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천황(국체론)과 소련(마르크스주의)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규정하고 언어를 속박하는, 좌우의 압도적인 ‘아버지‘가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헤이세이 시대. 그때는 이상을 언어로 바꾸기만 하면 곧바로 실현될 것 같은 경쾌한 기분(《일본개조계획》에 의한 쿠데타)과 더는 신체적 욕구를 억누를 필요가 없다고 하는 적나라한 현실 추종(겐토샤 문학이나 브루셀라 여고생)이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 P163

헤이세이는 (1)마르크스주의와 (2)쇼와 천황이라는 ‘두 명의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시작됐다... 리버럴리즘이나 컬처럴 스터디즈, 혹은 인터넷상의 해커 해방론 등 다양하게 사고의 도구를 바꿔가며 계속 모색해온-넓은 의미에서 (1)의 계보를 잇는-비판적 지식인들은 여기에 이르러서 결국 터져버린 것... - P551

시대의 조류에 올라타려고 자신의 기준점을 앞장서서 포기한 이른바 ‘지식인들의 자살‘ 탓에 한쪽 아버지는 매장됐고, 다른 한쪽만 최후에 소생한 것입니다. 병상의 쇼와 천황을 "왠지 귀여운 걸요"라고 묘사했던, 헤이세이 초기에는 여고생에 한정됐던 감성이 "천황은 아베와 달리 느낌이 좋은 걸"이라고, 실제 전후 시대를 살아온 세대까지 흡수한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헤이세이가 끝나는 것이 이때 결정된 것입니다. - P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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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다른 책 빌리려다 바로 옆에 꽂힌 이 책에 눈이 갔다. 일본 소장파 젊은 지식인 요나하 준을 알게 되어 기쁘다. 학술서와 대중서의 중간쯤 위치한 책. 이러한 책을 옮기고 내주신 번역가와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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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론이나 세대론의 단점, 약점은 증명이 어렵다는 것 이다. ‘저 나라는 이렇다‘, ‘이 세대의 특징은 저러하다‘는 언술을 두고 당사자 가운데 일부가 ‘아닌데, 틀렸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데‘라고 해버리면 뭐라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경향성‘을 분석하여 좀더 신뢰할 수 있고 맞는 확률이 높은 설명을 선사한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야구 경기에서 공격할 때 점수차가 안나고 상황을 생각해보자. 아웃 카운트가 남았으며 1루에 주자가 있는데다 타자의 타율이 높지 않다면 번트를 대는 게 유리하듯.

국화와 칼이 탁월한 저작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으련다. 다만 이 책도 거의 90년 전에 나왔다. 지금의 일본사회도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이 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큰 오류를 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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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17 0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오래 전에 출간 된 책 한권이 현재를 결코 대변해줄 순 없지요. 더구나 현대는 엄청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잖아요. 과거를 바라보면서 현재와 미래를 예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요?
 

장애 당사자가 생생히 구현한 소설인 점은 차치하고, 라이트 노벨과 코타츠 기사를 끌어들인 흥미성 글, 시사상식을 곁들인 블랙유머 다루는 솜씨도 놀랍다.
설정과 소재가 충격스럽다는 것 말고, 그 자체로 매력있으며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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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윤석열 정권의 일본인식, 일본대응 태도와 정책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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