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조커 1~3 (2018년 초판)
저자 - 다카무라 가오루
역자 - 이규원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4000원, 14000원, 13000원
페이지 - 390p. 423p, 331p
희대의 협박극...승자는 누구인가...
얼마전 읽었던 1권에 이어 드디어 천백여페이지의 장대한 이야기를 일독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작가의 고다 형사시리즈를 이 작품으로 처음 접했는데, 고다와 범죄자 사이의 두뇌 싸움을 그리는 숨막히는 지적 스릴을 예상했는데, 일천여 페이지를 보다보니 예상보다 훨씬 작품 전반의 분위기가 어둡고 암울해서 놀랐다. 우연히 경마장에서 만난 인생의 패배자들이라 불릴만한 소외된 사람들이 만나 계획을 획책하고 실행에 옮겨 맥주 회사로 부터 거액을 뜯어낸다. 그런데 일반 적인 기업형 범죄스릴러들 과는 전혀 다른 전개를 보이는데, 프롤로그 격인 범죄자들 5인이 모여 범죄를 계획하는 1권 중반까지의 이야기 이후부터는 범죄자들의 이야기는 전면에서 빠지고, 최초 사장 유괴 이후 약 100일간에 걸친 협박이라는 다소 긴 범행기간 때문인지 1권 후반부 부터 2권 전체가 히노데 맥주사의 사장 시로야마의 이야기가 부각되며 위기에 처한 히노데 맥주사의 일거수 일투족이 그려진다. 사실 고다의 분량도 일천 페이지중 얼마 안되니 거의 시로야마가 주인공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이 맥주회사의 사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만큼 위기상황에서의 기업의 대응과 대책, 협박으로 인해 야기되는 여론과 경제상황,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대외적 전개와 함께 한 회사의 사장과 한 인간으로서 협박범죄에 대한 대응을 두고 갈등과 고뇌를 하는 시로야마의 인간적 내면이 그려진다. 이 작품이 미스터리가 아니라 기업 경영 소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치밀한 설정으로 쓰여지는데 1권의 서평에도 언급했지만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던 '글리코 모리나가'사건을 모티브로 써낸 작품이기에 사건 당시의 파급효과를 적절히 차용해서인지 아니면 작가의 치밀한 사전 조사 탓인지는 몰라도 읽다보면 사건에 따른 정교하고 세밀한 상황설정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1권]
육십대 후반인 작은 약국의 주인 모노이는 손자를 교통사고로 잃는다. 모노이의 사위는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고 사망 전후의 행적을 알아본 결과 주류업계 1위의 히노데 맥주회사에 입사 면접을 본 뒤
차량 사고를 당했다는것을 알게 된다. 면접 과정에서 섞연지 않은 이유로 사망했다고 생각한 사위는 히노데 맥주
본사 인사부로 당시 면접에 대한 공정성 여부를 묻는 편지를 보내고, 히노데 맥주는 형식적인 답변을 준다. 이에
만족하지 못한 사위는 발신인을 지우고 협박 메시지를 히노데 맥주에 보내기에 이르고, 그 일로 맥주 회사에 고소
를 당하여 경찰 조사를 받게된다. 이후 사위도 자살...한순간에 손자와 사위를 잃은 모노이는 자신에게 내재된
불같은 성정이 깨어남을 느끼고 히노데 맥주에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 먹는다. 이후 경마장 친구들에게 자신의
뜻을 타진한 모노이는 본격적으로 범행을 계획하는데.....
[2권]
주사위는 던져졌다. 히노데 맥주의 시로야마 사장을 납치한 뒤 말끔히 돌려보낸 모노이 일당은 맥주를 인질로 시로
야마에게 20억엔을 준비하라고 전한다. 그 뒤 대외용 협박장과 은밀히 사장에게 지시용 편지를 따로 보내는 용의주도
함까지...그러나 모노이 일행이 예상못한 것이 있었으니...고다 형사가 시로야마의 최측근 수행원이자 보디가드로 위장 근무하게 된것이다. 고다의 활약으로 범인의 지시를 따르지 못한 사장....결국 시판되는 병맥주에 붉은 염료를 첨가하는 테러를 가하게되고..히노데 맥주의 판매량은 급감하고, 히노데 맥주의 주식은 급격히 폭락하게 되는데.....
[3권]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의해 결국 20억엔을 획득한 모노이 일행...'사라지기로 했다. 히노데 맥주는 이제 안전하다'는 편지가 각 방송사에 보내지고...사건은 완전범죄로 일단락 되는듯 하지만...또 다시 붉은 맥주테러가 발생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엔 청산가리를 탄 맥주를 섞겠다며 협박하는 범죄자들....과연..새로운 맥주테러의 범죄자는 누구인가?...누구도 예상 못한 대망의 결말이 펼쳐진다...
참....안타깝고...우울하고...암울해진다...ㅠ_ㅠ..솔직히 약자로서 당하고만 살던 소외자들이 분기탱천하여 초일류 갑 기업에 제대로 엿먹이는 행각을 내심 응원했는데...(더군다나 아무도 다치지 않고 이 얼마나 창의적이란 말인가!!...) 왜 거액을 받고서도 쓰질 못하는거냐!!!..ㅠ_ㅠ.. 모두들 웃는 낯으로 돈을 나눠갖고 따뜻한 이국의 땅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맺길 바라고 또 바랬는데....이건...뭐....완전 뒤틀려 버려 도저히 복원 할 수 없는 절망의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나마 레이디라도 안온하게 살게 되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골때린게 전작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고다 형사가 하는일이 거의 없다는 거다...-_- 기껏 한다는게 오 십
통의 협박? 편지를 범인에게 보내 정신적으로 린치를 가하다 죽을 뻔한게 전부랄까...헐헐~ 아무리 봐도 얄미운건 고다
형사고 범죄자를 응원하게 되는 기이한 심리를 경험케 하는 작품이었다. (나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던...고다도 죽을 뻔하고..숨겨왔던?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던 연애관에 눈뜨는....뭔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임은 분명하다...
솔직히 신문에서 경제면은 통째로 스킵하고 연예면을 읽는 나로선 약간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이렇게 세세한 설정으로 무수한 복선을 하나 하나 정리하면서 각 인물들의 치밀한 심리묘사까지
곁들여 자유자재로 구사하니...그에 따른 인기는 당연한 결과 아니겠는가...전대미문 미증유의 범죄와 그로인해 언론, 경찰, 재계, 지하경제에서 받게되는 파급효과와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각 인물들의 인생을 걷잡을 수 없는 격랑의 폭풍속으로 내몰아친다. 격이 다른 이야기의 깊이와 끝도 없이 드리워진 심연의 깊이가 정말로 작품을 읽는 나까지 가차없이 어둠속으로 집어 삼켜버린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느껴지는 묵직한 여운과 씁쓸한 뒷맛...나라를 뒤흔든 희대의 협박극의 끝에 승자는 없었다. 모두가 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