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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평점 :
미남당사건수첩 (2018년 초판)_가재본
저자 - 정재한
출판사 - 캐비넷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367p
좌충우돌 연남동 박수무당 납시오~
바로 전에 무속신앙을 소재로 무당이 등장하는 살떨리고 피튀기는 공포소설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 살]을 읽었는데, 이번엔 똑같은 무당을 소재로 했지만 분위기는 전혀 상반된 가벼운 느낌의 코믹 추리극이 출간되었다. 2:8 가르마의 잘 빗어넘긴 머리에 명품 발렌시아가 구두와 기백만원 상당의 명품 수트를 빼입은...일반적인 무당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핸섬가이 한준은 연남동 미남당의 박수무당이다. 남다른 신통력과 신기로 고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니 용하다는 소문이 돌고 다소 비싼 복채에도 연일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신통방통한 미남당에는 비밀이 있었으니....박수무당 한준은 점에 ㅈ자도 모른다는 것이다!!!.....-_-;;;
박수무당 한준, 한준의 동생이자 신딸 혜준, 한준의 신아들 수철. 이렇게 3명이 미남당을 이끌어 가는 주역들이다.
그들에겐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으니, 박수무당으로 사람들의 길흉을 점치는 한준은 전직 프로파일러였고, 혜준은
FBI에 까지 입사했을 정도로 천재 해커이며, 수철은 강한 인상과 괴력으로 흥신소 정보원으로 고객들의 정보를 한준에게 넘긴다. 한마디로 미남당은 사기꾼 집합소인 것인데...사람들을 사기쳐 등쳐먹을지언정 아직 일말의 양심은 있기에 고객들의 고민을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뒷조사를 통해 속시원히 해결해 준다. 하루는 부잣집 사모님의 집에서 귀신이 출몰 한다는 고민을 접수하고, 한준과 수철은 직접 집을 찾아가 귀신사건을 해결한다. 그와중에 귀신과는 관계없이 집 근처 하수구에서 시신이 발견되고 전신이 불에탄 상태에 흰색 애나멜 구두를 신은채 발견된 시신으로 인해 미남당 일당은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사실 소재가 점집이라는 신선함은 있지만 비슷한 류의 발빠른 정보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골탕 먹이는 식의 범죄물은 소설이나 영화등(얼마전 개봉했던 [꾼]의 사기술이나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조차 치밀한 설계등등)을 통해 많이 다뤄졌었던 터라 익숙한 설정이었던것 같다. 귀신출몰사건과 고등학생 왕따 사건 등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고가의 복채를 받고 해결하는 유쾌하면서도 살짝 감동적인 에피소드 들과 사이사이 정치권과 제계 거물이 연관된 검은 커넥션에 얽히는 굵직한 중심 사건이 고루 전개되는 강약의 조절이 좋았다.
순시리를 연상하게 하는 제계와 정계를 뒤흔드는 임고모라는 강력한 라이벌 무당의 등장과 고위층 원정도박에 연애인 지망생들을 동원하여 성접대를 맡기는 식의 현실에서 벌어졌던 비리사건들을 소재로 사용하니 이 작품이 코믹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성을 부여하는 장치로 보이는 동시에 공권력이 아닌 일개 사기꾼들이 이 뿌리깊은 부조리들을 일망타진하는 모습에 일종의 대리만족까지 느끼게 한다. 머...작품이야 재계의 권력자를 좌지우지 하는 무당이지만 현실은 일개 아줌마가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 했으니...현실이 더 요지경 같은 블랙코미디인건 어쩔 수 없으랴...
개성적인 캐릭터들과 가볍고 유쾌한 에피들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던 작품이었다. 다만 부담없이 읽히는 만큼 자칫 평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전직 프로파일러였던 한준이 무당일을 하게된 개기는 작품 내내 밝혀지지 않으니, 한준의 과거를 다루는 비기너 격인 속편이 나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