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세계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타오르는세계 (2018년 초판)
저자 - 아이작 마리온
역자 - 박효정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71p



잿더미로 불타버린 세계 속에서 피어오른 작은 희망의 불길


바야흐로 기존의 틀에박힌 좀비물의 한계를 넘어 좀비장르의 새로운 특이점을 가져온 문제작이자 좀비와 인간의 로맨스라는 신박한 설정으로 헐리우드 영화로 제작되어 열광적 반응을 이끌었던 [웜 바디스]의 속편이 출간되었다. 전작에서는 굶주림에 허덕이며 살아있는 식량을 찾던 좀비에서 의식을 갖고 인간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R과 그런 R과 마음을 나누던 여성 줄리와의 기묘한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좀비의 모습을 벗어나 인간과 좀비 사이 중간에 끼어버린(좀비 보다는 인간에 더 가까운) R이 이권과 욕망을 위해 인간들끼리 서로 피흘리며 대립하는 모습을 한발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며 인간에 대해 고찰하는 모습이 숨가쁘게 그려진다. 식욕 이외의 욕구는 없었던 좀비가 바라본 인간들의 잔혹한 세상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인간의 생활을 학습하며 줄리와 함께 살고 있는 R은 아직 적지않은 사람들이 적대시 하지만 그런대로 사람들과 함께 녹아들어 생활한다. 어느날 마을로 헬리콥터와 함께 밴을 타고 찾아온 의문의 넥타이 3인방은 자신들을 조직 액시엄이라 밝히며 이미 살아남은 많은 지역을 자신들의 보호아래 두었고, 막강한 화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이 마을의 보호를 빌미로 강제적으로 마을의 자치권을 넘겨달라고 협박한다. 마을의 수장이었던 로소는 제안을 거부한 댓가로 죽음을 맞고 마을은 액시엄의 직접적 탄압으로 쑥대밭이 되버린다. 반항하던 줄리와 R, 마을의 좀비의사 노라는 액시엄일당에게 잡혀들어 강제격리 당하고, '죽은 자'에서 '거의 죽은 자'로 돌아온 R에 대해 흥미를 보인 액시엄은 R이 좀비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키메이커라 여기고, 액시엄에 협조하도록 잔혹한 고문을 시작하는데....



일단...[워킹데드]등의 여러 좀비물 처럼 앞부분은 평범했던 일상이 한순간 무너지고 좀비때들로 아수라장이 되버리는 포스트아포칼립스의 묵시록적 광경으로 눈길을 사로잡지만 이야기의 심화를 위해선 필수불가결로 인간과 인간간의 대립이 빠질 수 없는 요소라 생각된다. 속편인 이 작품 역시 거대 조직 액시엄을 갈등의 중심으로 설정하고 '거의 죽은

자'들을 이용하여 실권을 잡기 위해 벌이는 끔찍한 생체실험과 학살장면들을 대두하면서 좀비보다 무섭고 공포스러운
존재는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좀비에서 인간으로 성공적으로 돌아온 R과 줄리의 좀비때들을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벌이는 소통의 노력들과 대비하여 좀비들을 묶어놓고 노예로 부리는 액시엄의 상반되는 행위들...그리고 그 두가지 모습들을 직접 목도하는 R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페이지 가득 들어차있다.



그와 함께 의문에 휩싸인 액시엄의 목적과 정체 그리고 좀비가 되기 이전 서서히 기억을 되찾아가는 R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멸망을 향한 파국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액시엄과 대적하며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줄리,R 크루들의 박진감 넘치는 고군분투도 볼거리지만 장르물에서 흔하다면 흔한, 한번 선인은 끝까지 선인으로 그리는 단편적 인간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서슴없이 동료를 향해 총탄을 날려버리는 줄리의 복잡하고 다중적인 인간상이 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과 충격이 작품을 더욱 집중하고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뭐랄까...정황상 잘못된 일이란걸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줄리의 감정이 이해되면서도 욕하게 되는 복잡한 심정이랄까..-_-;;;



이야기 자체는 이제 좀비로서 끊임없는 살육을 탐하는 '죽은 자',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려 하지만 좀비의 습성이 더 강하게 남아있는 '죽은 자', 그리고 R처럼 인간의 의식을 거의 되찾은 '거의 죽은 자'로 나뉘면서 좀비와 인간 사이의 과도기적 단계로 접어든다. 인간의 의식을 찾으려하는 좀비들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위험을 무릎쓰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한 희생양이자 밑거름으로 사용해야 할지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것 같다.



이 시리즈도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아쉽게도 R과 줄리 VS 액시엄과의 전쟁은 이번편에서 끝나지 않는다. 흐릿하던 기억의 파편들을 이제서야 모아서 자신의 정체를 깨달은 R이 드디어 뭔가 해내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2편이 끝나버리니...내내 도주만 해오던 R과 줄리 일행의 일대반격이 펼쳐질 다음편이 너무나 궁금해진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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