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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런하우스 - 너에게 말하기
김정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평점 :
뉴런하우스 : 너에게 말하기 (2018년 초판)_심리치료 소설
저자 - 김정규
출판사 - RHK (알에이치코리아)
정가 - 16000원
페이지 - 388p
치유와 구원의 힐링 하우스
심리치료 소설?...장르부터 생소한 작품에 호기심이 인다. 그동안 여러 사례들을 바탕으로 사례자와 상담하며 치료 과정을 담은 약간은 딱딱한 형식의 심리치료 수기들은 봤었는데, 이렇게 소설형식의 심리학 작품은 처음 접하는것 같다. 각기 다른 성격의 8명의 등장인물과 함께 심리치료사 영민이 함께 셰어하우스인 뉴런하우스에서 각자의 고민과 상처를 집단 상담을 통해 아픔을 위로하고 공감함으로서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소설이라는 이야기로 접하게 되니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각 캐릭터의 심리를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게 하는 장점으로 작용한것 같다. 게슈탈트 심리학 국내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다는 작가의 이력을 보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게슈탈트 심리학'에 대해 검색해 봤는데...
게슈탈트 심리학은 전체로서의 형태, 모양이라는 의미를 지닌 독일어 ‘게슈탈트(Gestalt)’를 사용해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며 인간은 어떤 대상을 개별적 부분의 조합이 아닌 전체로 인식하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심리학파이다. 1900년대 초 독일에서 발전한 심리학 사조로서 마음을 구성요소로 분석하려는 구성주의 심리학자들과 인간을 환경적 반응에 대한 수동적인 반응자로 보았던 행동주의 심리 학자들을 반박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인간이 어떻게 지각된 내용을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고 분리된 자극들을 의미 있는 유형으로 통합하는지 연구하며 학습, 기억, 문제해결 등의 지적 활동에서 지각중심적인 해석을 강조했으며, 인지 심리학 발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출처 : 게슈탈트 심리학 [Gestalt psychology]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한국심리학회)
대체 이게 뭔소리냐..-_-;;;; 아마 이런 식으로 쓰여진 책이었다면 당장 집어 던졌을거다...다행스럽게도 굳이 '게슈탈트 심리학'의 용어를 찾아보지 않더라도 전혀 지장없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개인의 여러 사례들과 다양한 심리치료 방법으로 문외한도 공감할 수 있도록 쓰여있다. 작품속 인물들의 꽁꽁 싸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여 뉴런하우스 구성원들과 함께 아픔을 공감하고 나누는 일련의 과정은 지켜보는 독자의 마음도 함께 무장해제 시키면서 치유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독일에서 심리학 박사로 체류중인 65세의 영민은 하루 하루 점점 더 깊어지는 고향의 향수에 힘겨워 한다. 그런중 한국에서 뉴런하우스라는 기묘한 제안을 접하고 1년간 한국에 체류할것을 결심한다. 한 기업가의 프로젝트성 셰어하우스인 뉴런하우스는 지원자를 받아 선발된 8명의 일반인 거주자와 심리치료사 영민이 1년간 함께 거주하며 매주 2회의 그룹상담 치료를 받는것을 원칙으로 한다. 저렴한 입주비용과 그룹상담 치료에 성실히 출석하면 10만원의 지원비가 나온다는 말에 지원자는 넘치고, 그렇게 엄선된 거주자와 영민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첫 모임에서 침묵만을 지키던 8명의 멤버들은 점차 회차가 지날수록 고민과 상처를 보듬어 주는 상담에 흥미를 느끼고 마음을 열게 된다. 어느새 가족처럼 친해진 구성원들은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되고....
한국인의 오랜 정서상 자신의 감정을 남에게 드러내는건 매우 어려운 일인것 같다. 자칫 민폐로 보일지도 모르고 남에게 죽는 소릴 한다는게 나약함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영화에서 숱하게 봐온 장면인 둥그렇게 앉아서 자신의 생각과 심경을 남들 앞에서 설명하는 장면을 자주 보는데(특히 마약이나 음주 중독자들의 치료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나처럼 내성적 이고 소심한 사람들은 그런게 상당히 어렵다. -_-;; 그렇게 자신의 상처, 고민을 숨긴채 꽁꽁 속으로 고민만 하다보니 결국 상처는 곪아 터지는 것이겠지..한국의 자살률이나 공황장애등의 마음의 질병 발생률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건 그때문이리라...하여 작품에서도 집단 상담시간 전후의 대기 시간에는 잡담을 늘어놓고 왁자지껄 하지만 막상 상담 시간이 도래하면 모두 합죽이가 되는 상황이 내심 공감이 되었다. 그런 어색하고 감정의 소통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영민의 소통 방법은 꽤나 특이하게 다가왔다. 그때 그때 상황의 느낌과 감정을 모두에게 말하게 하면서 감정의 발산을 통해 폭발 직전의 프레셔를 낮추고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내보임으로서 타인의 공감을 끌어내 위로받는 방법은 효율적이면서도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인것 같다. 뭐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것이 가장 기본적 첫걸음 아니겠는가....그와 함께 EBS의 갈등 해소 프로그램인 [달라졌어요]에서 빈번이 나오던 상대방이 되어 반대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할극이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법등 여타 실제 심리치료에 쓰이는 방법들이 각자의 사연과 함께 녹아들어 내내 흥미와 집중을 유발한다.
"각각의 신경 세포인 뉴런들이 서로를 이어주는 시냅스를 메게로 하나의 긴 대롱처럼 연결되어 함께 숨 쉬고 함께 울고 함께 웃는 것이 느껴진다. 한 개의 뉴런에서 생겨난 파동은 시냅스에서 불꽃을 일으켜 다음 뉴런으로 전달된다. 마치 봉화불이 마을과 마을을 건너 연속적으로 이어가듯이 한 뉴런에서 일어난 파동은 다른 뉴런에서도 정확한 공명을 일으킨다. 껍질과 벽이 허물어지며 세포와 세포들은 서로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되어 함께 숨쉬고 교감한다."
팍팍한 인생이란 삶속에서 서로가 함께 숨쉬고 교감하는 뉴런 하우스는 어찌보면 상처 투성이로 지쳐버린 현대인들이 가장 바라는 쉼터 같은 이상적인 공간이 아닌가 싶다. 매일 웃음꽃이 피고 사랑을 나누는 뉴런하우스 같은 세상을 꿈꾸게 만드는 치유와 구원의 힐링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