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와 천황(국체론)과 소련(마르크스주의)처럼 사람들의 생각을 규정하고 언어를 속박하는, 좌우의 압도적인 ‘아버지‘가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헤이세이 시대. 그때는 이상을 언어로 바꾸기만 하면 곧바로 실현될 것 같은 경쾌한 기분(《일본개조계획》에 의한 쿠데타)과 더는 신체적 욕구를 억누를 필요가 없다고 하는 적나라한 현실 추종(겐토샤 문학이나 브루셀라 여고생)이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 P163
시대의 조류에 올라타려고 자신의 기준점을 앞장서서 포기한 이른바 ‘지식인들의 자살‘ 탓에 한쪽 아버지는 매장됐고, 다른 한쪽만 최후에 소생한 것입니다. 병상의 쇼와 천황을 "왠지 귀여운 걸요"라고 묘사했던, 헤이세이 초기에는 여고생에 한정됐던 감성이 "천황은 아베와 달리 느낌이 좋은 걸"이라고, 실제 전후 시대를 살아온 세대까지 흡수한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헤이세이가 끝나는 것이 이때 결정된 것입니다. - P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