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읽은 책 중 으뜸으로 중요한 책.관찰한다는 것은 다른 우주로의 신나는 여행이며잃어버린 경이로움을 회복하는 진지한 마법이다.그러니 `보라! 이 세상을`동시에 굼벵이의 속도로 산책하는 신공을 갈고닦을 일이다.어렵지 않다. 일단 해보면 까무러치게 재미있다.
폭력적인 현실이 견고하고 그 앞에서 우리의 무력함이 뼈아플 때 `우리를 무서운 망각에서 지켜줄 그 어떤 말을 찾아서` 책과 책 사이의 능선을 바지런히 뛰어다닐 수 밖에 없다.선생은 시를 핑계로 내 손을 슬쩍 끌어다가 한없이 작고 여린 희망의 손 위에 얹어준다.
원칙적으로 책에다 별점을 매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별점을 매기는 행위가 그저 `나는 이 책이 좋았어요`하는 가벼운 의사 표시에 다름 아니겠으나...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다층적으로 분석될 수 있는 하나의 창작품에 수치화된 점수를 준다는 것이 좀 송구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도감이라는 점에서 평가의 관점이 비교적 분명하게 정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별점을 매겨보았다.이 책은 일본에 서식하는 잎벌레 600여종 중에서 200종을 선정하여 현장에서 쉽게 찾아볼수 있도록 구성한 핸드북이다. 책을 사기 전에 일본 아마존에서 서평을 찾아보았더니 썩 좋은 평가들은 아니었다. 생태사진이 아니라 표본사진이 주라는 점에서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고, 종수가 너무 적어서 실망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래서 큰 기대를 안한 것이 사실인데...왠걸...책을 받아보니 표본의 수준이 정말 깨끗하고 멋져서 나로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국내 국립기관에서 발행한 도감의 표본 수준에 비추어 아주 훌륭하다. 200종이라는 종수도 우리나라 잎벌레 종수의 거의 2분의 1에 해당하니 현장에서 사용하기에 큰 불편이 없다. 표본마다 간략한 동정 포인트가 알기쉽게 서술되어 있어서 그 점도 좋았다.물론 세세하게 잘못 기재된 점이 없는지는 계속 살펴봐야 하겠지만 우선은 매우 만족스럽다. 일본 국내의 평가가 인색한 것은 워낙 일본에는 훌륭한 도감들이 많이 발간되어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씁쓸하다.최근 국내에서도 하늘소도감이 2종이나 발간되는 등 훌륭한 곤충도감이 많이 나오고 있고 저자들의 지난한 연구 업적을 보노라면 경외감이 든다. 그럼에도 아직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울 때가 많다.물론 일본이 과학 연구나 대중화에서 우리보다 한층 앞서 있는 것에는 씁쓸한 근현대사의 문제가 얽혀있지만 그래도 그들이 이런 수준의 대중과학서를 만드는 것을 보면 매우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