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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가씨와밤 (2018년 초판)
저자 - 기욤 뮈소
역자 - 양영란
출판사 - 밝은세상
정가 - 14500원
페이지 - 403p
엇갈린 사랑의 비극적 말로
이름은 익히 들어본 작가인데 이 작가가 스릴러 작가였다는건 이 작품을 통해서야 처음 알게되었다. -_- 묘하게 매혹적인 표지와 시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끌고 25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살인의 비밀이란 플롯에 궁금증이 일어 집어들었다. 1992년과 2017년,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구성으로 92년 살인사건에 대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25년 만에 새롭게 시작되는 살인에 대한 범인의 정체가 누구일지 끊임없이 의심케 만든다.
생택쥐페리 고등학교 개관 50주년 기념 졸업생 모임 초대장을 받은 토마와 막심은 다급해진 마음으로 고향 코트다쥐르로 향한다. 졸업생 모임이 열리는 체육관을 모임 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1992년 12월 19일...토마는 열렬히 짝사랑 하던 빙카가 문학 선생님의 아이를 임신하여 충격에 빠진 모습을 지켜본다. 짝사랑하는 친구의 끔찍한 말에 분노로 이성을 상실한 토마는 그길로 문학 선생 알렉시를 찾아가 쇠파이프로 폭행한다. 거친 몸싸움 도중 알렉시가 토마의 위에 올라가 유리조각으로 찌르려는 찰나, 우연히 이를 본 막심이 평소 가지고 다니던 나이프로 알렉시의 목을 그어버리고 알렉시 선생은 그자리에서 사망한다. 공황에 빠진 토마와 막심은 막심의 아버지 프란시스에게 연락을 하고, 프란시스는 재빨리 알렉시의 사체를 공사중이던 체육관 벽에 시멘트와 함께 발라버린다. 그날 이후 빙카 역시 모습을 감춰버리고, 실종수사를 하던 경찰은 12월 20일에서 21일사이 파리의 호텔에서 빙카와 알렉시가 하루를 숙박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학교에는 빙카와 알렉시가 사랑의 도피를 했다는 소문이 퍼지고....25년이 흘러 체육관 속에 숨겨둔 시체가 발견되 토마와 막심의 살인이 밝혀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유명 소설가로 성공한 토마는 다시 한번 25년전 빙카의 실종에 대해 조사하게 되는데.....
짝사랑이란 콩깍지가 씌이면 상대의 모든 결점이 장점으로 비춰지는 마법이 일어나나보다...열아홉 사랑의 열병을 앓던 토마에게는 보이지 않던 빙카의 진실들이 콩깍지가 벗겨진 25년이 지나서야 하나 둘 보이게 되니 말이다. 상냥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기억속의 빨간머리 아가씨 빙카와는 달리...주변인들이 전하는 빙카의 모습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문란했던 성생활과 토마의 아버지를 유혹하여 성관계를 가진뒤 임신공격으로 협박해 거금을 뜯어내는 등 아름다운 외모로는 미처 상상치 못할 영악하고 지저분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빙카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고 25년이 지나서도 그 살인으로 감방에 가게 생겼는데, 사라진 빙카의 행적은 경악스러움 뿐이니...-_-;; 그야말로 나쁜Bitch에게 빠져 패가망신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나 역시 여기까지 읽고나서 치명적매력을 무기로 사람들을 조종하고 치고 빠지는 악녀가 나오는 영화 [와일드 씽]류의 작품이라 예상했더랬다....
그런데...25년만에 다시 찾아 듣게되는 동창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고 뻔하게 흘러가지 않더라는것....느닷없는 1992년 추가로 벌어진 살인고백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으면서 새로운 스릴러적 반전을 향해 달려간다. 실로...굉장히 복잡하다. 출생의 비밀, 이복형제, 두번의 살인시도, 게이, 레즈비언, 동성애, 모성애, 부성애, 불륜 등등등 막장드라마의 전형적 공식들이 빠짐없이 다 들어간 막장의 짬뽕탕을 스릴러에 녹여낸다. 막장 드라마의 김치 싸대기처럼 연이어 밝혀지는 숨겨진 진실은 통속적인고 뻔하다는걸 알면서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토마의 짝사랑을 비롯해 결국은 각자의 사랑을 그리는 사랑이야기이다. 그 사랑이 몹시 굴절되고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기에 이런 참사가 벌어지는 거지만 말이다...-_-;;; 비극적이고 참혹한 러브스토리랄까..
다소 우연성에 치우친 작위적 설정(토마와 알렉시가 개싸움을 벌이는데 하필 그 장면을 막심이 보고,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나이프를 빼들어 선생의 목을 갈라버리는 일이 흔하지는 않은것 같고..심지어 범인 마저도 우연으로 만들어진다는...-_-;;;)이 약간 거슬리긴 하지만 과거와 현실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비로소 드러나는 반전의 진실을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어려운 부분 없이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가독성 덕분에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릴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