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3
이산화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류가발생했습니다 (2018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3

저자 - 이산화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3500원

페이지 - 330p



달콤살벌 사이버펑크



국내 SF작품들을 출간해오는 그래비티북스 출판사의 그래비티픽션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이번 작품은 SF 하위장르인 사이버펑크 장르라는데 국내 SF작품중 사이버펑크 장르는 그다지 접한적이 없어서 더욱 기대하면서 책을 펴들었다. 일단 나와 사이버펑크는 그다지 궁합이 잘 맞는 장르는 아니다. 사펑장르를 몇권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그나마 읽었던 작품들중 만족스러웠던 작품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사펑 장르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악연인데 3번이나 읽어보려고 도전했지만 (극악의 번역 때문인지) 암호문에 가까운 글자들을 해석할 수가 없어 3번 모두 집어던져야 했던....사이버펑크 단편집 [선글라스를 쓴 모차르트] 역시 (번역 때문인건지) 정말 고역으로 읽어내야만 했던..비운의 책이자 비운의 장르였다...그렇다면...이 작품은 번역할 필요가 없는 국산 작품이니 최소한 번역의 질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겠구나!!



레드 벨벳, 블랙 포레스트 두개의 세상으로 구분된 세계...하늘위의 세상 레드 벨벳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어마어마한 부호들이 살고 있다는 소문뿐...두 세계 모두 디비니티라는 기계에게 지배당하고 모든 블랙 포레스트의 모든 거주자들은 디비니티에게 감시당하는 세계...오늘도 고기로 구성된 다리를 최신식 합금 의체로 바꾸기 위해 쁘띠-4 조사원으로 활동중인 도나우벨레는 쁘띠-4로 들어오는 수많은 의뢰들을 해결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오토마톤 동료들과 고군분투한다. 하나하나 의뢰를 해결할 수록 베일에 쌓여있던 레드벨벳과 세계를 지배하는 인공지능 디비니티, 도나우벨레와 함께 사는 의문의 동거인 할루할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걸 깨닫게 되는데.....



사이버 펑크 답게 인격이 저장된 칩으로 자유롭게 의체를 갈아치우고 뇌속으로 직접 여러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하고 로딩하는 하이테크 미래상이 그려지기도 하고, 그와 동시에 모든 서비스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작품의 중요한 설정 탓에 전자계산기만도 못한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낙후된 세계가 공존하는 독특한 세상을 그린다. 대재앙 이후 인간과 의체, 오토마톤이 함께 하는 어두운 세계라는 설정은 매력적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다섯개의 에피소드들은 기대에 비해 가볍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이 특색으로 밀고 있는 암울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벌어지는 가볍고 경쾌한 스토리들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듯 이질적이고 어색함으로 다가온다. 매력적인 중심 세계관에 비해 개개의 이야기의 세밀한 디테일이 모자라지 않았나 싶은데..(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에서 비롯된 아쉬움이다.) 몇가지 아쉬움중 가장 고역은 작명이었다...세계의 디저트를 등장인물과 각 지명의 이름으로 사용했는데 도나우벨레, 사타안다기, 자허토르테, 무스탈레브리아..등등등..OTL...이건 이름들이 전혀 머리에 안들어오고 붕 떠있는 듯한...러시아 작품을 읽는듯 난해한 등장인물 이름이 작품 몰입에 방해요소로 작용하다니...



몇가지 아쉬움이 보이지만 그래도 국내, 국외를 통틀어 사이버 펑크 장르로서 가장 무난하게 읽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각 오류를 주제로 벌어지는 다섯개의 챕터들과 각 챕터들이 모여 전체적 스토리로 이어지는 장편적 구성은 단편으로나 장편으로 즐기기에 무난했고, 첫번째 챕터였던 [번역상의 오류]의 엽기적 연쇄 살인마 '고기살인자' 이야기는 특유의 시크한 그로테스크함이 돋보여 개취로는 가장 좋았던 단편이었다. 달콤을 접어두고 살벌을 강조하니 오히려 더 좋았달까. 디스토피아에서 탐정으로 의뢰인들의 사건을 해결해주던 하드보일드 사이버펑크 소설 [다이디타운]과 흡사한 느낌도 주는것 같다. 



난해했던 이름만 빼면 작품 자체는 SF치고는 어려움 없이 읽히고 챕터별 오류라는 제목에서 오는 소소한 반전과 지하세계의 무시무시한 외모와는 달리 의리로 똘똘뭉친 순진한 캐릭터들도 정감이 간다. 허나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도 역시 감성적으로 흘러가는 감성SF의 면모를 보이면서...세밀한 설정의 부제, 감정적 호소에 따른 얼렁뚱땅 '위 아 더 월드'로 흘러가는 뻔한 스토리는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머..아무리 그래도 [뉴로맨서]보다는 재미있게 읽었다. -_- 처음 접한 국내 사이버펑크 작품으로 만족과 아쉬움을 동시에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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