하나의 사업이되어버린 강남의 어두운 현주소를 적라나하게 그려낸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살인마저 서슴치 않고 가족마저 단칼에 잘라버리는 돈의 법칙으로만 움직이는 비정한 권력자, 그들을 위한 소모품으로 실컷 유린당하고 난도질 당하여 죽어도 제대로 수사조차 이루어 지지 않는 최하위 계층이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꿈의 땅 강남을 떠나지 못하는 비루한 존재들...이들의 극명한 대비 속에서 '강남'이 갖는 진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망할 돈의 노예들로 견고하게 쌓은 그들의 제국에 실금조차 내지 못하고 벌레처럼 바스러져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무기력함 때문인지 불쾌하고 무거운 감정이 오래도록 남는 작품이었다. ㅠ_ㅠ 



고위층들의 사건을 뒤치닥거리하는 설계자 민규를 보면서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 살인사건을 조작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작품속 설계를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미심쩍은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사건이 정말 자살이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_-;; 정말 이 세상이 보이지 않는 설계자에 의해 움직이는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피어나게 만든다. 강렬한 사건과 빠른 호흡에 200페이지 남짓의 이야기는 몰입감을 선사하지만 다소 맥락이 결여된 살인범의 정체나 재명이 본 CCTV에서는 멀쩡히 걸어나가는데, 다음장에서는 찔러죽였다고 언급하는등 후반부 매끄럽지 못한 전개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던...높으신 그들을 위해 평생을 개미처럼 죽어라 일해봐야 수십억대의 강남땅은 언감생신 꿈조차 못꾸고, 오늘도 나는 로또를 긁어대며 이루지 못할 일확천금의 꿈을 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