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읽은 한국 장편소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펼친 여성작가의 책.
배경은 동해안의 소도시 ‘척주‘다. 작가의 가공을 거쳤는데 강원도 삼척시가 모델이다. 핵발전소 유치를 두고 갈라지는 지역공동체, 지역경제의 중심축인 석회광산과 공장은 딱 그 동네 얘기다. 여기에 약왕성도회라는 사이비 종교, 진통제를 구하려는 노인들, 죽거나 사라지는 사람들 같은 소재가 가미되었다. 주인공은 척주 출신의 보건소 약사. 그녀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사건에 휘말린다.
스릴러 요소가 풍부한 멜로드라마라고 일컬어도 좋을 듯하다. 보건소 공익요원과 썸타는 주인공에게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모습이 보였다. 이말삼초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관계설정.
바다에 접한 도시, 척주를 잘 그린 소설이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군데군데 박혀서 숨을 가다듬게 한다.
˝송인화는 강을 따라 걷다가 문득 뺨이 따뜻해서 옆을 돌아보았다. 강물 위에 빛들이 내려앉아 자글거리고 있었다. 걸어갈수록 빛 무리가 왠지 자신을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송인화는 걸음을 조금 빨리해봤다. 빛 무리도 같은 속도로 따라왔다. 송인화는 다시 천천히 걸었다. 빛 무리도 속도를 늦추며 따라왔다. 송인화가 걸음을 멈추자 빛 무리도 멈춰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