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앱솔루트 달링
가브리엘 탤런트 지음, 김효정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마이앱솔루트달링 (2018년 초판)
저자 - 가브리엘 탤런트
역자 - 김효정
출판사 - 토마토출판사
정가 - 14800원
페이지 - 558p



강인한 소녀, 나약한 딸



이걸 지옥같은 학대에서 겨우 목숨하나 건진 소녀의 고군분투기라 해야할지...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잊을만 하면 뉴스에서는 끔찍하고 잔혹한 아동학대 사건이 튀어나오며 전국민의 공분을 사곤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입에 담지도 못할 더럽고 추악한 짓거리들을 보고있다보면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남다르게 감정이입하고 썩어버린 인간들로 인하여 나의 정신도 한층 썩어감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의 플롯을 보고 솔직히 약간 고민하기도 했다. 열 네살 소녀 터틀이 친아버지의 학대속에서도 꿋꿋하고 강인하게 성장하여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 비로소 어엿한 성인으로 홀로서기 하게 된다는...아프지만 희망적인 성장소설일거라 생각하고 작품을 집어들었다.



어릴적 엄마는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근처 트레일러에 홀로 사는 할아버지를 제외하면 열 네살 터틀에게 가족은 아빠 마틴뿐이다. 6살 부터 마틴에게 총기분해, 사격술 등 무기 다루는 법을 배운 터틀은 열 네살엔 이미 다양한 총기류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명사수에 버금가는 사격솜씨를 갖게 된다. 인적이 드문 과수원 사이 허름한 집에서 단둘이 생활하며 자급자족하는 터틀은 언제나 딸이 자신의 전부라 말하는 마틴의 왜곡된 사랑을 듬뿍 받으며 매일 생명을 걸어야 하는 서바이벌 같은 생활속에서 날선 감각과 또래 소녀 같지 않은 거칠고 강인한 걸크러쉬 소녀로 성장한다. 그렇게 언제까지나 마틴과 단 둘이 살거라 생각하지만...우연히 산길을 헤매던 고딩 오빠들과 친구가 되고 넓고 정상적인 세상을 접할수록 그동안 사랑이라 생각했던 마틴의 행동들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한동안 집을 나간 마틴이 길거리를 떠돌던 어린 소녀 카이엔을 주워오면서 그동안 쌓였던 갈등이 폭발한다.....



이 작품의 플롯을 보며 바로 떠오른 작품이 있었는데, '카렌 디온느'의 [마쉬왕의 딸]이다. 납치한 여성을 임신시켜 태어난 딸에게 학대에 버금가는 서바이벌 생존법을 가르치는 아빠에게서 탈출한 뒤 키워준 아빠와 일전을 벌이는 성인이 된 딸을 그리는 작품인데, [마쉬왕의 딸]속 딸과 터틀이 느끼는 아빠에 대한 감정 변화가 상당히 흡사하게 흘러간다. 굉장히 닮아 있는 작품이지만 [마쉬왕]의 아빠는 상당히 과묵하고 거의 야생 인디언으로 그려지는 과묵한 또라이인 반면 [마이 앱솔루트 달링]의 아빠는 평소에는 상당히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예측불허의 광기로 터틀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학대하는 망할 수다쟁이 미친놈이었다. -_-...그래서일까...두 작품 모두 읽기 힘들었지만 이 [달링]이 특히 훨씬 힘들었던건... [마쉬왕]은 그냥 학대만 할뿐이지만...[달링]의 마틴은 가족조차 가리지 않는 빌어먹을 소아성애자이기 때문이다...ㅠ_ㅠ 아...젠장할....



눈뜨고 보기 힘든 추악하고 참혹한 장면이 이어지다 보니 멘탈이 가루가 되버리는것 같다...고통을 그저 감내하고만 있는 터틀에게 너무나 답답하고 그 누구도 마틴의 학대를 눈치채지 못하는 세상이 야속하기만 한데, 모든것이 고립된 상태에서 지속적인 당근과 채찍질은 뒤틀린 엘렉트라 컴플렉스와 스톡홀름 신드롬을 낳은 것일까... 바닥까지 달라붙은 자존감은 세상을 향한 도움의 손길마저 거부하게 만들 정도로 어긋난 부성에 익숙해져 버린다.



소재도 소재거니와 리얼하게 묘사되는 학대 장면들이 다소 끔찍하게 다가오지만 자신의 운명을 위해 자신에게 마지막 남은 혈육을 제 손으로 직접 썰어내는 소녀의 운명을 건 투쟁의 역사는 끝없는 어둠속에서 빛을 향해 조심스럽게 내민 한발자국이기에...그녀의 용기와 홀로 싸워나갈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든다. 잔혹한 만큼 작품에 빠져들고 욕하면서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분명 희망적인 이야기다. 그 길까지 가는 길이 엄청나게 험난할 뿐....정신적 데미지가 너무 커서 당분간은 가족간 스릴러는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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