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복지인 - 여기는 복지과 보호계
센자키 소이치 지음, 이수영 옮김 / 출판미디어 율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복지인 : 여기는 복지과 보호계 (2018년 초판)
저자 - 아큐죠 테츠야(원안), 센자키 소이치
그림 - 히라사와 게코
역자 - 이수영
출판사 - 율
정가 - 9800원
페이지 - 300p
새내기 복지공무원의 파란만장 적응기
복지는 모든 국민의 권리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벌이는 투쟁의 최전선에서 피땀 흘리며 그들을 돕는 복지투사들...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 출간되었다. 일본이 배경인 작품이기에 한국의 상황과 얼마나 갭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복지사들이 어떤 일을하는지, 명백한 법적한계 속에서 복지사로서의 고민과 회의, 때로는 보람과 희망등 복지를 통한 여러 감정들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한때 수능점수에 맞춰 별생각 없이 사회복지사를 지원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게 만드는...복지사들의 고뇌와 애환이 담긴 작품이었다. 한없이 암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새내기 공무원이 첫 복지과 보호계로 발령받아 겪게되는, 여러 사건들을 거치면서 진짜 복지사로서 성장하며 일에대한 책임감과 보람을 느끼게 되는 과정이 밝고 희망차게 그려진다. (물론 현실의 참혹하고 냉정한 현실이 반영된 안타까운 사례들도 더러 있지만 말이다...)
어려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처음으로 발령받은 곳은 복지과 보호계...아직 복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카이는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집안에서 몇달째 씻지않고 온갖 악취를 풍기며 발버둥치는 알콜중독 노인을 병원에 강제이송하는 일을 시작으로 보호계의 업무가 얼마나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된지,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격려와 관심을 가져주는 선배들을 통해 서투르지만 천천히 적응하게 되고, 도움이 필요한 최하위 계층의 현실에 눈돌리지 않고 도움을 주기 위해 온힘을 다해 뛰어다니는 진짜 복지사로 거듭나게된다.
새내기 복지사 사카이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서 그가 맡은 지역의 대상자들간의 여러 사건들을 중심으로 사카이의 개인적인 신상변화들, 이를테면 여친과의 이별, 새로운 달달한 사랑의 시작 등을 보여주면서 인간적 휴머니즘을 담는 동시에 달달한 연애스토리로서의 재미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는다. 국내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은 넘쳐나는 반면 절박한 이들을 도와줄 사회복지사들은 너무나 적어 복지사들의 업무량이 상상을 초월하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심하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 들은것 같다. 작품에서도 신입 사카이는 80여명의 케이스(대상자)워커로서 일일이 케이스의 집을 방문하여 상태를 살펴보고, 필요 시 직접 병원으로 입원시키고 관리하는 현장 작업과 보호대상을 신청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서류를 검토하고 조사하는 페이퍼 작업등 정신없는 하루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고달픈 몸보다도 더 그들을 힘들게 하는건 절실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 노숙자, 장애인등 사회적 소외자들이 사회의 냉대와 복지시스템의 미비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였을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보고 있어야 하는 경우이다. 사카이가 담당하던 노인이 권역 밖에서 급작스럽게 쓰러지고 긴급하게 실려간 병원에서는 자세한 검사도 없이 중증 노인성 치매로 진단하고 담당구역의 병원으로 이송할것을 종용한다. 일주일전만 해도 멀쩡하던 노인이 중증치매판정을 받은데 의아하여 이송병원을 찾기전까지 자세한 검사를 요청하지만 돈이 안되는 치매환자라는 이유로 검사를 거부하고...치매노인을 맡아줄 병원을 찾아 일일이 수십통의 전화를 돌리지만, 역시 돈이안되는 환자를 맡아줄 병원은 없다...자세한 검사를 받아 치매의 원인을 찾아야 하지만 연고 없는 보호대상 노인의 검사조차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사카이의 마음은 타들어간다....작품속 하나의 에피이지만 어디 이 일뿐이랴...분초를 다투는 다급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일처럼 마음쓰고 활로를 찾기위한 복지사의 고군분투는 단지 자신의 JOB이기 때문에 관성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사회의 마지막 안전망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온힘을 쏟고있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들은 감동에 굶주려 있다. 곧잘 눈물을 흘리고, 권선징악 역시 아주 좋아한다. 강자가 약자를 위해 싸워 나가는 히트 영화가 무수히 많다. 권력에 핍박당해 끔찍한 지경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엘리트, 히어로, 그것을 우리들은 열망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약자를 위한 안쓰러움은 오로지 가상의 것으로 귀결된다.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보면 그저 눈에 거슬린다거나 귀찮다거나 게을러 빠졌다거나, 고작해야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는 게 전부다. 마치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결여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어쩌면 현실의 사회적 약자는 우리들에게 있어 '사람'이 아닌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작품속 이 구절을 읽고 큰 충격과 함께 내게 하는말 같은 낯뜨거움을 느꼈다. 한달에 약간의 금액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동이체걸어 놓고 나는 불우한 사람도 돌아볼줄 아는 사람이라며 자위하고 있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소외된 불우한 이웃을 돕는 TV프로그램 [동행]을 보면서 함께 걱정하고 눈물흘리며 그들을 위해 기부하지만, 역시 나만을 위한 알량한 행동은 아니었는지...어려운 그들을 보며 상대적으로 위안을 얻기위한 비겁한 생각은 없었던건지 되세겨 보게 만든다. 그런의미에서 기존의 편협한 사고에서 도움을 필요로하는 '약자', 다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꼭 복지를 업으로 하는 복지사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했던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