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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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멈추는법 (2018년 초판)
저자 - 매트 헤이그
역자 - 최필원
출판사 - 북폴리오
정가 - 15800원
페이지 - 502p



영생...신의 선물인가...저주인가...



영생...죽음의 공포를 벗어나기 위해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은 일생을 불로초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의 공포...그 공포를 벗어나고자 유독 영생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이 많은건가?...얼마전 무한 윤회를 통해 영생을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SF 판타지 [변신]을 읽었었는데, 천년을 사는 남자를 그리는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 출간되었다. 마녀사냥이 벌어지던 1500년대 부터 세상의 무수한 일들을 직접 겪으며 현재를 살아가는 남자 톰 해저드의 기구하면서도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런던의 고등학교 역사선생인 톰 해저드는 현재를 살면서도 시시때때로 폭풍처럼 몰려드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을 안고산다. 1581년에 태어난 톰은 십대부터 시간의 흐름을 빗겨가면서 일반인들에 비해 엄청나게 느린 성장의 시간을 갖게 된다. 모두가 무지하던 시절...톰 홀로 정체된 시간속에서의 삶은 때마침 일던 마녀사냥 붐과 맞아 떨어지면서 마녀의 자식으로 몰려 엄마를 참혹하게 잃게 만든다. 이후 떠돌이로 생활하며 긴긴 인생에서 단 한번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자녀를 갖지만 점차 늙어가는 아내와는 달리 십대의 외모를 간직한 톰으로 인해 역시 주변인들의 의혹을 받고 결국 결혼생활 역시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된다. 상실감에 방황하다 우연히 실종된 그의 딸 메리언 역시 자신과 같은 영생의 능력을 이어받았다는것을 알게되고...그 이후 현재까지 약 오백년간을 메리언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데....



오백년 이상을 살면서도 잔병치레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자신이 겪어온 인생을 거의 대부분 기억해낼 뿐만아니라 치명적 육체의 손상이 없는 한 천년 이상을 살 수 있는 기나긴 삶...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끝없는 삶을 사는 톰의 인생은 영생의 댓가라기엔 너무나 가혹한 고통과 영겁의 고독을 안겨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늙어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그런 저주의 삶은 너무나 가혹하다. 톰의 독백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에 짙게 드리운 나른함과 고독감은 톰이 오래도록 살아오며 느꼈던 세월의 권태감...그때문인것도 같다. 하지만 암울한 분위기로만 가득차 있는것은 아니다. 현재의 일상속에서 사소한 일들에서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생생한 기억들...'셰익스 피어'를 만나 그와 함께 연극을 공연하고, '스콧 피츠제럴드'와 만나 그의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꿈같은 장면들은 영생의 삶을 사는 톰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이 아니겠는가...오백년이란 시간속 역사의 목격자로 그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할아버지 처럼 흥미롭고 신비로웠다.



이야기는 크게 두가지 갈레로 전개되는데, 첫번째는 반세기 동안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의 마음을 흔들리게 만든 매력적인 학교 불어선생 카미유와의 만남이고, 두번째로는 영생자들의 비밀 소사이어티(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와 그들이 수행하는 비밀임무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앞서도 말했지만 영속의 시간을 사는 이가 고독감에 휩싸이는 소재는 여타 작품들...[아델라인 멈춰진 시간]이나 하다못해 X-MAN 스핀오프 [울버린]에서도 다뤄지던 장면들이라 그다지 새로울게 없는데,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여성에게 빠져드는 오백살 먹은 남자의 달달한 감성과 함께 뒤가 많이 구려보이는 영생 네트크의 위험하고 긴박한 임무와 실종된 딸의 행방이 한데 섞이면서 재미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것 같다. 영생이라는 소재는 익숙할지언정 작품에 담겨있는 복합적 감성과 감춰진 음모는 새롭게 다가왔다.



일반인들을 하루살이로 부르며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늙지 않는 병에 걸린 영생족들의 개개의 모습을 보면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공포와 우려에 휩싸여 영생을 사느니 하루를 살더라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유로운 삶을 택하는 그의 용기있는 결정을 응원하게 된다. 띠지에 쓰인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영화제작 확정이라는 말때문인지...읽는 내내 톰 해저드를 '베네딕트 컴버배치'로 상상하며 읽었더니 정말로 딱 맞는 캐스팅이 아닌가 싶다. -_- (세뇌효과인가....) 소설도 재미있는데, 영화로 나와도 딱 좋을 작품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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