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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즈
루이스 진 지음 / 북랩 / 2018년 3월
평점 :
번즈 (2018년 초판)
저자 - 루이스 진
출판사 - 북랩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68p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희대의 괴작 탄생
작가 이름만 보고 영미권 작가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중인 한국 능력자였다는...-_- 어쨌던...
'공상과학소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문구와 햄버거 모양의 표지에 끌려 집어든 작품이다. 우주과학, 물리학,
인식론을 버무려 어떻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해 낼까?...어떤 세계를 그려낼까?....일단 기묘하고 신박한 작가
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 냈다는것에는 동의할 수 있을것 같다. 이건..마치...작가의 자유로운 영혼이 의식의
흐름에 내맡겨진 손가락에 신들린듯 쳐낸 타이핑으로 창조된 텍스트들이 제멋대로 날개를 달아 저 먼 우주 안드로
메다로 브라질 쌈바 리듬에 몸을 맡긴채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흥에겨워 유영하다 느닷없이 "프리덤!!!"을 외치는
느낌이랄까...
쌍둥이 행성 키레네와 지구가 충돌할 날이 반년밖에 남지 않은 어느날...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햄버거 모양의
돌맹이 번즈는 행성유지위원회가 보낸 지식의 구슬과 초대장을 흡수하고 지구의 대표로 불려간다. 키레네 행성의
대표 키렌과 지구의 대표 번즈가 각자의 행성을 살리기 위해 우주의 배심원을 설득시켜야 하는 우주 생명체들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성공적으로 변론을 마친 키렌과 달리 우리의 돌맹이 번즈는 느닷없이 지구의 소년 진이
자신에게 건네줬던 소년의 공책을 읽어주고....동화 + 우주과학 + 물리학이 어지럽게 뒤섞인 중2병의 공책 내용은
모두를 경악시키는 동시에 아무도 소년의 글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과연 위기의 빠진 지구의
미래는 어떻게 될것인가.....
플롯 자체는 여타 SF에서 많이 다뤄졌던...'아시모프'의 단편(에서 봤던것 같기도 하고)이나 '하인라인'의 소년 SF
[우주복 있음, 출장가능]에서도 다뤄졌던 플롯이다. 요는 이 위기의 상황에서 외계인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위기를
벗어나느냐가 작품의 전체적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요소인데, 이 작품은 그나마 얌전?했던 초반부를 지나 중후반부
진의 공책이 공개되는 순간 진정한 컬트로 거듭나면서 작품을 읽는 나까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괴이함을 선보인다. 뭐랄까...파괴신이 머리를 조아리고 영접할 정도로 형식파괴, 장르파괴, 맥락파괴, 인과관계파괴와 더불어 컬트
교도들이 환호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울고 갈정도로 소설과 현실을 어지러이 넘나들며 전지전능한 작가의 개입을 통한 메타픽션의 결말까지...그래...어찌보면 진정 SF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뤄낸 괴작이 맞는것도 같다....
작가의 이름을 딴듯한 작중 인물 진의 공책의 내용(외계인들에게 지구의 변론으로 까발려지는)이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은 핵심인듯 한데, 질풍노도의 시기 불치병 중2병의 가장 혼란스러운 머리속을 그대로 재현한듯한 내용은 작가의
해석집이 필요할 정도로 난해하다. 착한괴물, 나쁜괴물이 나오는 동화에 물리학을 접목하고, 김춘수의 시 [꽃]과
우주론이 하이브리드 컨버젼스 되며 이어지는 선문답들...이런 파격의 시도들에 아쉬운점은 공감이 결여되있다는
점이다. 뼈대를 구성하는 기본 플롯은 익숙할지 모르지만 그외의 모든 부분은 실험적이고 낯설다. 형식파괴의 자유를
추구 할지언정 좀더 매끄럽게 다듬고 정제되어야 하는것이 좋지 않을까...단편 소설의 스토리에 무리하게 분량을 늘린것 같은 느낌이다. 장황한 배경 설명과 진의 노트 내용을 과감히 처내버리고 간결하고 새로운 시도의 단편으로 내놓는
것이 오히려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기존의 정형적인 틀을 과감히 깨버린 도전적 실험성을 위시한 새로운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이제 남은건 작품을 읽는 이들이 이 파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린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