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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의 포트폴리오
커트 보니것 지음, 이영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평점 :
멍청이의포트폴리오 (2017년 초판)
저자 - 커트 보네거트
역자 - 이영욱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44p
천재작가의 초기 단편모음집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초기 미발표 작품을 묶은 단편집이다. '핀천', '존 바스'등과 함께 대표적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로 불리며 여러 작품들을 내놨는데, '보네거트'의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특유의 위트와 해학, 날카로운 풍자가 살아 숨쉬면서도 작품을 전혀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핀천'의 작품이 난해하기 이를데 없는데 비하면 이 직관적인 가독성은 정말 작가의 큰 장점이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어렵게 비비꼬지 않고 하고싶은 말은 시원하게 해버리는 솔직함에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남다른 사고와 세상을 비틀어 보는 방식이 언제나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머..그렇다고 작품이 깃털처럼 가볍다는 얘긴 아니다. 2차세계대전속 참혹한 학살의 현장에서 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경험하며 체득한 삶의 철학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다. 높은 가독성 뒤엔 깊이 있는 진중함이 담긴 작가라는 것이다. 그동안 작가의 이름을 딴 장편이나 산문집은 기출간된 반면, 여태껏 앤솔러지 단편집에 한두편 정도 낑겨있을뿐 작가의 단독 단편집이 없었던 것에는 불만이 많았다.([제5 도살장]판본만 해도 7~8종이나 되는데...-_-;;) 그런데...드디어 보네것 단편집이 출간되니 반갑기 그지 없다...물론 작년에 말이다...-_-;;ㅎㅎ 사놓고 1년동안 묵혀둔건 맛있는 음식은 맨 나중까지 아껴뒀다 먹는 바로 그 마음이리라...
1. '소심한'과 '멀리 떨어진 곳' 사이에
죽은 아내를 그리워 하던 화가는 우연히 의사와 함께 물에 빠진 농부를 구한다. 정신이 깨어난 농부는 죽음의 순간 자신의 일생이 느리게 흘러갔다고 말한다. 화가는 농부가 죽음의 순간 과거로 타임워프한 것이라 믿고 임사체험에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 '프레드릭 브라운'이나 '호시 신이치'의 SF단편이 생각나는 작품이다. 결말은 얼핏 예상은 했는데,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 주인공의 노력이 애달프다. 결과적으론 화가의 소망은 이루어 진건가...
2. 로마
거물부호가 애지중지 키운 딸 멜로디는 아빠의 엄격한 교육으로 18살 평생 바른생활만 살아온다. 그러다 중세 창녀의 삶을 연기하는 연극 로마에 주인공으로 발탁되고, 연기연습에 들어가지만 창녀의 생을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극중 남자와의 키스신도 거부한다. 연극 관계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닌데...인생의 롤모델이었던 아빠가 범죄에 연루되어 도망자 신세가 되고, 멜로디는 아빠의 이중성을 목격하는데....
- 단편 자체가 연극으로 느껴질 정도로 연극적 성격으로 뭉친 캐릭터와 극적인 결말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3. 강가의 에덴동산
4. 멍청이의 포트폴리오
양부모가 거액의 재산을 신학대학에 다니는 양아들에게 상속하고 세상을 떠난다. 자연스럽게 양부모의 재산을 관리하던 자산관리사는 그의 아들의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어느날 불안정한 목소리로 거액의 증권을 현금화 해달라는 아들의 요구를 듣고 만류하려 하지만 아들의 의지는 확고하다. 별 수 없이 현금을 건네주고, 다음날 아들은 술이 떡이되어 나타나는데....
- 막대한 자산을 탄탄한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는건 가능하지만....인생을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는건 어려운 일이다. 역시 극적 반전의 결말이 뛰어난 단편이었다.
5. 스노우, 당신은 해고예요
비서로 고용한 스노우는 하라는 일은 안하고 헐벗은 몸매를 드러내며 사내광고를 찍는것에만 열을 올린다. 참다못한 상사 에디는 스노우를 해고해 버리고, 스노우를 흠모하던 고위직 직원은 그길로 모은돈을 전부 인출한뒤 사직서 쪽지 한장을 남기고 스노우의 뒤를 따라가는데...
- 예상할 수 없는것이 자신의 인생이요, 누구도 알 수 없는게 호감의 마음이다. 어딘게에 얽메인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짊어진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만의 길을 향해 걷는 모습이 그리 쓸쓸해 보이지만은 않았다...직장에서는 해고...내 마음안에선 고용..-_-
6. 프랑스 파리
7. 마지막 태즈메이니안
- 자신이 걸었던 인생을 회고하면서 느낀 민족주의와 그로인한 전쟁에 대한 단상을 써낸 에세이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겪은 당사자로서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는 글은 무엇보다 더한 공감과 감정을 공유한다.
8. 로봇발과 카슬로우 씨
- 미완성 SF단편이다...정말로 미완성이란듯이....문장도 맺기 전 도중에 끝나버린다....ㅠ_ㅠ...
여섯 편의 단편소설, 한편의 에세이, 한편의 미완성 단편....모두 흥미롭고 기발하다. 짧은 분량임에도 뚜렷한 기승전결과 주제의식을 모두 담고 있어 이야기꾼으로서의 진면모를 보인다. SF와 순문학을 모두 담고 있는 작품집으로서 '보네거트' 작가의 입문으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단편집이라 생각된다. '커트 보니것, 보네것, 보네거트'...어떻게 불리던 그의 작품은 언제나 옳다. 저 우주 트라팔마도어로 떠나기전, 지구에서 쓴 그의 작품들은 하나하나 심지어 미완성 작품까지도 소중하니까..
이제 또다른 묵혀뒀던 단편집 [세상이 잠든 동안]을 읽을 차례인가....더불어 '보니것'의 절판된 장편 재간도 반갑지만, 미발표 장편의 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