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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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읽는 시간은 즐겁습니다. 시를 느끼는 공간은 여유롭습니다. 그리고,,, 시를 쓰는 사람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답지 않고서는 시를 쓸 수강 없거든요. 모든 예술가는 '작가'라는 호칭을 붙여주지만 시인에게만은 '인'이라는 호칭을 붙여줍니다. 그 이유는 시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를 쓰지 못하나 봅니다. 시의 나라에 퐁당 빠져, 허우적대며 시에 익사하고 싶던 스무 살 시절엔 저도 시를 많이 썼습니다. 사랑을 노래하고, 정의를 노래하고, 인생을 노래했습니다. 그땐 저도 시인이었나 봅니다. 시집 한 권 못 냈어도 300여 편의 시를 쓰며 시가 인생의 전부인 양 살았습니다. 하지만 시 하나 못 쓰는 지금의 저도 괜찮습니다. 비록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읽고 시를 느끼며 시인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나이가 됐나 봅니다.


  장영희. 영문학 교수이며 수필가. 지금은 이 세상에 없지만 그녀가 남긴 수많은 글들은 아직 세상에 남아 있습니다. 그녀의 아름답고 찬란했던 삶이 남은 자들의 마음에 새겨 있습니다. 그녀는 장애인의 한계를 극복해가며 우여곡절 끝에 교수가 됐고 수필가가 됐습니다. 그런 그녀의 삶이 있었기에 이런 영미시 책을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번역도 창조이기 때문에 시인이 아니면 시를 번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삶이 시였고 그녀의 인생이 시인이었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번역물이 탄생했을 테니까요. 그래선지 책 곳곳에 그녀의 사랑이 보였습니다. 사랑하며 사랑하고 사랑을 베풀며 살아온 그녀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녀의 흔적을 따라 글자 하나, 문장 한 줄, 시 한 편을 읽으며 여유로워졌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밥벌이로 인해 빡빡해진 재 삶에 여유를 가지게 됐습니다. 아~~ 이게 바로 시를 읽는 즐거움이겠지요.


  예전에 읽은 장영희의 수필 <다시 봄>에도 김점선 화백의 그림이 곳곳에서 그녀의 글과 어울렸습니다. 이번 책에도 김점선의 그림들이 시와 어쩜 이리도 잘 어울리던지요. 그러고 보면 둘은 정말이지 찰떡궁합이 맞나 봅니다. 글이 그림과 어울리고 그림이 글과 어울리는 책을 읽는 기쁨을 선물해줘서, 독자는 행복하기만 합니다. 시 하나 읽고 그림 하나 보고 반복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입니다. 아,, 그래서 시를 그토록 좋아했었지. 제가 시인이 되긴 힘들겠지만, 다시 시에 흠뻑 빠지고 싶어졌습니다. 시로 하루를 시작하고 시로 하루를 마감하는 삶,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집니다. 저자가 본문에서 "시인이 볼 때 우리는 분명 가던 길을 멈춰 서서 바라볼 시간이 전혀 없는 딱딱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라고 한 말이 딱 맞아 보입니다. 이제 봄도 왔으니, 길을 걷다가도 잠깐 멈춰 서서 곳곳에 핀 꽃들과 얼굴을 내민 새싹들을 보며 시간을 낭비해보려고 합니다. 아깝지 않은 낭비는 오히려 여유로 다가올 테니까요.


원문 http://blog.yes24.com/document/9396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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