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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기생충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시온 그림, 현정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랑하는기생충 (2018년 초판)
저자 - 미아키 스가루
일러스트 - 시온
역자 - 현정수
출판사 - 영상출판미디어(주)
정가 - 10000원
페이지 - 342p
우리의 사랑은 인간의 사랑인가? 기생충의 사랑인가?
사랑하는 기생충이라니...내 사랑 못난이 처럼 애인의 애칭이 기생충인건가?...뭔가 톡톡튀는 신세대 연애스토리가 펼쳐지리라 예상하고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이거 진짜 기생충이자나!...-_-;;; 작품 초반만 해도 지독한 결벽증에 걸려 직장을 잃고 사랑을 잃은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는 27살의 코사카와 시선공포증으로 집밖에 나가는것 자체가 공포인 17소녀 사나기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상실감을 채워주며 가까워 지는...초반까진 딱 얼마전 읽었던 연애 미스터리물 [나와 그녀의 왼손]과 비슷한 힐링계 연애물이었다. 그. 런. 데. 중반이 지나가자 뭔가 이상해 진다...아름다운 연애물에서 급작스런 SF로의 장르적 변화에 어안이 벙벙하고...예상치 못한 상황과 반전이 주는 충격이 멘탈을 뒤흔든다...
엄마의 교통사고 이후 상실의 상처가 결벽증으로 온듯 코사카의 결벽증세는 나날이 심각해진다. 도저히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증세 때문에 생필품을 사기위해 편의점에 갈때를 제외하곤 집안에만 쳐박혀 멀웨어 바이러스를 만드는 일에 몰두한다. 일명 [Silent Night]....12월 24일 이 멀웨어에 걸린 휴대폰의 통신을 먹통으로 만들어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박살내 버리겠다는 혼자만의 프로젝트를 위해 코드를 짜는 것이다. (커플브레이커...악...악마...-_-;;) 코드를 완성하고 웹상에 배포한 찰나...갑자기 자신의 집 초인종을 누르는 중년의 남성....남성은 코사카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해 왔고, 그가 꾸미는 일을 모두 알고 있다고 협박한다. 체포되고 싶지 않다면 한 아이와 친구가 되어달라 제안하고...그렇게 코사카는 사나기와 만나게 된다. 금발염색, 짧은 스커트, 언제나 기생충 관련 논문을 끼고 사는 소녀...10살의 차이 아무런 접점없는 어울릴 수 없을것 같았던 둘의 관계는 서서히 좁혀지고....이것이 사랑인가?라고 느끼는 순간..
'니가 느끼는 그 감정은 기생충에 의한 감정이야....'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코사카는 멘붕에 빠지는데.....
[사랑하는 기생충]...기생충 끼리의 사랑을 의미할 수도 있고, 기생충에 집착하는 사나기를 의미하는 중의적 의미의 제목인가....서로가 느끼던 사랑이란 감정이 뇌속에 기생하는 기생충에 의해 만들어진...조종된 감정임을 알게됐을때....그것은 기생충의 사랑인가? 인간의 사랑인가? 이게 대체 뭔말인가 싶은데....정말로 중반의 급작스러운 기생충 전개는 코사카뿐만 아니라 작품을 읽는 나까지 멘탈붕괴에 이르게 만든다. 1인 1생수통을 들고 물독에 빠지게 만들었던 영화 [연가시] 혹은 외계인이 인간의 신체를 조종하던 SF 스릴러 [인베이전]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신체강탈 로맨스란 말인가?...
첫 번째, '벌레'는 숙주를 고립시킨다.
두 번째, '벌레'의 숙주는 서로 이끌린다.
세 번째, 어떠한 조건이 모이면 '벌레'의 숙주는 자살한다.
치명적 기생충에 감염된 사회부적응자들의 만남...사랑....그리고....죽음.....자의던 타의던 서로의 끌림을 거부할 수 없는 코사카와 사나기의 운명의 행방은.....SF스릴러로만 접했던 신체강탈의 소재를 이런식으로 녹여낸 작품은 처음보는것 같다. 누구도 상상못한 독특하고 기묘한 로맨스 아닌가...-_- 사회에 상처받고 관계에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이 기생충의 존재가 축복인지 저주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되뇌이게 만든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결말을 예측 할 수 없게 만드는 반전의 반전도 흥미롭고 작품 전반에 깔리는 황량하고 차가운 이미지도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 가을에 잘 맞는것 같다. 낙엽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는 계절에 딱 어울리는 애잔하고 쓸쓸한 연애소설이자 인간이 느끼는 상실감과 고독감을 정체불명의 기생충이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