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의 압박이 만만치 않았던 책. 미주, 찾아보기 포함 1000페이지가 넘었다. 10개월만에 다 읽었다. 중간중간 다른 책에 한눈 팔다보니 늦어진 면도 있었다. 가방에 벽돌 넣고 다니는 걸 감수하는 마음으로 책을 휴대하여 읽었다면 더 빨리 완독했을지도.
서유럽에서 탈피해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일대를 중심에 놓고 세계의 역사를 살핀 책이다. 저자 피터 프랭코판은 옥스퍼드대 연구원인 역사가다.
동방과 서방의 문명을 연결해주는 이 교차로 지역은 과거에는 교역 덕에 정치, 경제의 중심지 노릇을 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는 석유를 차지하고 지정학적 이점을 누리려는 열강의 먹잇감이 되었다. 이제 다시 이 지역에 만들어졌던 교역로가 주목 받고 있다. 역시나 석유와 천연자원, 미중러가 다투는 지정학적 중요성 덕에.
이 두꺼운 책의 절반은 영, 독, 미, 소가 세계의 패권을 두고 서아시아, 중앙아시아에서 벌인 다툼을 보여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 현대 국제정치와 외교를 이해하는 기초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석유의 발견 ... 페르시아 국가의 보물에 대한 통제권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은 외부 세계에 대한 뿌리 깊고도 지긋지긋한 증오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민족주의를 촉발했으며, 마침내 서방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과 거부감을 낳았다. 가장 전형적인 것이 오늘날의 이슬람 근본주의다. 석유 통제권을 차지하려는 욕구는 장래에 많은 문제들의 원인이 된다.˝
˝냉전 하면 초강대국들 사이의 대결 주무대로 베를린 장벽과 동유럽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냉전이라는 진짜 체스 게임은 소련의 아랫배에 해당하는 땅에서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