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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들이 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 동화>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숀 탠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8년 12월
평점 :
뼈들이노래한다 : 숀 탠과 함께 보는 낯설고 잔혹한 <그림동화> (2018년 초판)
저자 - 손 탠
역자 - 황윤영
출판사 - 에프(F)
정가 - 24000원
페이지 - 192p
아티스트 숀 탠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그림동화
신델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우리는 태어나면서 부터 그림형제의 동화를 듣고, 보고, 읽으며 자라온다. 때로는 꿈과 희망을...때로는 스릴과 카타르시스를...악한자는 벌을 받고, 착한자는 복을 받는 권선징악을 이미 어릴때부터 그림동화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이 그림동화를 보고 자라난 이들이 그동안 봐왔던 아름다운 동화들속의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진실들을 알고 있을까?....
유리구두를 신기위해 의붓언니들이 유리구두에 발을 구겨넣다가 피투성이가 된다는걸...신데렐라와 왕자의 결혼식에 의붓언니는 비둘기들에 의해 눈알이 파먹혀 장님이 된다느걸...사냥꾼이 백설공주를 죽였다고 속이고 가져온 간과 허파를 여왕은 맛있게 요리해 먹었다는걸...백설공주의 결혼 연회장에 간 여왕이 뜨겁게 달군 시뻘건 쇠신발을 신고 죽어 넘어질때까지 춤을 춰야 했다는걸....
알고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들이었다는 사실 말이다....예술가 '숀 탠'은 이 원전 그림동화들에 그만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발상을 통해 그만의 방식으로 동화속 한장면을 재현 아니 재해석해 놓는다. 제목을 모르고 보더라도 '숀 탠'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바로 어떤 이야기의 어느 장면인지 떠오르게 만든다는게 참 놀랍고 신기하다. 작품이 동화의 장면을 그대로 묘사한게 아님에도 말이다.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묘사에 자신의 예술성을 부여하여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내는것...머...그것이 예술가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기괴하고 잔혹한 그림동화와 '숀 탠'의 감각있는 조각들은 묘한 매칭을 보이면서 조각 이후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나 역시 유명 동화 외에는 대부분 모르는 동화들이라 '숀 탠'이 엄선한 동화를 [완역 그림동화]속에서 찾아 읽기도 하며 작가가 조각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기도 했다. 출판사에서는 친절하게도 따로 완역본을 찾을 필요 없이 '숀 탠'의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책의 말미에 동화의 간략한 줄거리를 실어주는 배려를 보이기도 한다.
물론...전시회등을 통해 실물작품을 좌우 360도 방향으로 감상할 수 있다면야 가장 좋겠지만...'숀 탠'은 호주 사람이기도 하고....꽤 유명하다고 하지만...국내에서 전시회가 열릴 가능성은 아무래도 희박하니...빳빳한 종이에 올컬러로 프린팅된 사진으로나마 안방에 편하게 앉아 초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그건 그거대로 좋은거 아니겠는가...ㅎ 일류 아티스트의 감각과 원전 그림동화의 낯설면서도 잔혹한 만남이 묘한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작품을 보고 모르는 동화는 [그림형제 동화전집 완역판]으로 읽어보며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며 봤다.
아래 작품들을 보면 굳이 동화를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거울의 대답에 화가나 얼굴이 붉게 변하고 분노에 떠는 왕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은가....
[백설공주]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가시덩굴로 뒤덮인 곳에 피어오른 잠든 미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

엄마 염소의 손에 들려있는 가위...그리고 찢겨진 늑대의 배에서 나온 아기 염소....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로테스크 하다....

말할것도 없이 [브레맨 음악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높은 탑에서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지상을 살펴보는 금발의 소녀.....
[라푼젤]의 작품이다.
감각적이고 수많은 이야기를 함축한 '숀 탠'의 작품, 작품에 한참을 바라보고 생각하게 만든다.
다음은...작품을 보고 떠오른 그림들을 묶어보았다.
작가의 그로테스크함이나 미장센이 묘하게 [베르세르크]속 장면들과 매치가 되더라..-_-;;;
어디까지나 개인적 느낌이니 딴지 걸기 없기...


이 작품을 보니 시르케가 부리는 골렘이 떠올랐다.


달아래 춤추는 해골들이 피의 일식 아래 크리쳐들로 겹쳐 보였다.


머...이건 영락없는 토끼버전 베헤리트 아닌가...-_-
웃긴건 내가 이 책을 보고 있으니 6살 딸래미가 그림책 보는줄 알고 옆에 따라 앉아 봤는데, 첫 몇장은 동화를 읽어달라 졸라서 읽어줬는데, 점점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그로테스크의 강도가 더해가는 작품들을 보더니 '이거 무서워' 라며 도망가더라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