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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평점 :
아홉소리나무가물었다 (2018년 초판)
저자 - 조선희
출판사 - 네오픽션
정자 - 13500원
페이지 - 368p
내가 누구야?...
나의 얼굴을 한 무언가가...내게 묻는다. "내가 누구야?"....그래...나는 누구인가?...
독특한 소재의 한국 공포 미스터리 작품이 출간되었다. 호기심에 시작한 소리나무 놀이를 통해 '그것'을 불러내고...원하던 친구의 복수에 성공하지만...이제 '그것'을 불러내는 일에 함께 한 친구들이 하나 둘 '그것'에 의해 실종된다. 시든때도 없이 나타나 압박하며 목을 조여오는 '그것'의 정체는....'그것'과 싸워 이겨낼 방법은 없는것인가?....'그것'에게서 살아남은 자들의 생존을 건 반격이 시작된다...
고등학교 절친한 친구가 일진 깡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자살하고, 친구를 대신해 복수를 맹세한 박태이는 우연히 할아버지의 손때묻은 노트속 소리나무 놀이에 관해 알게된다. 아홉개의 소리나무를 8명의 사람들이 매일 밤 두드리며 놀다 보면 원하던 소원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치명적 대가가 있으니 소리나무의 정령이 자신의 모습으로 찾아와 '내가 누구야?'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자신의 이름을 답하면 나무의 정령이 자신 대신 인간 행세를 하게 된다는것이다. 친구의 복수에 눈이 먼 박태이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들을 모으고, 매일 밤 소리나무 놀이를 진행한다. 그리고...비어있던 아홉번째 소리나무에 '그것'이 답을 하고....바로 그날밤 일진 깡패들은 무언가에 처참하게 밟혀 온몸이 터져버린체 죽는다. 죽은 친구의 복수에 성공하지만....이제 각자가 두드렸던 소리나무가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나 박태이와 친구들을 위협하고....그들은 자신의 소리나무를 피해 각자 뿔뿔이 도망쳐 숨어든다. 누군가는 미국으로...누군가는 서울로...누군가는 고향에 남아 각자의 소리나무의 질문을 애써 외면하고...그렇게 시간은 흘러 15년이 지난 어느날...소리나무의 비밀을 풀었다던 국수는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실종되버리고...더이상 친구들의 실종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박태이는 절친 종목과 함께 소리나무에 대항하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데....
고대부터 지속되어 왔다는 소리나무 놀이...이 소리나무 놀이가 살인게임의 핵심이다. 어기면 죽음이 따라오는 다양한 규칙과 각자 나눠진 놀이말로서의 역할 등등 소리나무의 질문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소리나무에게서 영원히 벗어날 딱 맞는 정답을 말해야 죽음에서 피할 수 있다. 이 정답을 찾기 위해 박태이가 벌이는 조사과정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박태이의 몇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사건부터 현재까지 수백년을 이어져 오는 소리나무 놀이의 충격적 진실과 연이어 벌어지는 실종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의 수사가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좀처럼 예상 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단 작품을 이루는 공포와 미스터리적 요소중 공포부분...소리나무 놀이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작품에서는 구전되는 전통 놀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본인이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봤지만 아기들이 두드리고 노는 소리가 나는 나무 교구만 줄줄이 나오니..일단 가공의 놀이라고 생각된다. -_- 나무를 두드리는 행위라는 모티브를 제외하고 나면 결과적으론 철없는 젊은이들이 모여 귀신을 부르는 소위 분신사바, 콧쿠리상, 위자 등의 귀신 소환 의식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멋대로 부른 이세계의 망령(여기선 나무의 정령)은 소환한 자들에게 칼을 뽑아들고 각자는 생존을 위해 싸우는 중심 플롯은 여타 귀신소환 작품과 비슷하게 흘러가는듯 하다. 다만 이 작품만이 갖고 있는 공포적 요소는 망령의 출현 방식이다. 바로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단 한명이 남을때까지 생존경쟁을 펼치는 도플갱어적 요소인데, 이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그건 바로 자신 내면에 숨어있는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자신과 직면하는 순간이리라. 추악한 내가 나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아무리 은폐하려하고, 묻어두려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또다른 자아가 내게 죄를 인정하고 어둠에 순응하라는 뜻이 아닐까?...하나 하나 뜯어보면 익숙한 공포장르의 요소들을 적절히 조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각 공포의 포인트를 살려 인간의 원초적 공포를 적절히 자극하고 있다.
다음은 미스터리적 부분인데, 할아버지의 노트, 영겁의 생을 살며 소리나무의 노예로 소리나무를 지키는 역할을 맡은 머리, 머리가 가장 사랑하는 이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머리를 조종하는 나무의 정령 등등 처음엔 대체 무슨소리를 하는지 모를 정도로 갖가지 규칙과 단서들이 난무 하는데, 어지럽게 널려있던 단서들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체계를 잡아가고 결말을 위한 복선으로 작용하게 된다. 오래된 소리나무 그림을 통해 생존의 비밀이 숨어있는 수수께끼적 요소를 던지기도 하고, 친구라 믿고 있던 자들이 사실은 소리나무에 빙의된 자들이라는 반전적 요소도 숨어있다. 박태이 일행과 경찰이 개별적으로 소리나무의 정체에 근접하면서 대망의 결말을 향해 치달아 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작품으로서 흥미롭게 흘러간다.
전에는 보지못한 신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우선 공포와 미스터리적 요소의 비율이다. 제목만 봤을땐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오컬트 공포작품으로 생각되지만, 작품은 공포 보다는 미스터리쪽에 치중한다. 거의 2:8의 비율이랄까...초반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참혹하고 잔인하게 죽어나가던 장면들은 박태이 등장 이후 거의 자취를 감춘다. 개인적으론 끔찍한 공포와 미스터리의 비율을 비슷하게 가져갔더라면 더 좋았을것 같다. 이거야 각자의 장르적 취향에 따른 호불호이니 차치하고....다음으로 결말의 박태이의 선택이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태이의 선택은 나로선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었다...ㅠ_ㅠ 그전까지 친구를 휘말려 죄책감에 고통받던 그 박태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앞부분의 태이와는 전혀 다른 안하무인 겪의 후반부 박태이의 성격변화는 설득력이 떨어지는듯 하다. 다만 박태이가 소리나무에 홀려서 그런것이라면 나의 불만은 갈곳을 잃겠지만 말이다..;;; 이 역시 읽는이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 하다는 점을 언급한다.
매력적인 소재와 인간 내면의 공포를 적절히 자극하는 오컬트 심리 공포 미스터리 작품이었다. [보기왕이 온다]가 공포쪽에 방점을 둔 오컬트 공포였다면 이 작품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을 가미한 미스터리 공포였다. 직설적이고 끔찍,잔혹한 공포보다 좀 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에 내면심리를 자극하는 감성공포를 선호한다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