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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더걸비포 (2018년 초판)
저자 - JP 덜레이니
역자 - 이경아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507p
완벽한 주택, 완벽한 소유자
완벽한 주택...그곳에서 벌어지는 서로 다른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는 (에로틱) 심리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요즘들어 유비쿼터스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생활형 IT 기술인 IOT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스마트 홈케어 시스템이 적용된 주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이 시점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작품의 주무대인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 주택은 천재 기벽을 가진 완벽주의자이자 매력적인 건축가 에드워드의 작품으로 최신 IOT기술의 적용으로 거주자의 취향, 건강, 습관등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생활을 보장시켜 주는 완벽한 스마트 주택이다. 이런 완벽한 주택에 입주하기 위해선 수능시험보다 더 어려운 무수한 설문조사지와 애완동물 금지, 육아 금지, 개인 물품을 바닥에 어질러 놓는것 금지, 샤워후 벽에 튄 물자국은 닦아 내야하는 등등 최상의 집안 상태를 위한 수십가지의 금지항목들을 지켜야만 하고 마지막으로 건축가의 면접을 통해 최종 입주자가 선발되는 시스템이다. -_-;;; 하지만 이런 엄청난 관문을 통과하고 입주하게 된다면 주변 시세보다 엄청나게 낮은 월세와 독특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의 집에서 완벽한 스마트 홈케어를 받으며 살 수 있는 메리트를 얻게 되는 것이다.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고 있는 집을 떠나야만 했던 두 여성은 이 완벽한 주택에서...완벽해 보이는 소유자와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과거 : 엠마]
남자친구 사이먼이 나간 사이 무장강도를 당한 엠마는 충격으로 이사를 알아보고, 운 좋게도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에 입주하게 된다. 입주를 위한 면접 자리에서 집주인 에드워드를 본 엠마는 고집스럽고 완벽해 보이는 에드워드에게 마음이 끌리고 에드워드 역시 입주 후 엠마에게 접근한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사이 엠마의 집을 침입했던 강도가 경찰에게 붙잡히고, 강도가 훔쳐갔던 엠마의 휴대폰에 충격적인 영상이 찍혀있었음이 밝혀진다. 강도에게 능욕당한 사실을 사이먼에게 숨겼다는 이유로 엠마와 사이먼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지고, 에드워드는
점점 더 엠마에게 집착하는데.....
[현재 : 제인]
임신중 자궁에 문제가 생겨 아이를 사산한 제인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사를 알아보고, 운 좋게도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에 입주하게 된다. 입주를 위한 면접 자리에서 집주인 에드워드를 본 제인은 고집스럽고 완벽해 보이는 에드워드에게 마음이 끌리고, 에드워드 역시 입주 후 제인에게 접근한다. 제인을 강하게 통제하면서도 때로는 격렬하고 원색적인 사랑을 나누는 에드워드에게 점차 끌리던 제인은 우연히 자신이 살고 있는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에서 한 여성이 2층 계단에서 추락해 두개골이 깨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죽은 그녀 엠마가 자신의 외모와 상당히 닮았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엠마의 석연치 않은 죽음과 완벽주의자이면서 편집적 강박증을 보이는 에드워드에게 의혹의 마음이 생기고, 제인은 직접 엠마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가면서 사연은 다르지만 주택에 거주하게된 여성과 소유자 에드워드 사이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짚어가며 전개된다. 과거와 현재로 나뉘지만 사건이 전개되는 속도는 두 시점 모두 거의 일치 하기 때문에 엠마의 죽음의 비밀과 제인이 풀어내는 비밀의 시점이 서로 맞물리면서 결말로 치달아 갈수록 호기심과 긴장감을 최대로 증폭시킨다. 우리에게 익숙한 심리 스릴러들 [비하인드 도어]나 [마지막 패리시 부인]처럼 완벽하고 매력넘치는 남성과 주인공 여성이 첫눈에 반하고 뜨겁게 사랑하지만...사실은 남성은 강박적이고 편집증적인 완벽주의자이자 또라이 소시오패스였다는 충격적 사실과 함께 그에게 무참히 학대당하는 여성을 그리는 익숙하다면 익숙한 여성 심리스릴러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는 작품일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작품은 기존의 공식대로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런 미치광이 소시오패스와 사랑에 빠진 여성들을 그린 스릴러들의 단점인 매력적인 남성과 사랑한다는 달콤함에 빠져들어 누구나 쉽게 이상징후를 느낄 상황에서도 눈가리고 귀막고 사고 자체를 정지시켜버리는 나약하고 멍청하게만 그려지는 여성들의 단편적 성향을 이 작품은 과감히 깨트려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 초반엔 약간 그런 경향이 보이긴 한다만...) 정말로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여성의 심리를 사실적이고 날카롭게 그려내는 작품이라 남성 보다는 여성들이 더욱 공감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엠마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면서 점차 드러나는 충격적 진실과 엠마의 심리상담가, 전 남친 사이먼, 그녀의 강도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 클라크, 무장강도 디언, 그녀의 직장상사 솔 등등...모두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주변인들의 엇갈리는 진술들...그리고 제인에게도 점차 숨통을 조여오는 위협들로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면서 숨막히게 목을 조여오는 심리 스릴러로서의 본분에 충실한 작품이자 엠마의 정체가 밝혀지는 중반부, 범인이 밝혀지는 후반부, 그리고 결말까지 스릴러로서의 반전의 묘미도 충실한 작품이다. 하지만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후반부는 다소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하다.
뭣보다 좋았던건 그냥 심리 스릴러가 아니라 '에로틱' 심리 스릴러라는 점인데...머..대놓고 막 야한건 아니지만 죽어라 달리는 마라톤 선수에게 내미는 한 모금의 시원한 물 정도의 윤활제 역할은 해준것 같다. 평범한 에로틱도 아니고 에드워드의 강박적 완벽주의에 따른 사디스틱한 성향과 여성의 마조히즘적인 변태적 성욕이 복잡하게 얽혀들어간 은밀하고 비밀스런 에로틱은 완벽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 주택과 잘 맞아 떨어지면서 미스터리함을 더욱 강조시켜 준다.
강도에게 능욕을 당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강인한 남성에게 의지하고픈 여성의 흔들리는 심리...사산으로 배속의 아이를 잃고 다가오는 새로운 사랑을 위해 남성에게 의지하면서도 새로운 사랑은 완벽하게 하길 바라는 강인한 여성의 심리...이런 다양한 심리상태에 따른 주인공의 사실적 내러티브는 이 작품의 커다란 장점이자 무기임을 작품을 통해 증명하는것 같다. 완벽한 집에서 벌어지는 완벽한 사랑...그 완벽함 속 작은 빈틈을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