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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항설백물어 - 상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8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8년 11월
평점 :
후항설백물어 상 : 항간에 떠도는 기묘한 이야기 (2018년 초판)
저자 - 교고쿠 나쓰히코
역자 - 심정명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07p
돌아온 어행봉위!!!
2009년 [항설백물어]
2011년 [속항설백물어]
그리고....
2018년 드디어 [후항설백물어 상]이 출간됐다!!! 시리즈 1편 이후 무려 9년만에, 2편 이후 7년만에 다시 만나는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기담 수집가인 글쟁이 모모스케와 어행사 마타이치와 소악당들이 돌아온 것이다. 분명 팔백여 페이지의 무지막지한 분량의 [속항설백물어]에 데여서 포스팅 말미에 "더이상 속속편이 나오더라도 이시리즈는 이걸로 종료이다" 라고 써놨건만...이게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옛연인도 아닌데 안좋았던 기억보단 좋았던 기억만 남아 버렸달까?...;;;; 막상 후속편이 나오니 이게 또 반갑네 그려...허허~ 게다가 웬만하면 분권은 안좋아 하지만, 이번 [후항설백물어]는 분권을 한게 사백페이지에 달하니 딱 질리기 전에 끊어 주는것 같아 읽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1. 붉은 가오리
[작은섬에는 에비스신을 모시는 신당이 있다. 이 섬에는 옛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는데, 에비스 상의 얼굴이 붉어게 변하면 마을에 무시무시한 재앙이 덮친다는 것. 이를 비웃던 사나이는 어느날 사람들 몰래 에비스 상에 붉은 페인트를 칠하고 이를 보고 겁에 질려 허겁지겁 뭍으로 도망치는 마을 사람들에게 조소를 날린다. 그렇게 섬에 사나이가 혼자 남자 갑자기 천지가 울리고 대지가 흔들리더니 거대한 해일이 덮쳐와 사나이와 함께 섬을 초토화 시켜버린다.]
에비스 설화의 진실 여부를 두고 도쿄 경시청 겐노신과 친구들은 설전을 벌인다. 이에 마을의 여든 살 먹은 노인 잇파쿠 옹에게 찾아가 이 이야기의 진실 여부를 물어보고...노인은 젊었을적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언제나 안개가 자욱하지만 일 년에 단 며칠, 날씨가 맑은 날이면 바다 넘어 흐릿하게 보이는 섬이 있다. 어부들은 이섬을 에비스지마라고 부르는데, 뭍과 섬 사이의 해류가 빠르고 섬은 절벽으로 둘러 싸여 섬에 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담 수집가 모모스케는 우여곡절 끝에 우연히 이 에비스지마에 가게되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이 섬에서 아주 기묘하고 기괴한 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 앞선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후편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때는 막부가 막을 내리고 메이지 유신으로 나라 전체가 격랑에 휘말린 격변의 시대이다. 기괴하고 몽환적인 설화에 설화에 이어지는 설화는 굉장히 충격적이고 강렬한 재미를 선사한다. 새롭게 7년만에 새롭게 돌아온 컴백 작품의 첫 이야기로 더할나위 없는 만족감을 준다. 이렇게 장황한 이야기를 통해 노인이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2. 하늘불
[한 마을에 자비로운 대관이 있었다. 그런 대관에게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아내가 색욕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는 것...어느날 대단히 귀한 스님이 마을을 지나가고, 대관은 아내의 색욕을 잠재워 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스님을 본 아내는 스님과 결혼하지 못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하고...이에 대관은 고민끝에 스님을 죽여버리고(잉?) 실성해 버린다. 그뒤 하늘에서 천벌의 불덩어리가 떨어져 대관과 아내를 전부 태워버린다.]
순사 겐노신은 의문의 도깨비불 때문에 기름집이 전부 전소해버린 사건을 맡게 되고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이에 마을의 노인 잇파쿠 옹을 찾아가 도깨비물에 대해 알려달라 청하고, 노인은 도깨비불과 관련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이야기 하는데.....
- 속고 속이며 엎치락 뒤치락 반전의 반전이 몰아친다. 죄를 짓고 뒤이어 우연히 불길한 일이 발생하면 바로 천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이용한 단편이었다.
3. 상처입은 뱀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사는 노부부와 딸이 있었다. 어느날 낫을 들고 섶나무를 열심히 베던 딸은 우연히 뱀을 두동강 내고, 놀란 마음에 후다닥 집으로 달려온다. 다음날 밤 집앞에 상처입은 남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극진히 치료하고, 회복하기 위해 머물면서 딸과 남성은 눈이 맞아 노부부의 데릴사위로 함께 살게된다. 이후 집안은 번성하여 유복하고 부족한것 없는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부는 욕심을 불러일으키고, 욕심은 악한마음을 가져온다...결국 물질적으론 풍족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가난에 찌든다. 순간 딸은 남편이 당시 상처입은 뱀이었고 복수를 위해 금전운을 가져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순사 겐노신은 기묘한 살인사건을 맡게 된다. 독사에 물려죽은 망나니 이노스케 사건인데, 이 이노스케를 물어죽인 뱀이 30년간 부적으로 봉인된 사당 안 구덩이 속에 있는 상자에서 무려 70년간 갖혀 있었던 뱀에게 물린것이다...실로 미스터리한 사건에 난항을 겪던 겐노신과 친구들은 또다시 마을의 노인 잇파쿠 옹을 찾아가는데......
- [하늘불] 단편과 같이 인간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하는 습성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객관적으로 봤을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개별적 일들이 누군가에겐 저주의 연쇄작용으로 보이게 될 수도 있는것...고정관념과 판에 박힌 사고는 생각지 못한 불행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역시 앞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일본에 전승되고 있는 요괴들을 모티브로 '교고쿠 나쓰히고'만의 의미를 부여하여 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킨다. 방대한 민속학 지식을 녹여내 새롭게 창조된 기묘한 이야기들 속 요괴를 통해 자연스레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고 인간 내면의 근원적 민낯과 대면하게 하는...다양한 인간들의 심리를 통찰하는 동시에 전설과 설화에 가려진 진실을 글쟁이 모모스케와 어행사 마타이치가 명백하게! 속 시원하게 밝혀내면서 권선징악을 이루어 낸다. 다만 이번 [후항설백물어]가 앞선 시리즈와 다른 점은 앞선 시리즈가 모모스케와 마타이치 일당들과의 활약이 현재의 시간대에서 진행되었다면 이번 작품은 수십년이 지나 모모스케가 여든살 노인이 된 시점에서 그가 되고자 했던 명망있는 기담 수집가로서 도쿄 경시청 순사 겐노신의 수사를 과거 마타이치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하는 것이 다른 점인듯 하다.
세대를 뛰어넘어 오래도록 구전되고, 인간의 힘을 벗어난 초자연적 사건일지라도....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 이해관계에서 벌어지는 인간사 사건일뿐...마타이치의 한마디가 뇌리에 남는다.
"세상에 불가사의 는 없고 세상 모든 것이 불가사의 입니다."
주술과 저주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을 꿰뚤어 보는 마타이치의 혜안이 빛을 발한다....그나저나 [후항설백물어]는 상,중,하로 기획된 것일까?...과연 이후권은 언제 나올 것인가?...궁금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