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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리커버 양장본)
아야세 마루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벚꽃아래서기다릴게 (2018년 2쇄)
저자 - 아야세 마루
역자 - 이연재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220p
벚꽃엔딩
긴긴 겨울이 지나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전국은 벚꽃축제 열풍이다. 그런 시기에 발맞춰 벚꽃처럼
아름다운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담은 단편집이 재출간되었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던 이들이 각자의 사연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고향의 꽃들과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나도 직장 때문에 살던 곳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한지 10년이 다되가는것 같다. 물론 자가용으로 한시간 남짓 달리면 갈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임에도 따로 시간을 내서 찾아갈 기회는 많지 않은것 같다. 때때로 친구들과 뛰어놀던 골목...배드민턴 치던 뒷산의 약수터...멱감던 개울가...(아쉽게도 꽃과 관련된 추억은 없는듯...-_-;;)가 떠오를때가 있다. 물론 지금은 대규모 개발로 인하여 기억속 많은 부분이 변화되었지만 그래도 고향은 떠나온 이를 반갑게 맞아주고 편한 마음이 들게 만드는 곳인것 같다. 이 작품은 일본의 북부 토호쿠 지방 신칸센 노선중 도쿄, 우츠노미야, 후쿠시마, 센다이, 하나마키 지역을 다시 찾은 이들의 다섯 이야기가 실려있다.
1.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
남편과 사별 후 홀로 살던 할머니는 우연히 만난 멋진 신사에게 반하고, 몇 년간의 전화 데이트 끝에 새신부가 된다.
그러나 몇 년간의 행복한 생활을 뒤로하고 멋진 신사였던 남편은 교토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고, 가족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묻힌곳 우츠노미야에 홀로 산다. 몇 달에 한번 무거운 식료품 구매를 돕기 위해 손자 토모야가 찾아오고 할머니의 목향장미 무늬 원피스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매번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를 찾는 할머니의 연심...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도 사랑은 그렇게 한 사람의 기억속에서 영원히 계속된다.
2. 탱자 향기가 풍기다
후쿠시마의 시댁에 결혼전 인사차 남자친구 유키토와 함께 찾아간 리츠코는 원전사고 이후 불모지였던 폐허를 다시 일구고 방사능의 공포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남친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에 걱정이 가득하다. 역에서 내리자 보이는 방사능 모니터링 포스트를 보자 더욱 긴장되는 리츠코...드디어 남친의 부모님을 만나고.....첫 식사는 초밥정식......초밥...회...생선?!!!
- 얼마전 후쿠시마 원전 이후의 디스토피아를 그렸던 [헌등사] 이후로 같은 원전 사고 이후를 그리는 작품이지만 두 작품의 분위기는 천차만별이다. 이 단편속 후쿠시마는 어찌됐던 사람이 살아가는 곳, 누군가의 고향이기에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수치 전광판 처럼 공기속 방사능 수치를 알리는 전광판과 개인용 방사능 측정기를 갖고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음식과 식수를 최대한 멀리하며 생활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실...현지인도 후쿠시마 산 가공품이나 식재료를 피하는 마당에 그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가공품은 그럼 어디에서 소비되는 것인가?...-_-;;;;
3. 유채꽃의 집
어머니의 법사를 위해 센다이에 찾아온 아들은 법사 준비를 할동안 누이의 조카 모모카와 함께 호빵맨 전시관과 신당을 찾아가 시간을 보낸다. 고향임에도 호빵맨 전시관을 처음 찾아 어른도 어릴적 봤던 만화의 향수를 느끼고, 신당에서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짝사랑했던 동창을 만나 즐거웠던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법사가 무사히 끝나고 돌아가는길 어머니가 죽고 며느리가 자신의 취향으로 심은 유채꽃나무의 꽃잎을 받아와 맥주와 함께 먹으니 알싸한 꽃 향기가 입속에 가득찬다.
- 나도 고딩시절 나좋다고 고백한 처자가 몇 있었는데..ㅋ 언젠가 생각지도 않은곳에서 만나 옛날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4. 백목련 질 때
초딩 저학년 치사토는 친척의 결혼식 때문에 부모님과 신칸센을 타고 하나마키로 향한다. 몇 일전 친구를 교통사고로 잃고 죽음이라는 개념이나 감정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나이에 혼란 스러워 하던 치사토는 백목련이 핀 할머니의 집에서 신비한 누군가를 만나고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 다섯 가지 이야기중 유일하게 판타지 단편이다. 대를 이어오는 오래된 집에서 만난 '무우'는 분명 치사토를 지켜보는
조상인 수호령일듯....단편속 묘사된 하나마키에 위치한 '미야자와 겐지'의 박물관은 언젠가 나도 일본에 가게 된다면 꼭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5. 벚꽃 아래서 기다릴께
신칸센에서 도시락을 판매하는 승무원인 사쿠라는 동생 슈지와 함께 어릴적 부모님의 불화에 따른 잦은 싸움과 이혼 때문에 새로운 가정을 만든다는것, 누군가를 사랑하는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정신없이 바쁜 승무원 생활 속에서 손님들에겐 꽃놀이 스팟을 설명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꽃놀이를 가보지 못해 아쉬워 하며 벚꽃 스노볼을 구매하는 사쿠라는 동생 슈지와 함께 깊은 밤 도쿄타워를 보며 언젠간 행복한 모습으로 함께 벚꽃 아래서 꽃놀이를 하자고 약속한다.
- 치열한 직장생활...유년 시절의 트라우마...팍팍한 현실...하지만 젊다는건 아직 시간이 있다는것. 지금의 벚꽃은 졌을지 모르지만.. 내년엔 또 만개하지 않겠는가...
머..잔잔한 이야기들이다. 굳이 억지로 감동을 끌어내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읽다보면 벚꽃이, 유채꽃이, 백목련이 봄향기를 가득 머금고 향기를 뿜어내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그렇게 이야기가 이끄는 대로 그리다 보면 어느새 내 기억속 고향에 대한 편안하고 아련한 기억이 자연스레 겹쳐지며 좋은 느낌으로 남게 되는 작품이었다. 나야 타향에서 살고 있지만 내 딸들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고향이 되는 셈이니...

오늘 경험한 벚꽃의 향기는 시간이 흐른 뒤 딸들의 기억속에 어떻게 남게 될까....나중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좀더 많은 추억을 함께 쌓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