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정채봉 지음, 김덕기 그림 / 샘터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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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에세이]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 정채봉 / 샘터

 

정채봉 잠언집

 


 

 

  정채봉 작가님은 잘 알지요? 정채봉 문학상으로도 유명한 동화작가에요. 동화를 쓰려면 어느정도의 동심이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저는 감이 잘 오지 않아요. 아이가 크며 동화책을 많이 읽어 주면 저도 감이 오겠지요?

  이 책은 정채봉 3주기 기념으로, 지금은 절판된 <느낌표를 찾아서> <모래알 한 가운데> <내 마음의 고삐> 등 세 권의 책에 담긴 내용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의 개정판이에요. 제가 아직 동화를 많이 읽은 게 아니라 제목들이 생소하지만 내용은 정말 좋아요.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며 두고두고 읽었답니다. 보통 가방에 책 한 권만 넣고 다니는데 요 책 하나 더 해서 두 권을 가지고 다니느라 어깨가 아팠지만, 중간중간 꺼내 보며 힐링도 하고 깨달음도 얻고 좋았어요.


  혹시 동심이 뭔지 아세요? 첫 꼭지가 바로 동심에 대한 얘기에요. 동심이란, 산을 산이라고 부르고 물을 물이라고 불러요. 자신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보이려고도 하지 않지요. 물음표와 느낌표가 늘 한가득이에요. 흙을 맨 손으로 만지고 높은 하늘과 별을 한참동안이나 우러러 보기도 해요. 이런 게 바로 동심이라고 해요.

  제 아들이 이제 5개월. 요즘 호기심 대장이에요. 무엇이든 눈에 보이면 쏜살같이 기어서 돌진을 해요. 그러다가 장농이며 벽이며 머리를 박고 울기도 하지요. 일단 도착을 하면 물건을 손으로 잡고 흔들기도 하고 입으로 넣기도 해요. 무엇이든 보이는 건 다 손으로 잡으려고 하지요. 이런 모습이 바로 물음표가 아닐까요? '까꿍'하는 소리에 웃어주고 새로운 걸 보여주면 기뻐해요. 이런 모습이 바로 느낌표가 아닐까요? 요즘 아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배우고 있어요.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꼭지는 <미안해>에요. 장끼와 까투리의 사랑얘긴데요, 둘이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새들의 사제인 올빼미를 찾아가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하지요. 그러자 올빼미는 '둘이 다투어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어요. 그러자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다투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해요. 그러자 올빼미가 한바탕 다툰 일이 있은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해요. 그러자 '다투면 헤어지는 거지, 결혼은 왜 합니까?'라고 묻지요. 장기와 까투리가 떠나자 지켜보던 산비둘기가 올빼미에게 물어요. 왜 다툰 다음에 오라고 했냐고요. 그러자 올빼미가 말하지요. '결혼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 못지않게 화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지. 함께 사는 데는 '사랑해'라는 말보다 '미안해'라는 말이 더 중요하다.'라고요.

  30년 넘게 각자의 생활방식으로 살아온 아내와 저. 결혼한 후에 전혀 의견차이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럴 땐 서운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린 싸우지 않아요. 둘 중 한 사람이 이해하면 되거든요. 내가 서운할 때면 '아내는 얼마나 더 서운할까'라고 생각하며 내 서운함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분이 상하면 '내가 이만큼 기분이 상한데 아내는 얼마나 더 기분이 상할까' 생각하며 내 기분 상함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린 연애 때부터 아직도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책리뷰 쓰다가 은근 아내 자랑, 아들 자랑하는 칠푼이가 되버렸네요.


  어떤 책인지 감이 오지요? 인생의 지혜도 배우고 힐링도 하는 동화작가 정채봉의 잠언 명상집이에요. 한 꼭지 읽고난 후에 바로 다음 꼭지를 읽기 보다는 잠시 명상을 하면 좋더라고요.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명상하며 쉬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한 번 해보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지고 좋았어요.

  작가 정채봉은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많이 썼다고 해요. 그래서 이런 잠언집도 낼 수 있었나봐요. 오늘은 정채봉 작가의 동화를 하나 찾아봐야 겠어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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