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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스 ㅣ 수상한 서재 1
김수안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4월
평점 :
암보스 (2018년 초판)_수상한 서재-1
저자 - 김수안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99p
내가 아닌 나
장르명가 황금가지에서 새로운 레이블 '수상한 서재'를 런칭했다. 온라인 장르문학 플랫폼 브릿G등을 통해 국내 신인 작가들의 참신한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이어 황가로 투고된 국내 작가들의 원고들중 엄선된 작품을 단행본으로 소개한다는 취지로 새롭게 태어난 레이블이다. 그런 '수상한 서재'의 첫번째 단행본 [암보스]는 치밀한 설정과 복선 그리고 스릴러로서는 생소할수도 있는 인격 스위칭이라는 소재로 그려낸 판타지 스릴러 작품이었다. 사실 제목만 봤을땐 딱 '기리노'여사의 [암보스 문도스]가 떠올랐는데 안타깝게 읽어보진 못해서 두 작품을 비교하진 못하겠고...[암보스]는 스페인어로 '양쪽'이라 뜻이란다. 제목대로 작품은 전혀 다른 두명의 여성의 인격이 뒤바뀌면서 그에 따라 벌어지는 혼란스러운 사건들과 동전의 양면 처럼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는 인간의 양면성을 서로를 바라보는 두 여인을 통해 섬찟할 정도로 극명하게 그려낸다.
이한나 : 신의일보 신문기자, 동대문 제일빌딩 화재 취재중 화재에 휩쓸린뒤 정신을 잃는다. 외향적, 미인
정유진 : 은둔생활을 하는 소설작가, 빌딩에서 투신시도 뒤 정신을 잃는다. 지극히 내성적, 비만, 고지혈증
제일빌딩 방화사건을 취재중 화재에 휩쓸려 정신을 잃고...병원에서 눈을 뜬 이한나는 혼란에 빠진다. 거울에 비친 모습속에서 처음 보는 여성이 비춰지는것이다. 몇일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정신병자 취급을 받던 이한나는 자신의 몸이 정유진이라고 불리는것과 자신이 정신을 잃고 있던 중에 신의일보에서는 제일빌딩 방화사건의 후속 보도가 '이한나'의 이름으로 나갔다는 것을 알게되고 그뒤로 침묵을 고수한채 퇴원하여 우여곡절 끝에 정유진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몸을 빌린 정유진과 이한나는 대면하고...1년간의 육체 대여기간 동안 비밀을 지키며 정유진은 기자인 이한나로, 이한나는 소설가인 정유진으로 서로의 생활을 열심히 살아가기로 합의한다. 나름 직접 소설도 써가며 정유진으로 살아가던 이한나는 어느덧 서로의 본래 몸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한 1년을 몇 일 안남긴 시점...느닷없이 자신의 본래 몸체인 이한나가 무참히 살해된 소식에 혼란에 빠져버리는데.......
우연한 계기로 인격이 뒤바뀌는 작품은 국내 영화 [체인지]나 얼마전 종영했던 KBS 일일연속극 [루비반지]를 통해서도 다뤘던 소재로 이미 무수히 많이 접한 소재임엔 분명하다. 요는 이 판타스틱한 인격전환이 작품의 결말부에 실은 이러저러해서 현실적으로 설명 가능 한것이었다 던지 아니면 말 그대로 판타지였다... 둘 중 하나인데, 이 작품은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한 부차적 소재로 딱 판타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스위칭 이후 스위칭에 대한 설명이 없어 좀 아쉽기도 하다.) 스위칭에 따른 인물이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이야기 하는건 스위칭으로 인해 두 여성에게 내재되있던 욕망이 표면으로 표출되고 미궁에 빠져있던 연쇄살인사건과 교차되면서 두 여성과 연쇄살인 사건 사이에 얽혀있는 충격적 비밀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한꺼풀씩 드러나는 것이다.
유년시절 겪었던 끔찍한 학대의 기억....성인이 되어서도 족쇄처럼 이어지는 거지같은 인생...그렇게 목숨을 내던진 그녀에게 찾아온 인생을 뒤바꿀 단 한번의 기회....자...신이 기회를 내려줬으니 용의주도하게 결행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엔 단순할것 같은 스토리인데 막상 읽다보면 한치앞도 예상할 수 없다. 여기 저기 맥거핀을 심어놓고 이렇게 되겠거니 생각하고 페이지를 넘기면 여지 없이 예상을 뒤엎어버리니...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는 결말까지 수도 없이 생각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치밀하고 섬뜩한 심리묘사가 작품의 몰입을 배가 시키니...이 작품이 작가의 처녀작이라는게 믿겨지지 않는다...뭐랄까...독자를 조련할줄 아는 작가라는 느낌이랄까...(그러니 황가의 새 레이블 첫 작품으로 낙점된거 아니겠냐만...)
스릴러로서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스위칭이라는 소재 임에도 이런 흡인력을 주는것은 나의 몸으로 나를 연기하는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심리로 일을 꾸미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정신적 불안감을 독자에게도 그대로 전달해 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머...그와는 별개로 내가 그냥 저냥 죽지못해 보냈던 일생 보다 다른이가 내몸을 빌어 처절하게 연기했던 1년의 생활을 더 가치있게 기억해 주는 주변사람들을 봤을때의 씁쓸함이 내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것 같다.
명품 스릴러 [암보스]를 필두로 벌써 3편의 '수상한 서재'레이블의 출간 예정작 소식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