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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 뻔한 세상
엘란 마스타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가살뻔한세상 (2018년 초판)
저자 - 엘란 마스타이
역자 - 심연희
출판사 - 북폴리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95p
우리가 살 뻔한 세상...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얼마전 [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으로 타임루프 소설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했는데, 이번 작품은 시간여행...즉 타임워프 장르 SF이다. 타임루프도 익숙한 소재인데, 타임머신을 통한 타임워프 또한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부터 현재까지 소설과 영화등 매체를 따지지 않고 여러 장르에서 다뤄진 만큼 친숙하면서도 익숙한 이야기인데, 식상함 보다는 볼때마다 궁금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꽤나 매력적인 소재임엔 분명한듯 하다. 제한 없이 무한사용 에너지 기술의 발견 후 경이로운 문명의 발달을 이룩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의 유토피아...어쩌면 우리가 살았을지도 모를 그 세상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1965년 과학자 구트라이더는 지구의 자전력을 이용하여 공해와 자원고갈이 없는 무한 에너지 생성 발전기인 구트라이더 엔진을 발명해 낸다. 하지만 발전기 시연 당시 예상치 못한 방사능 피폭으로 유명을 달리하고, 죽기직전 자신의 기술을 대가 없이 공개하여 인류는 새로운 에너지의 은혜를 받는다. 이후 무한 에너지는 엄청난 과학적 발전을 가져오게 되고, 전쟁, 기아 같은 인위적 재난은 종식되고 모든 이들이 풍요로운 유토피아가 도래한다. 이후...2016년 천재과학자인 톰 배런의 아버지는 텔레포트기술과 관광사업을 믹스한 새로운 시간여행 관광을 위해 오랜 연구끝에 타임머신을 발명해낸다. 그리고 최초로 타임머신을 시운전하는 일에 여성 조종사 페넬로페를 낙점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해고 당하고 좌절한 나머지 자살해 버린다. 페넬로페를 사랑했고, 자신 때문에 연인을 잃은 톰 배런은 자신을 평생 아들을 못마땅해 하던 아버지에게 엿을 날리기 위해 사람들 몰래 타임머신을 가동시키고....톰 배런은 1965년...구트라이터 엔진을 처음 가동 시키던 역사적 순간으로 타임워프 하는데.....
타임워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타임 패러독스인데 그외에도 타임워프물엔 생각할 거리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누군가 타임머신을 발명하고 50년전의 과거로 간다고 했을때...현재는 건물 안이지만 50년 전엔 워프 할곳이 암벽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돌덩이에 파묻혀 워프하자마자 뒈지거나 아니면 암벽에 팔 다리만 나온채로 합성되 버릴지도 모르는데, 같은 문제로 워프할 곳의 장소에 대해 고민하던 작품이 '로버트 J 소여'의 [멸종]이다. 이 작품에서는 타임머신을 하늘 높이 공중에 띄어놓고 워프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타임워프의 위험을 피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워프 장소외에 한가지 요소를 더 추가한다. 바로 지구의 공전이다. -_-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지구는 지금 이순간도 태양을 중심으로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다. 따라서 누군가 타임워프했을때 지구 공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광막한 우주 어딘가로 떨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머 타임워프물을 많이 본건 아니지만 지구의 공전 요소를 고려하는건 처음이라 새롭게 느껴졌다...
좌우간...모두가 잘먹고 잘사는 진정한 유토피아에서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그저 밥만 먹고 사는 위축된 찌질이 너드 톰 배런이 홧김에 저지른 타임워프를 통해 그 찬란한 유토피아를 어떻게 말아먹는지 지켜보는것이 이 작품의 포인트이다. 그렇다...그래서 제목이 [우리가 살 뻔한 세상]인 것이다. -_- 말아먹는거야 첫 장부터 언급되니 스포랄것도 없고....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의 시간대로 워프하는것 부터 어떻게 될지는 누구나 예상가능한거 아니겠는가...그렇게 우리의 너드한 톰 배런의 활약으로 세상의 역사는 180도 뒤바껴 버리고...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떨어진 톰 배런은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펼친다...그리고 당연히 1차에 끝나지 않고 2차, 3차 시간여행을 겪으면서 다양한 미래를 보여주게 된다.
시간여행중 벌이는 사소한 행동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나비효과로 번지기에 시간여행 소설은 한순간도 방심할새 없이 끝까지 긴장타게 만드는것 같다. 미래를 예상할 수 없는 비예측성과 시공을 초월하는 인과율의 법칙들...빠른 속도감과 스릴 넘치는 사건들이 가득차 있다. 이래서 시간여행물이 끝내주는거다...그와 더불어 통통튀는 자극적인 문체와 함께 머저리였던 주인공이 죽을 고비를 거치고 세계의 위기를 막아 내면서 차츰 믿음직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장르소설의 옷을 입은 성장소설로도 볼 수 있을것 같다.
그나저나...이 작품은 타임 패러독스를 어떻게 피해가는가?...여타 작품들의 페러럴 월드에 기반한 타임워프로 과거의 자신과 타임 워프한 자신이 한공간에 있게 되는 설정과는 다른 설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설정을 보니 '프레드릭 브라운'의 단편 SF가 생각 나는데....
스무살의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십수년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타임머신을
완성한다. 환희에 찬 과학자는 스무살의 과거로 타임슬립 버튼을 누르고...
스무살의 과학자가 타임머신을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음...여기서 타임머신을 만드려고 하는 과학자의 의식과 타임머신을 발명하고 과거로 돌아간 과학자의 의식이 공존하는 설정이랄까...-_-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작품에서는 두 개의 타임머신이 등장하는데, 두번째 타임머신이 아주 골때린다. 역시 '프레드릭 브라운'의 단편 SF로 비유하자면
<시간>
존즈 교수는
오랜 세월 동안 시간 이론의 연구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교수가 딸에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열쇠가 될 방정식을
발견했단가.
시간은 하나의 <자리>야. 내가 만든
이 기계는 그 자리를 거꾸로 할 수도 있지."
교수는 기계의 버튼을 눌렀다.
"이제 시간은 거꾸로 움직일 것이다."
"것이다 움직일 거꾸로 시간은 이제."
눌렀다 버튼을 기계의 교수는.
"있지 수도 할 거꾸로자리를 그 기계는 이
만든 내가. <자리>야 하나의 시간은
발견했단다.
방정식을 될 열쇠가 나는 그래서."
말했다 딸에게 교수가 날 어느.
있었다 하고
연구를 이론의 시간 동안 세월 오랜
교수는 존즈.
머...이런 느낌이랄까...ㅋㅋ 어쨌던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재기발랄한 작품이었다...타임워프하여 세계를 망쳐버리고 한페이지를 톰 배런의 욕설로 도배한 페이지만 봐도 이 작품의 괴랄한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살자'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주옥같은 작품...우울하고 비관적이고 자조적인 주인공의 맹활약이 펼쳐지는 글루미 코믹 시간여행 SF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