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죽음 미래의 문학 9
존 크리스토퍼 지음, 박중서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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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죽음 (2018년 초판)_미래의문학09
저자 - 존 크리스토퍼
역자 - 박중서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4000원
페이지 - 367p



The Death Of Grass



풀의 죽음이라길래 사람 이름인줄 알았건만...정말 제목 그대로 풀때기의 죽음을 일컫는 말이었다..-_- 우리는 수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된채 살고 있다. 에볼라 같은 강력하고 전염성 높은 질병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기도 하고, 가축들은 조류독감, 혹은 돼지 콜레라 등이 창궐하면 창궐지역의 수만마리의 가축들을 살처분하여 전염을 막기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세상의 모든 풀때기들이 전염병 때문에 타죽어 버린다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이 작품은 바로 그런 풀의 죽음에 이르러 혼란에 빠진 세상의 모습을 그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작품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벼과 식물을 모조리 말라 죽여버리는 전염병 충리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중국의 국민들은 기아와 혼란에 빠져 집단 폭동을 일으키며 나라가 무너져 버린다. 빠른 전염성으로 동아시아는 충리 바이러스로 초토화되고 난민이 급증하는 시기...영국의 평범한 시민 존과 그의 가족은 그저 먼나라 이야기로 인식하며 난민 정책에 대해 토론을 벌일 정도로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충리 바이러스의 거듭된 변종 돌연변이를 통하여 볏과 식물만을 전염시키던 기존과는 달리 모든 풀들을 전염시켜 죽여버리는 슈퍼 바이러스로 진화한뒤에는 유럽도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게 되고, 마침내 비축한 식량을 모두 소진한 영국의 총리는 집단 소요사태를 우려해 중심 도시에 핵폭탄을 떨어트려 인구를 감소시키는 미친 발상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려 한다. 고위 공무원 로저의 정보를 미리 입수한 존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런던을 떠나 존의 형이 살고 있는 북부 시골의 안전한 협곡으로 피난하여 안전하게 생활하기를 도모하고...두 가족은 위험천만한 먼 여정길에 오르게 되는데....



몇년전 세계를 강타했던 사스가 생각난다. 빠른 전염력과 높은 치사율로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전염병은 다행히도 과학자들의 빠른 대처로 타미플루를 개발하여 치료했지만 그사이 더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우리는 언제나 신종질병의 공포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물론 포커스는 대부분 인간에게 맞춰져 있지만 이 작품처럼 그런 슈퍼바이러스가 식물에게서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니 그저 허무맹랑한 설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려운...뭔가 좀 더 현실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설정의 작품이었다.



풀들이 타죽는다고 해서 당장 사람들이 굶어 죽지는 않는다. 작품에서는 뿌리식물인 감자를 통해 대체 식량으로 사용하는데, 사실 감자 줄기도 풀때기 아닌가 싶긴 하지만...좌우간...당장은 물고기나 대체 식량을 통해 연명하지만 기존의 곡물의 수요를 따라갈 만한 공급원은 없기에 점차 식량에 대한 위기위식은 고조되고 그렇게 서서히 사람들의 목을 죄다보면 무질서와 혼돈의 무정부적 폭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평범하고 선량하던 사람들은 어느새 살인을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폭도가 되있고, 점점 양심의 가책 또한 느끼지 못하는 광인이 되버린다.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가 적용되는 자연주의로 퇴보하는 문명사회와 광기에 휩싸이는 인간성 상실의 상태...피비린내 나는 지옥도가 펼쳐진다...작품속 주인공 존 역시 꽉막힌 원칙주의자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생존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살인마로 변화하는 과정이 굉장히 설득력있게 그려져 공감되면서도 공포로 다가온다. 또한 탈출 크루들중 우연하게 리더로 선출되면서 크루들의 무조건적 복종이라는 달콤한 권력에 흔들리는 모습 역시 인간적으로 비춰져 현실성을 더해준다.


사실 치명적 바이러스로 인간들이 죽어나가는 대부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SF와는 달리 풀때기의 죽음이라는 소재의 참신함을 제외 하고는 여타 대재난 SF의 공식은 그대로 따라가는 작품이다. 가장으로서 재난 상황에 맞서 총을 들고 폭도들과 맞서면서 극한 상황에서 인간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장면들은 [워킹데드]의 주인공 보안관이나 [트리피드의 날]의 주인공 빌과 별반 다를바 없는 것이다. 국가가 부도나서 혼란에 휩싸이고 그 안에서 한 가족이 겪게 되는 고난을 그리는 작품인 [맨디블 가족]과도 상당히 흡사하다. 다만 상황별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속도감있고 시원시원하여 몰입하게 만들었고, 나 역시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작품속 존 처럼 가족의 생존을 책임지고 나아가 동료들의 리더가 된다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머...그래서 감정이입이 더 된건지도 모르겠고...한편의 재난 드라마를 보는듯한 작품이었다. 약간 올드한 맛은 있지만 오랜만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본 재미진 SF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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